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장에 가는 길에 여기저기 태극기가 내어걸린 것을 보고 우리나라 국기라고 아는 척을 한다.

그래서 개천절은 어쩌구 하다보니 단군이야기를 간단하게나마 들려주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고 저녁을 먹이는데

- 엄마, 엄마.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께.

한다.

낮에 갑자기 들려달라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나

요즘 드디어 혼자 클릭하여 찾아보는 쥬니어네이버의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뜻 밖에도 단군이야기였다.

- 옛날에 천사가 내려와서 살았는데 호랑이랑 곰이 둘이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대.

그래서 쑥이랑 양파를 먹고 동굴에서 백밤을 자야된다고....

- 혹시 양파가 아니라 마늘 아니니?

- (단호하게) 아니야, 마늘이 아니라 양파야!

이 때만 해도 마늘이랑 양파가 헷갈리나보다 생각했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쓴 쑥과 매운 마늘을 먹고 동굴에서 백일을 지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백밤을 자야한다고 나름대로 표현한 것을 보니 마늘도 처음부터 작정하고 양파로 바꾼 것 같다.)

- 동굴에서 쑥이랑 양파를 먹고 백밤을 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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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수는 없다는 듯이 한껏 과장된 목소리로) 사~람이 안되는거야, 글쎄!!!

  그래서 꾹 참고 백밤을 또 잤는데 그래도 사~람이 안되는거야.

  그래도 꾹 참고 또 백밤을 잤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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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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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한껏 과장되고 격앙된 어조로) 호~랑이가 남자가 된거야!!! 곰은 여자가 되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단군이야기가 아니라 호랑이이야기라고 해야하나?

다음 날 아침 장난기가 발동한 미니엄마는 그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응, 그래서 그 곰이랑 호랑이가 결혼을 해서 아주아주 예쁜 아기를 낳았는데 그 이름이~

   당녀였대, 당녀!  당녀가 쑥쑥 커서 대학교 갈 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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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띠 하고 갔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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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0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호랑이 이야기를 꾸민 미니는 20년 뒤... 젊은 작가의 탄생으로 결실을 맺었답니다!
아이의 모습을 그리며 재미있게 읽었어요. 엄마의 맞장구가 아이를 한껏 고조시켰겠죠!
얼렁얼렁 자라서 엄마를 극장에도 보내주고, 출판기념회나 작가사인회에도 초대하라고 응원합니다~~~ ^*^

miony 2007-10-04 15:51   좋아요 0 | URL
20년 후 영화관도 가고 출판기념회도 가는 영광의 그 날을 위하여 저도 꾹 참고 백밤씩 여러 날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선인 2007-10-0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하 이맛이 제맛이죠. ㅋㅋ

miony 2007-10-04 15: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런 맛에 키우나봅니다.^^

소나무집 2007-10-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니가 독후 활동을 제대로 했군요.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자기 나름의 창작을 해내는 과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박수 짝작짝입니다.

miony 2007-10-04 15:53   좋아요 0 | URL
나름대로 창작의 고통이 컸던지 곰과 호랑이가 낳은 딸 이름을 말할 때, 한참 응,응 거렸답니다. 박수 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맹이 2007-10-0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녀! ㅋㅋㅋ 대단한데?

2007-10-07 0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3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