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이름을 부르면 건조한 소리로 '어!' 대답하던 것도 며칠 만에 그만두었고 

옷 챙겨입고 신발신고 문 밖에 나가던 것도 날씨가 풀리자 다시 맨발에 만년셔츠로 되돌아왔다. 

다만 웬만하면 변기에 쉬하는 것이 나아진 점이다. 

그러고 엄마한테 와서는 어찌나 으스대면서 뽀뽀를 해대는지 ㅎㅎ  

 

어제는 상을 옮겨다 놓고 할아버지댁 냉장고 가장 높은 칸까지 구석구석 뒤졌단다. 

물론 아이스크림이나 치즈 따위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그런 식으로 무언가 딛고 올라서서 어른 키가 넘는 곳에 놓아둔 것도 끌어내리는 요즘이다.  

 

참, 이젠 아랫마을에 다니러가서 빈 집을 뒤져 냉장고 안 액체들을 부어내버리거나 

대문 앞에 세워 둔 차 문을 열고 들락날락거리며 물건을 꺼내오는 것도 모자라서  

(날씨도 뜨거워지는데 혹시 차 안에 갇히기라도 하면 어쩔려구!!!)

겨울잠 끝나고 뱀들이 활보하는 산길을 따라 아래 쪽으로 점점 더 멀리 내려가기도 해서 걱정이다. 

방 문 앞에 앉아서 못 나가게 지키고 있어도  

재민이 젖먹이는 동안이나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바람도 없이 사라진다. 

 

그림책을 두 권 가지고 왔다. 

어쩐 일로 책을 읽어달라는 것일까 급흥분하였는데  

책 뒷면에 소개된 시리즈 책 제목 앞에 달린 번호를 읽어달란다. 

<2세 한글> 덕분에 알게 된 2를 가리키며 " 이, 이" 하면서 웃는다. 

아마도 숫자의 총칭으로 이해하고 있는 둣 다른 숫자들도 "이, 이"라고 읽는데  

다만 여러 숫자를 놓고 2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짚어내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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