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고추를 먹지 않는다.
시댁에서 워낙 고추부침개를 즐기는 터라 자주 부치다보니
요즘엔 가끔 한 조각씩 먹어보기는 하지만
풋고추를 쌈장에 푹 찍어서 와삭~! 뭐 이런 것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고추를 씹으면 매끈한 한 쪽 면이 이 사이에서 미끄덩거릴 것 같다.
매운 맛도 맛이지만, 상상인지 언젠가의 경험인지 잘 모르는 그런 느낌이 너무 싫다.
텃밭에 심은 고추가 이제 제법 열리어 막 따온 풋고추를 저녁상에 올렸다.
미니가 하나 먹어보겠다고 집어들더니 쌈장 흔적만 묻혀 깨알만큼 베어물었다.
" 너무 조금 먹어서 무슨 맛인지 맛이 안 나네!"
애들은 아직 고추 맛을 모른다는 아빠 말씀을 들으며
보란듯이 야금야금 먹다가 길쭉한 고추를 절반 쯤 먹었다.
피망이랑 맛이 비슷한데 좀 더 맵기는 하지만 계속 먹고 싶다나!
어느 것이 더 맛있느냐고 물으니 고추가 더 맛있다고...(으~, 놀라워라!)
부엌에 가서 물을 마시고 밥상에 돌아가 앉으니 절반 남은 고추를 아빠가 대신 먹어버린 뒤였다.
" 새로운 고추에 도전할래! "
망설임 없이 출사표를 던지고 긴 긴 고추 하나를 완전히 먹어치웠다.
오늘은 미니가 풋고추를 처음 먹은 날이다.
만 5년 9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