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이모가 콩순이 병원놀이 세트를 거금을 들여 선물해주셨다.
어제 택배로 먼저 부친 짐이 집에 도착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 인형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이렇게 조바심을 치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택배상자를 찾아서 허겁지겁 개봉을 하였다.
엄마는 일주일 동안 서울나들이에 방치된 냉장고와 침실을 대충 정리하느라 바쁜데
혼자서는 심심하다고 병원놀이를 같이 하자고 몇 번이나 재촉을 하였다.
그래도 배고픈 엄마는 저녁부터 준비하여 밥 잘 먹어야 병원놀이 해준다고 구슬렀다.
이모가 장만해주신 갈비찜을 두 대 째 뜯으면서도 성에 차지 않는지
"엄마, 이것 밖에 안 가지고 온거야?"
" 걱정마라, 냄비에 더 있다."
이런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먹고 드디어 엄마와 병원놀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니가 간호사를 하겠다더니 다급하게 부르짖었다.
"선생님, 콩순이가 배가 아파서 응급병원실에 왔어요!!!어서 치료해주세요."
그 다음에는 엄마가 콩순이 엄마를 하면 자기가 의사를 하겠단다.
청진기로 진찰을 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더니
이윽고 콩순이를 품에 안고 엄마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하게 웃지도 않고 하는 말,
" 콩순이가 배가 아픈 것은 제 생각에는 콩순이 엄마가
맛이 없다고 몸에 좋은 채소를 많이 먹지 않고, 맛있다고 트랜스지방이 든 음식을 많이 먹고
콩순이를 낳고 젖을 먹여서 병균이 콩순이 몸으로 옮겨가서 그런 것입니다."
이건 혹시 미니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것은 순전히 엄마 탓이라는 뜻인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