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뉴질랜드 이야기중에서 꼭 언급해야 할 한가지를 빠트린것 같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뉴질랜드로 건너가고, 이민가고, 도망가고, 숨어살고....하고있는 우리와 같은 핏줄기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는 교민을 다 만난것은 아니기에 전반적인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여기 저기서 귀동냥해서 들었거나 제가 두루 살펴본바를 참고로 하여 한국 교민의 생활상을 잠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약 3만에서 3만5천에 이르는 교민들이 우리 나라의 2.7배에 달하는 뉴질랜드에서 숨쉬고 있다고 합니다.

  ㅇ 한국 교민의 생활

  한국인의 뉴질랜드 이민역사는 무척 짧다고 합니다. 제가 만나뵌 분들 중에는 30년이 되셨다는 분이 뉴질랜드 이민의 전설처럼 알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홍콩 조차와 더불어 이민이 시작되어 상당한 기간이 지났다고 합니다. 그만큼 중국인들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지금도 끊임없는 이민을 진행하고 있는데, 중국 이민자와 타이완 이민자는 견원지간으로 특히 타이완 이민자들은 중국이민자들의 행태에 대해 상당히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제가 만난 타이완 이민자들은 자신들에게 "China"라는 단어를 붙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뭐니뭐니 해도 뉴질랜드의 상권을 주름잡는 사람들은 바로 한국인 들입니다. 옽클랜드의 다운타운은 말씀드렸듯이 반경이 1Km정도에 지나지 않아 다운타운은 무척 번잡한 편입니다. 특히 240여미터에 달하는 남반부에서 가장 높은 탑이라는 "Sky City" 를 중심으로 하는 상권에 많은 한국인들이 가게를 열고 있습니다. 도심의 길거리를 걷다보면 한국어 간판이 즐비하며, 순대국부터 미장원, 장례용품점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한 업종에 걸쳐 한국인이 삶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가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거부로 누구나 인정하는 사람은 "아리랑"이라는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김상래 사장이라는 분입니다. 이 분은 이민도 비교적 일찍 왔을뿐만 아니라 도심의 빌딩을 구매해서 음식점을 비롯한 선물상점, 그리고 한국식품 24시간점을 열고 있음은 물론, 최근에는 다른곳에 빌딩을 구입하여 "뉴코아"라는 상호의 선물용품점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교민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대부분 월세로 장소를 임대받고 있는 실정인데 분명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하는 장사임에도 그 대상은 한국인을 우선하는 관광객이라는 점입니다. 뉴질랜드인들의 구매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 한국 관광객이나 기타 국가의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뉴질랜드의 경기도 상당히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여파로 한인 상점의 수익도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뉴질랜드에 가서 사시는 분들의 많은 공통점은 조용하게 살고 싶어서 뉴질랜드에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분들은 미국의 한인사회처럼 한인회장이나 기타 감투에 관심이 없이 살고자 하다보니 뉴질랜드에서는 한인회를 구성하기가 무척 힘이 들다고 합니다. 서로 안맡으려고 해서 강제로 맡기는 지경이며, 한인회의 활동도 다른 여타 나라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이런 이민자의 성격은 비단 오클랜드뿐만 아니라 전역에 걸쳐 조용히 살겠다는 의지로 한인 사회의 형성을 어렵게 하고 있는데 의식이 있어 이민을 오신분들은 자식의 어학공부나 또는 나름대로의 안락함과 개인 생활의 보호를 위하여 조용하게 접촉이 없이 지내는 편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한국 이민자의 직업은 비교적 다양한 편입니다만, 일차적으로는 가게를 얻어 영업을 하는 것이며(이런 경우에는 잠시도 가게를 비울 수 없어 개인 시간을 내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두번째는 한국 관광객을 소단위로 맞이하여 자신의 밴으로 뉴질랜드 관광을 시키는 관광업입니다. 제가 만난 분들중에는 뉴질랜드 전역을 700회나 다니신 한국 교민도 계실 정도로 관광업은 손쉽게 할 수 있는데 다만 무척 피곤한 삶이라는 점입니다.

 이런분들에 비해 조금 편하게 수입을 올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에서 출발할때 약간의 여유자금을 가져와서 조금 큰 집을 사고, 아랫층을 홈스테이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뉴질랜드는 아파트가 거의 없습니다. 단독 주택으로 대부분 나무로 지어진 단층, 또는 2층집인데 이렇게 한국에서 뉴질랜드를 찾는 관광객이나 유학생에게 임대를 하여 수입을 올리시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골프관광을 비롯해서 인근 지역의 관광안내까지 맡아 해 주기에 방문객들은 비교적 편안하게 뉴질랜드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모텔과는 달리 조식과 석식을 한국식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여행에서 쉽게 접하지 못할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으므로 고국에 대한 향수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뉴질랜드 전역에 산재한 모텔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뉴질랜드는 호텔은 별로 없지만 관광객을 위한 모텔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방문시 눈치가 있으신 분이라면 뉴질랜드 전체의 모텔이 수록된 책자가 무료이니 이 책만 가지고 있다면 뉴질랜드의 어디를 가더라도 잠자는데는 불편함이 없을것인데, 약간의 큰 돈을 필요로 하지만 이런 모텔을 구입해서 운영하면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뉴질랜드의 두개의 큰 도시인 오클랜드나 크라이스처치에는 아직 한인타운이 형성되어있지 않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오클랜드의 중심부에서 많은 한국 이민자가 가게를 열고는 있지만 한인 타운은 아니며 이는 일본이나 중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클라이스처치에서도 한국인들의 가게는 중심부에 비교적 많이 눈에 띄는 편입니다. 가장 쉽게 생계를 유지하는 방안이 이렇게 가게를 운영하는 것인데 주로 한국 상품을 취급하거나 또는 동네의 구멍가게인 "데일리"라는 상점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부 한인들은 자동차 판매업을 비롯하여 주택업등에 종사하기도 하며 뉴질랜드의 주 산업인 1차 생산물 가공시설과 이의 판매시설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가지 안타까운점은 뉴질랜드에서의 관광안내는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선물코너와 결탁이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현상은 안내자에게 상당한 리베이트를 줘야하기에 당연히 물건값은 비쌀수밖에 없습니다. 관광객의 대부분은 뉴질랜드에 첫발을 디디며 마중나온 관광안내자와 뉴질랜드 체류동안을 같이 지내게 됩니다.  그러니 안내자의 안내에 의해 들리게 되는 관광상품점이 우리 관광객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속리산 입구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많은 가게가 아니기에 다른 상점과의 가격 비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광광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인근 가게라도 나가보려고 한다치더라도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이들의 영업형태 때문에 숙소 인근에 설혹 선물 가게가 있다해도 가격 비교는 불가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관광 안내자들은 바로 이런 점을 악용한다고나 할까요?

 제가 직접 경험을 한 일입니다만, 녹혈제품 구입에 있어 제게는 특별히 싸게 하여 400뉴질랜드 달러에 판매를 하였습니다만, 일단의 일본 관광객들에게는 1500뉴질랜드 달러에 판매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일본 관광객이기에 엄청 바가지를 씌운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 관광객이던 그렇게 팔고 있다는 것이며 이중 상당 금액이 안내자에게 리베이트로 지불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뉴질랜드에 장어라도 잡아먹고 싶어 가신다 하더라도 별도의 날짜를 정해서 도심의 선물가게에서 구입하시는 것이 그나마 바가지를 덜 쓰시는 것이 되며, 가장 정확한 제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공항 면세점으로 이곳에서는 모든 물품을 다 판매하니 여행중에는 선물일랑은 다 잊어버리고 여행에 열중하시고 귀국할 때 면세점에서 선물을 구입하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뉴질랜드도 사람이 사는곳이기에 별별 사람들이 다 있을 수 있습니다. 한가지 교민 사회를 걱정하시는 분의 말씀을 빌면...뉴질랜드 사람들은 매우 착하고 순진하다고 합니다. 거짓말을 해도 대부분 그냥 진실로 알고 넘어가는데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자꾸 늘어가자 이제는 정말을 말해도 의심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거짓말은 우리 교민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아시아계 이민들의 공통점이라고 합니다. 한 순간의 작은 이익을 위해 하는 거짓말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는 엄청난 불행으로 되돌아옴을 우리 교민들은 빨리 깨우쳐야 할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아시아계 사람들이 욕을 먹어도 우리 한인 교민들은 그 질타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영광을 갖도록 노력들을 해야 할것입니다.

 사족을 두 개만 달겠습니다.

   다색인종이 모여 사는 나라중에서 인종 차별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뉴질랜드라고 보시면 될것입니다. 뉴질랜드는 소위 평등사회를 추구하고 있는 사회주의적 국가라고 판단이 됩니다. 대부분의 복지국가가 그러하듯 높은 세금은 고액 수입자에게는 불만이 될 수 있으나 그 세금으로 빈부 격차를 줄이는 뉴질랜드 정부의 방침이 특별하게 잘 사는 사람도 없으며 또 끼니를 굶어야 하는 사람도 없게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 유학생의 생활입니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열심히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지만 그래도 많은 한국의 유학생들은 빗나간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고급차는 대부분 중국이나 한국 유학생들의 차 입니다. 더 많은 학문을 배우고자 유학을 가는 경우는 안 그렇겠지만, 우리 나라에서 수업을 따라 갈 수 없어 유학을 보낸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못 따라가는 수업인데 뉴질랜드에서는 언어도 다른데 더 잘 할수 있겠나요? 당연히 자연도태 현상을 빚고 마는데 그런 유학생의 생활이 문제입니다.

말씀드린 가장 높은 타워인 'Sky city"의 2층과 3층은 카지노 입니다. 이곳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득실거립니다. 저도 얼굴이 노랗고 영어를 사용하는지라 이들은 제가 같은 동양권에서 온 사람이라는것만을 아는지 자기들 끼리는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잃었다는 금액이 감히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룻밤에 2만 뉴질랜드 달러라면 어쩌다 한번 들리는 카지노에서라면 이해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거의 매일 카지노에 들리면서 그만한 돈들을 도박으로 날린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부모가 얼마나 갑부인지는 몰라도 망나니 돌대가리 자식놈 잘되라고 해외에 보내 놓고 관심도 없으니 쉽게 도둑질 해서 벌은 돈인지라 억만금을 잃은들 그들에게는 뭐가 그리 대수겠냐마는 옆에 앉아있는 한국의 절대 거지인 제 입장에서는 한방 휘갈겨 주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이더군요.

길거리에서 우연치 않게 만났던 유학생인 김석규군은 오클랜드 공대에 다니는데 월반을 해서 현재 4학년이며 전액 장학생으로 대학 교수들이 뉴질랜드에 붙잡아 두고자 한다고 하였는데 이런 학생과 카지노에서 하룻밤을 꼬박 세우면서 돈을 날려버리는 유학생과는 근본이 다른것이 아닌가 합니다만, 어찌 되었든 뉴질랜드는 이런 양면이 공존하는 도시임을 알아 두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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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10-1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 잘 다녀오셨어요?
오랫동안 안보이셔서 무슨 일인가 했답니다.
잘 다녀오신 듯해서 반갑고 기쁩니다.
추천은 접니다.(ㅋㅋ)

수수께끼 2004-10-13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안녕하셨는지요?
뉴질랜드에 가 있는 동안 정말로 좋았던 것은 딱 한가지였습니다. 그것은 국내의 소식을 접하지 않으니 죽이되는지 밥이 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뉴질랜드의 한국 이민자들은 무슨 무슨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 뉴질랜드로 간 분들이기에 마음속으로는 아니지만 애써 우리 나라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신다는 것이지요...
덕분에 답답한 마음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는데 역시 들어오니 또 다시 답답해 지는군요...들어오는 다음날부터 국감이다 뭐다 하는데 우리 나라는 뉴질랜드처럼 조용하지도 않아 어디서든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니....저도 뉴질랜드로 떠날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참!!! 추천을 해 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추천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글은 워낙 추천과는 거리가 있는 글들인지라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어제도 0, 오늘도 0, 또 내일도 0....이렇게 되어 있으니 조금 보기도 싫었었는데....다행히 작대기 하나라도 님께서 해 주셨으니 정말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겸해서 자주 작대기 그려줄것도 부탁드립니다...하하하...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