들어가기에 앞서, 이건 책에 대한 '나'의 '강박'증이라는걸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아는 사람은 알겠고, 모르는 사람도 옆에 보면 알겠지만, 카테고리 중에 '표지 이야기' 라는 섹션이 있다.
첨에는 맘 먹고, 신간 중 표지 까고, 칭찬하는 카테고리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그냥 생각나는대로 표지 관련 글을 올리는 카테고리이다.
표지에 대한 집착은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동안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요즘은 과히 '강박'이라고 불러도 될정도로, 흉측한 표지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보통 표지가 '객관적'으로 후진 것들은
편집이나 전체적인 만듦새도 떨어지는 편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만듦새가 떨어지는 책들은 오탈자나 비문도 많은 편이다.
신경써도 후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발로 만들었나. 내지는, 그 표지를 고른 사람의 센스를 의심(혹은 확신)하게 하는
표지들을 보면, '눈 버렸다' 라는 생각과 오지랍 넓게, 아, 표지 때문에 매장되는구나. 혹은, 표지 때문에 살 사람도 안 사겠구나. (적어도 '나' 한 사람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위에 댓글에 인테리어? 라는 말에 '네, 인테리어요' 라고 반장난식으로 댓글 달긴 했지만,
서재브리핑의 여전히 맨 위에 떠 있는 위의 댓글을 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확실히, 나는 책을 살 때 '인테리어적 요소' 도 고려한다. 그 이전에 흉측한 것은 내 주위에 두고 싶지 않다는 맘이 강하지만, 사고 나면, 어디에 어떻게 모셔둘 것인가.를 생각하고,
'인테리어'로서의 책은, 책표지, 책등의 의미도 있지만, 장르, 저자의 이름이나 제목, 언어, 출판사도 중요하다.
그렇게 나는 책을 살 때, '표지' ,'작가', '출판사', '제목'(원서 제목을 웃기게 바꾼 책들은 싫다.), '크기' 등을 본다.
살 때는 위의 요소들을 고려하고, 내용이 내 성에 안 차면, 냉큼 정리해버린다. 마지막으로 '내용'에서 걸러지게 되는셈.

책 표지 외에 점점 날이 갈 수록 심해지는 '강박'은 분권이다.
쓸데없는 분권은 말할 필요도 없이 증오하고( dislike보다는 hate쪽에 가까움)
납득할만한 분권도 싫다. (납득하면서 싫어하는 아이러니)
분권임에도 불구하고, 사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드는 책이라도, 읽고 보니 더욱 맘에 드는 책이라도, 분권이라면,
책정리 대상 리스트의 탑 프라이어러티에 오르게 된다. (이런 책들은 원서로 구해놓으려고 노력하는 편)
표지와 분권에 이어, 최근에 새로 생긴 나의 집착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놓아야 할 것을, 자꾸 더 늘으니 어쩌냐.싶지만, 다른 집착들 두 -세개 놓을 때, 하나씩 생기는 집착이니 봐주자.고 너그럽게 생각해 버린다.

'책=짐' 의 공식이 내 안에 자리잡아가면서, 큰 책이 싫다. 자리 많이 차지하는 책이 싫다.
이건 뭥미? 싶겠지만, 가장 최근에 나의 이 증상을 발견하게 된 것은 '스피벳'이라는 책 덕분이다.
예사롭지 않은 가격이다 싶었는데, 책이 무척 크다. 그래, 클 법하다. 읽어보니 내용도 재미있어 보인다.
여름 휴가 때 바닥에 배깔고 엎드려서 한장씩 넘기며 키득대는 이미지가 자동연상되는 책인데,
일단 읽고 나서, 이 책을 보관할 때의 문제. 내 책꽂이는 기본 두줄로 가로, 세로 빡빡하게 쌓여 있는데(이런걸 보면, 인테리어는 개뿔 싶기도 하다.ㅋ) 이 책이 한 권 들어가면, 낭비되는 공간이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장바구니의 결재버튼을 쉬이 누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여기에는 아직 예외가 더 크다. 미술책이나, 역사책과 같은 읽을 거리, 볼 거리가 꽉꽉 차 있는 경우에는 크더라도 그 책들을 위해 충분히 널널한 자리를 마련해 줄 공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

맨 위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음. 그렇다. 나는 사고 싶은 책인데, 표지가 너무나 성의없거나 취향없음이라면, 사지 않겠지만, 전혀 관심 없던 책이라도, 표지가 판타스틱하다면, 얼마든지 지갑을 여는 독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