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사족을 하나 달아야 하겠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커다란 국토를 차지하는 시실리섬에는 바로 본토와 연결이 되는 철도가 있습니다. 섬과 육지사이를 다리로 연결한것은 아니지만 기차여행시 기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배를 타고 육지로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로만 들을때는 매우 궁금했었습니다. 섬인 시실리에서 어떻게 기차를 배로 옮길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습니다. 나폴리로 가는 침대차를 타고 그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까따니아 중앙역에서 탑승한 기차는 3시간 가량을 달리다 멈추었습니다. 육지와 가장 가까이 접해있는곳에서 섬의 레일은 끝이 나고 기차는 바로 도크로 들어갑니다. 총 10량의 객차를 단 기차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각 5량씩 도크로 들어가는데 객차 한량의 길이를 아무리 짧게 잡아도 20m로 본다면 5량이면 100m인데 이 객차를 배안에 싣는 것입니다. 일부러 기차밖에 나와서 배의 규모를 살펴보니...이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배의 후미에서 앞쪽을 보니 새까맣게 보이는것이지요. 그 속에는 기차뿐만 아니라 차들도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육지와 시실리간의 거리는 배로 30분 가량 걸리니 대천 앞바다에서 원산도보다 조금 더 가는것 같은 거리로 여겨집니다. 워낙 왕래가 빈번하다보니 아마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도하선을 만들어 운영을 하는것 같았습니다. 저는 밤에 건너서 주변을 돌아볼 여건이 아니었지만 낮에 건넌다면 주차장만한 큰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또다른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것 같습니다.

12. 이탈리아의 장터에 갔었습니다. 우리 나라나 이탈리아나 비슷하더군요. 다만 손님을 호객하는 언성이나 몸짓이 없는것이 남대문 시장등 우리네 형편에 익숙한 저로서는 침묵속의 구경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옷가지나 신발, 가방등 생필품을 옷걸이에 걸고 전시를 한다거나 생선을 좌판에 주욱 펴 둔것이나...기타 잡동사니를 좌판에 널어둔것은 우리와 전혀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다만, 재미있는것은 우리의 생선가게에서는 활어를 중요하게 여겨 냉동된 생선이나 어패류보다는 활어의 가격이 더 나가는데 이탈리아는 반대입니다. 이들은 손길이 덜 간것이 그만큼 싸게 가격 책정이 되어 있습니다. 한번이라도 손길이 더 간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노동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이 나라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물건의 흥정이 있습니다. 저도 물건 가격의 절반을 제시하며 에누리를 요구하였는데 처음에는 완강하게 안된다고 하다가 안산다고 하니 절충을 하더군요. 결국 정가대로 사는 사람은 손해를 보는 셈이됩니다. 잘하면 절반의 가격으로도 살수 있으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여간...이탈리아의 모습은 우리네 시장판과 다를것이 없다고 아시면 될겁니다.

13. 이탈리아에서의 운전에 대해 한마디 안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미리 국제운전면허증을 준비를 했었습니다. 소형차는 일당 40에우로에 20%의 가산금(보험+부가세)을 더하면 48에우로 정도 입니다. 그런데 이 소형이라는 차종이 티코 정도의 차종입니다. 뭐 큰차를 빌리고 싶어도 큰차는 아예 렌트카의 종류에서 빠저있습니다. 운전을 하는데...이게 장난이 아니더군요...작은 차로 얼마나들 잽싸게들 달리는지 정신이 아찔할 지경입니다. 첫번째에서도 말씀을 드렸듯이 강아지처럼 틈만 나면 머리를 밀어 넣으니...그나마 한국에서는 점잖게 운전을 해온터인지라 어디 교차로라도 만나면 양보만 하다보면 하루 종일을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힘들 지경입니다. 며칠 운전을 하다보니 저도 그들과 같이 잽싼 행동으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행중 한명이 저보고 귀국하지 말고 이곳에서 택시해도 되겠다고 할 정도로 빨리 적응이 되더군요.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느릿느릿 운전을 했다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때는 천사의 얼굴을 가졌던 사람들이 운전에 있어서는 지옥의 악마중 가장 사나운 얼굴을 한 악마로 돌변하면서 그들 특유의 빠른 언어로 뭔가 막 욕을 해 대는데...아마도 개XX 정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한 욕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의 인상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14. 이탈리아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휘발유나 디젤은 아마 가장 나쁜 종류일것 같습니다. 일단 휘발유는 무연이 아니라 유연으로 납 성분도 제거가 안된 상태이고 매연이 검게 나오니 도로는 온통 매연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디젤은 더합니다. 그런것을 보니 우리 나라는 비교적 공해에 대해 빨리 눈을 뜬것 같습니다. 기름값은 1리터가 1에우로를 조금 넘으니 우리나라보다 조금 비싼 편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석유가 안나는지 기름값이 의외로 비싼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니 대부분이 큰차 보다는 작은 차를 선호하는것 같았습니다.

15. 이탈리아는 아직도 활화산이 있습니다. 해발 3323미터의 에트냐(Etna)화산인데 해변에서도 눈덮인 정상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장관이겠습니까? 아직도 2개의 분화구에서는 연기를 뿜고 있으며 최근에는 97년도인가? 용암을 뿜었다고 합니다. 겨울 날씨라고는 하지만 남쪽의 해안에서는 바닷물에 뛰어들 정도이고 화산 분화구 근처에서는 스키를 즐길 수 있으니 이탈리아의 시실리는 천혜의 자연을 가진 셈입니다. 이탈리아 본토 사람들도 시실리에서 관광을 하는것을 꿈으로 삼을 정도로 시실리는 낙원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낙원이 마치도 지옥 같았습니다. 한가지 느낀것은 제주도와 흡사한 환경인데 왜? 우리 제주도는 이처럼 아름답게 개발을 못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우선은 이탈리아의 시실리는 난개발이 없습니다. 도심 전체가 아주 조화롭게 꾸며져 있어 어디 한군데라도 삐걱거림을 느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갑짜기 개발붐이 일어 땅값도 3배가량 올랐다고 하지만 결코 난개발은 아니라고 합니다. 언젠가 우리 제주도도 신혼부부가 결코 외면하지 않는 꼭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간략하나마 이탈리아에 대한 단상을 적어 보았습니다. 해외여행을 할때마다 즐기는것 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는데도 잘 되지 않음은 아무래도 마음같지 않은 게으름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녀왔던 지역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더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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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3-12-1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
박물관이나 문화 관계에 계신 것 같은데, 이런쪽으로 조언하실 만한 것은 없었는지요?
'일'과 관계된 것이라 생략하신 건지? ^^

비로그인 2003-12-18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고맙습니다...그러고 보니 그쪽 분야에 대해서 전혀 언급을 못했군요...그런데....저는 그런 분야와는 전혀 다른 분야랍니다....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알려 드리겠습니다만....상상밖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제 글 ..읽어주심에 정말로 깊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