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사찰에 간다
정병삼 지음 / 풀빛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사찰은 우리 산하의 도처에 자리잡고 있으며 불교인은 물론이고 불교를 종교로 갖지 않은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의 관광코스에는 어느 사찰이건 한군데 정도의 사찰은 꼭 끼어 있다. 다른 말로 바꾸면 우리 주변에는 어디에고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는 말이 될것이다. 한편으로 오랜동안 불교를 숭앙해온 한반도의 종교적 형태로 말미암아 불교 문화재는 우리 문화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다녀 올 수 있는 사찰에 담긴 의미를 차분하게 되새겨보고자 하였다. 사실, 불교를 종교로 택한 불교인들 조차도 자주 사찰을 찾지만 사찰의 각종 조형물이 갖는 정확한 의미를 알고 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인 숙명여대 정병삼 교수는 일주문을 들어서면서 부터 접하게 되는 사찰 권역의 조형물에 대하여 미술사학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사찰에 있어서의 미술사학적 접근이란 각각의 조형물이 갖는 의미를 풀어내는 일이 될것이며, 여기에는 종교라는 범주속에서 표현되는 교리가 담겨 있고, 그 교리는 도상이라는 또 다른 형식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게 한다. 사찰내의 수많은 건물들의 용도가 무엇이며 왜 그곳에는 그런 불화와 법구가 있어야 하는지...그리고 각각의 조형물은 어떤 의미를 담고 사찰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다룬 도서는 여러 종류가 출간 되었었다. 그 대표적인 책이 신영훈이 쓴 <절로 가는 마음>과 허균의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위의 두 책중 허균의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와 가깝다고 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나라의 대표적 사찰에 조성된 여러가지 불교 미술품에 대하여 왜 그곳에 있어야 하며 이름이 그렇게 불려지는 이유와 다양한 모양을 보이는 구조물들이 왜 그런 모양을 하여야만 되는지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잇다.

 저자는 오랜동안 화엄사상을 연구하였기에 불교의 교리에 비교적 밝은 편이다. 저자의 이러한 지식은 이 책이 나오기전에 <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를 통하여 이 책과 유사한 설명을 담은적이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의 오랜동안의 사찰 연구에서 습득한 사찰이 갖는 의미의 해석이며 사찰 자체를 살아있는 문화유산의 현장으로 확언할 수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사찰 초입에 다라라서부터와 부처가 안주하는 공간, 그리고 보살의 길과 부처의 가르침을 받은 부처의 제자, 또 불교의 교리를 수행하기 위한 스님들의 공간, 절을 처음 세운 조사와 짧은 세상을 살고 떠난 스님들의 자취를 담은 승탑과 비림의 순으로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을 저자는 모두 10개의 꼭지로 나누고 있는데 제 1장은 절의 형태와 변천과정을 소개하고 있고 제 2장에서는 사찰에 들어서면서 만나게 되는 당간과 일주문, 천왕문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제 3장~6장은 사찰의 중심이 되는 부처 관련 조형물에 대한 설명으로 탑과 석등, 그리고 법당과 그 안에 안치된 불상에 관한 설명, 불상 뒷편과 좌우를 장식하고 있는 탱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며 부처가 모셔진 대웅전을 비롯한 비로전, 극락전,관음전, 지장전 등의 전각에 대해 설명하고  그 절집에 모셔진 불상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돕고 있다. 제 7장과 8장에서는 주가 되는 법당과는 다른 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산신각, 독성각, 칠성각 등 민간 신앙에서 습합한 토속신앙의 기도처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부처의 가르침과 관련이 있는 제자상,나한상 등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고 있다. 제 9장에서는 이러한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수행하는 스님들의 공간을 강원과 선원, 요사채, 암자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 10장에서는 그 사찰을 처음 세운 조사를 모신 조사당과 사찰에서 생활하다 세상의 목숨을 다하고 먼저 떠난 스님들을 기리는 승탑과 비석에 대하여 친절한 설명을 하고 있다.

 뒷부분에는 권말 부록의 형태로 인도와 중국 사원의 형태와 기원에 대하여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절을 되돌아 나서며"라는 부제로 절에 들어서면서부터 느끼게 되는 수행자의 고행과 숨결속에서 자신의 청정심을 되돌아 볼 수 있는 편안함 속에서  한결 여유있는 마음으로 사찰을 떠날 수 있는 저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맛은 책속에 담긴 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사찰의 부분 부분을 담은 사진은 설명을 곁들인 참고 사진으로 훌륭하게 이해를 돕고 있다. 내용이 어려운것은 일단 그림으로 접하게 되면 그 어려움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인데 저자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었는지 다양한 사진을 참고로 활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오늘 나는 사찰에 간다>는 책 제목 처럼 당장 오늘은 아니더라도 내일, 모레....또는 그 언젠가 사찰을 찾을 때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이며 길잡이의 역할을 톡톡히 할것으로 본다.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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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1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좋군요. 감사합니다.
전에는 왜 이런 책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잘 못했을까?
어이가 없지요?^^

수수께끼 2004-07-1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닙니다. 아마도 balmas님께서 관심을 가지신 분야가 아니었기에 쉽게 찾지 못하셨던것 같습니다. 정말...이 책은 사찰이 담고 있는 세세한 분야까지도 자세하게 안내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훌륭한 안내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