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깎아서 동그랗게 잘라달라고 성화를 하다말고 뜬금없이 하는 말.

- 엄마, 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잖아!

   어떻게 하면 돈을 마~않이 벌 수 있어? 제발 가르쳐 줘, 제발!

- 돈을 많이 벌고 싶니?

- 네.

-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은데?

- 돈을 많이 벌면 좋잖아요.

   커서 내가 낳은 아기 일회용품도 사 주고, 아기가 크면 장난감도 사 주고 그래야 되잖아요.

- 아기 일회용품이 뭔데? 

- 우유 뭐 이런 거 있잖아요!!!

- 그래, 그러러면 정말 돈을 많이 벌어야겠구나!

- 아빠도 열~심히 일을 하셔서 소꼽놀이랑 여러가지 장난감을 사 주시잖아요.

  그게 얼~마나 비싼건데 어떻게 사 주셨을까요, 맞죠(요즘 말끝마다 붙이는 말)?

 

동그란 조각을 낸 배를 맛있게 먹으면서

- 엄마, 금이 많은 사람이 부자 맞죠?

- 응, 부자들은 금이 많지.

- 그런데 부자라는 약재(!)도 있어요?

- 응, 부자라는 약재가 있지. 그걸 어떻게 알았니?

- 2층에 약 넣어 놓는 통들 (약장을 가리키는 말) 있잖아요? 거기 부자라는 표시가 써 있었어요.

기적의 한글학습 3권 받침이 있는 단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미니가 읽을 수 있는 글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 엄마, 19일이 수영이모 생일이에요?

- 그건 어떻게 알았니?

- 할머니가 19일에 수영이라고 쓰고 하트표시도 해놓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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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5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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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10-0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이는 한의사의 딸답게 약재 이름도 잘 아네 ㅋㅋ
점점 한글을 깨치면 더 훌쩍 자라게 되겠지.

2007-10-06 0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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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대단하네요.
발견의 기쁨을 맘껏 누리는 아이가 그려지네요~~~~
아이들은 정말 다~~~영재, 내지는 천재라는 말이 마구 동감됩니다!

2007-10-07 0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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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7 0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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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7-10-0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닷!!!
 

구례장에 가는 길에 여기저기 태극기가 내어걸린 것을 보고 우리나라 국기라고 아는 척을 한다.

그래서 개천절은 어쩌구 하다보니 단군이야기를 간단하게나마 들려주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고 저녁을 먹이는데

- 엄마, 엄마.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께.

한다.

낮에 갑자기 들려달라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나

요즘 드디어 혼자 클릭하여 찾아보는 쥬니어네이버의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뜻 밖에도 단군이야기였다.

- 옛날에 천사가 내려와서 살았는데 호랑이랑 곰이 둘이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대.

그래서 쑥이랑 양파를 먹고 동굴에서 백밤을 자야된다고....

- 혹시 양파가 아니라 마늘 아니니?

- (단호하게) 아니야, 마늘이 아니라 양파야!

이 때만 해도 마늘이랑 양파가 헷갈리나보다 생각했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쓴 쑥과 매운 마늘을 먹고 동굴에서 백일을 지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백밤을 자야한다고 나름대로 표현한 것을 보니 마늘도 처음부터 작정하고 양파로 바꾼 것 같다.)

- 동굴에서 쑥이랑 양파를 먹고 백밤을 잤는데

.

.

.

.

.

- (이럴 수는 없다는 듯이 한껏 과장된 목소리로) 사~람이 안되는거야, 글쎄!!!

  그래서 꾹 참고 백밤을 또 잤는데 그래도 사~람이 안되는거야.

  그래도 꾹 참고 또 백밤을 잤는데

.

.

.

.

.

- (역시 한껏 과장되고 격앙된 어조로) 호~랑이가 남자가 된거야!!! 곰은 여자가 되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단군이야기가 아니라 호랑이이야기라고 해야하나?

다음 날 아침 장난기가 발동한 미니엄마는 그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응, 그래서 그 곰이랑 호랑이가 결혼을 해서 아주아주 예쁜 아기를 낳았는데 그 이름이~

   당녀였대, 당녀!  당녀가 쑥쑥 커서 대학교 갈 때~,

.

.

.

- 머리띠 하고 갔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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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0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호랑이 이야기를 꾸민 미니는 20년 뒤... 젊은 작가의 탄생으로 결실을 맺었답니다!
아이의 모습을 그리며 재미있게 읽었어요. 엄마의 맞장구가 아이를 한껏 고조시켰겠죠!
얼렁얼렁 자라서 엄마를 극장에도 보내주고, 출판기념회나 작가사인회에도 초대하라고 응원합니다~~~ ^*^

miony 2007-10-04 15:51   좋아요 0 | URL
20년 후 영화관도 가고 출판기념회도 가는 영광의 그 날을 위하여 저도 꾹 참고 백밤씩 여러 날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선인 2007-10-0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하 이맛이 제맛이죠. ㅋㅋ

miony 2007-10-04 15: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런 맛에 키우나봅니다.^^

소나무집 2007-10-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니가 독후 활동을 제대로 했군요.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자기 나름의 창작을 해내는 과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박수 짝작짝입니다.

miony 2007-10-04 15:53   좋아요 0 | URL
나름대로 창작의 고통이 컸던지 곰과 호랑이가 낳은 딸 이름을 말할 때, 한참 응,응 거렸답니다. 박수 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맹이 2007-10-0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녀! ㅋㅋㅋ 대단한데?

2007-10-07 0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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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3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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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기적적으로 함께 낮잠을 자다

 자전거에 동생을 태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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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1 08: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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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09-11 15:00   좋아요 0 | URL
1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하다우^^

조선인 2007-09-11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우린 둘의 나이 차이가 꽤 있어서 둘이서 기적적으로 낮잠을 자는 일은 꿈도 못 꿔요. ㅠ.ㅠ

miony 2007-09-11 15:03   좋아요 0 | URL
나이 차이가 있으면 누나가 더 자상하게 동생을 돌봐주어서 좋을 것 같은데요?

소나무집 2007-09-12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그때 뭘 하셨나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둘이서 함께 잠이 들면 이게 웬떡인가 싶었어요.
그래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려 이리저리 하다 보면 아이들이 깨어나곤 했죠!
그때의 섭섭함이란...

miony 2007-09-1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섭섭했던 것 같아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마도 서재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2007-09-20 14: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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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0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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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8 2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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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09-29 18:0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나도 너무 섭섭하다. 요즘 술 담는다고 이 단지, 저 단지 담아놓고 홀짝홀짝 마시더니 너무 독했던가봐. 한밤중에 정신차리더라. 어이구 미워라.

>>sunny 2007-10-0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보던 사이에 얘들 많이 컸네!!
보고싶다~~
 

모처럼 읍내에 나갔다.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흘러내리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막으면서 열심히 먹느라고

아빠만 시장으로 들어가고 우리 셋은 차 안에 남았다.

어제까지는 장마가 <나 아직 안 죽었소> 라고 외치는 듯 며칠동안 비가 줄기차게 내렸는데

오늘 낮엔 또 끈끈하고 덥다.

한 쪽 문을 열어놓고 앉았는데 미니가 흥분한 목소리로<엄마, '바다나라'라고 써 있다!>란다.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이다.

이제 읽을 수 있는 글씨가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해주었더니 그 옆 가게엔 <또마>라고 씌어져 있단다.

꼬마를 또마라고 읽었지만 어느 정도 한글에 감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엊그제는 <태민아, 사랑해>라고 쓰고 하트모양 두 개를 그린 편지를 역시 하트모양으로 봉한 편지봉투에 넣어 동생에게 내밀기도 했다.

어릴 적 시장통에서 엄마가 하시던 아마도 식료품 가게 문간에 서서 읽었던 넉 자,

엄마가 <정말 한글을 읽을 줄 아는구나!> 하고 반기시며 칭찬을 해주신 덕분에

내가 읽었던 첫 글자로 기억되고 있는 넉 자는 바로 '안주일절'이다.ㅋㅋ

가게 앞 포장마차 파란 천막에 씌어져 있던 그 넉 자의 뜻을 알게 된 것은 물론 한참 자란 후였다.

<천지현황> 우주의 이야기로 가르침을 시작하는 천자문에 비해

< I'm dog. I bark. >이렇게 짖으며 시작되었다는 옛 영어교과서가 한탄스럽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읽었는데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이사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거짓말 안 보태고 일 년 365일 중에서 360일 이상 술을 마시는 신랑을 만나게 된 까닭이 설마?!

우리 미니는 바다같이 넓은 마음, 푸른 감성과 이성을 지닌 사내를 만나 파도처럼 높고 낮게 일렁이는 삶도 잠시도 멈추지 않는 또 그 파도처럼 늘 한결같이 함께 이루어 나가길 빌어본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한글을 배울 때 어떤 글자를 처음으로 읽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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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5 0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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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09-05 19:39   좋아요 0 | URL
겨우 가부터 하까지 읽을 수 있는거야. 바다나라 - 그 속에 다 들어있잖아.^^

미설 2007-09-0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도는 토마토 였답니다. 민이의 한글읽기 축하해!!! 하은이 이제 죽었쓰 ㅋㅋㅋ

miony 2007-09-05 19:42   좋아요 0 | URL
고마워. 2학기부터 유치원 안 가서 룰루랄라 하고 있는데 내년 봄엔 어떨지... 토마토가 웰빙음식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다고 하던데 알도는 늘 건강한 생활 하겠네!^^

2007-09-05 15: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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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09-05 19:43   좋아요 0 | URL
진짜 대단하다. 그대가 어찌 그걸 기억하우? 그리고 우리가 단어의 냇가에서 헤엄칠 때 그대는 문장의 바다를 항해한 듯!!!

hsh2886 2008-07-15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마자!!하은이이제 죽었쓰~~
 

미니가 몸 속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다.

요즘 유난히 꼭 안아달라고 하는 일이 많은데 어느 날 내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나보다.

병원놀이하면서 진맥하느라 손목에 맥박이 뛰는 것을 느껴보라고 했더니

엄마 배에서도 두근두근한다며 눈이 동그래진다.

그래서 간단하게 심장이 하는 일을 설명해주었더니

얼마 전부터 궁금해하던 위장과 간까지 덧붙여져 몸 속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다.

대충 그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영 이상해서 아무래도 책을 하나 사주는 것이 좋겠는데

알라딘에서 검색해보아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마땅히 이거다 싶은 것이 눈에 띄질 않는다.

만 4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소녀 미니에게 적당한 인체 그림책 좀 추천해주세요!

소화, 혈관과 호흡기 순환에 대한 간단한 정보가 담긴 그림책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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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체에 관한 그림책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07-08-27 08:41 
    안녕하세요. 초면에 불쑥 실례합니다. 아영엄마님이 한 번 가보라고 다리를 놔줘서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가장 초보적인 책이죠. 호기심 유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만 4살이니까 가장 맞춤한 건 머리에서 발끝까지 시리즈인 듯. 이외에도 '영리한 눈' '재주 많은 손' '기운센 발' '꿈꾸는 뇌' '갈아입는 피부' '신통방통 귀와 코' 등이 더 있어요.     사실 님의 페이퍼를 보고 제일 먼
 
 
2007-08-30 0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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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08-3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무척이나 흡사한 경우네. 사실 내가 태민이한테 좀 더 얘기도 많이하고 기타등등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엄마가 문제인 것 같다. 얼마동안 머리 찧으면 야단도 치지말고 모른 척 해보아야겠다. 고마워!!!

2007-09-03 14: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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