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난번에 사무실을 소개하면서 눈 앞에 확 트인 전경속에 떡~ 하니 남한산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한동안 새벽에 나오지 않다가 요즘 아침 조금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하고 일상처럼 남한산성을 바라보니....아...예전의 남한산성이 아닌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한산성이라기 보다는 남한산(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산성 이름 앞에 남한이라는 지명이 붙었기에 그리 생각을 합니다)이겠고, 지난 겨울과는 달리 지금은 녹음이 우거진 활기 넘치는 산이어야 하는데 이 산이 늘 가깝게 보이더니만 최근 들어서 아주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아침에 남한산을 오르는 태양을 보면 온 몸 속에서는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부 감독들은 그렇게 떠오르는 태양으로부터 힘찬 정기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하였지요. 산 능선에 걸려 이글거림도 없이 산광되어 떠오르는 태양은 사람의 가슴속에 무엇인지 모를 瑞氣를 불어 넣어주는 느낌을 갖게 되기에 하는 말일겁니다. 그런데 그 탁~ 트였던 시야에 이제는 그물망이 가로막혀 남한산의 맑고 푸른 모습이 그물망에 가려져 어둡고 칙칙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곳 바로 옆에는 대단위 골프 연습장이 있습니다. 길이도 비교적 길어 목표로 삼는 가운데의 동그란 과녁을 맞추면 거의 300미터는 나간다고 봐야 할 정도로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넓고 긴 골프 연습장이지요. 지금은 제가 사무실을 옮긴지라 피해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실 지난번에 근무하던 사무실에는 가끔 골프장의 망을 넘어오는 골프공 때문에 주차중이던 차량의 유리가 깨어진다거나 방금 마련한 새 차도 넘어오는 공에 맞아 공 크기의 절반 정도가 함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300미터나 되는 그물망을 넘기는 골퍼라면 사실은 대단한 파워의 소유자이고 골프장 담당자를 불러 월공 방지를 위한 주의를 당부할 때도 "그 정도 넘기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는 답변을 들을 정도로 매우 드문 일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에 잔디밭에 나가보면 보통 20여개의 골프공을 줏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공들은 퇴근 시간 이후에 골프연습장으로부터 넘어온 공들이지요. 제가 매일 줏어서 모아보니 자그마치 더블백(또는 도망빽이라고 하는 군인들의 의류대) 하나 가득 되더군요. 대충 2000여개의 골프공을 모은 것입니다. 물론, 이 공들은 골프장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연습용 공이라 관계자를 불러 되돌려 주었습니다. 잔디밭에 떨어지면 다행인데 넘어오는 공들이 조립식으로 지어진 배드맨튼 연습장의 천장과 유리창에 날아와 유리가 깨어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천장에 떨어진 공은 그 충격으로 천장의 함석을 깨뜨려 그곳으로 비만 오면 줄줄 새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 내용을 몇 차례 항의도 하며 골프연습장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하여 드디어 지금의 골프 망이 있는 높이보다 10여미터를 더 높이기로 한것입니다.
초속50m/sec에도 견디도록 설계된 보강재는 지금 설치된 높이보다 10여미터를 더 올라가고 그 철탑의 아래에서 보니 꼭대기가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더군요. 전체 높이가 자그마치 80미터나 됩다니 철탑 하나의 금액도 만만한 금액을 쏟아 부은게 아니더군요. 그 덕에 이제는 넘어오는 공은 완전히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밑의 주차장에 주차하기를 꺼리던 직원들도 이제는 좋은 장소를 찾아 그곳에 먼저 주차를 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제야 안심하고 주차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모두들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사람들이 조금씩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조금씩 답답함을 느끼게 된것이고 설상가상으로 다른분의 진급과 관련된 일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진급에서 탈락되는 일이 발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연기론적인 면에 상당한 비중을 두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그 사유가 남한산의 정기가 가로막혀서 그렇다니, 아침마다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의 정기를 가슴 깊숙히 흡입하였는데 이제는 그 정기를 받지 못한다느니...
오늘 아침에는 작심을 하고 남한산성이 마주보이는 위치에 가 보았습니다. 아...역시 남한산성은 이제는 장막뒤에서 학예회 때 자신의 순서가 되기를 기다리며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대기중인 그런 모습으로 기운 빠진 몰골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중 그물망은 신록의 푸르름을 검게 위장토록 하였고, 그 그물막을 지탱하기 위한 가로로 놓인 강철 와이어는 남한산을 두 조각, 세 조각씩 통채로 잘라버리고 만 것입니다. 더구나 거의 20여미터나 더 올린 철탑은 떠오르는 태양을 찌르기라도 할듯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일부러 철거를 하기 전에는 예전처럼 맑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는 힘들게 되었습니다.
남한산의 위용이 너무도 처량하게 몰락해 버린 느낌입니다. 저도 골프라는 운동을 하지만 그 연습장은 골프를 배우거나 즐기는 사람들이 이용을 하는 곳이고, 또 이곳에 대형 연습장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연습장을 찾아 자신의 골프기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들을 하겠지요....그러나, 그렇게 오신분들이 그들로 인하여 넘어오는 공을 막고자 철탑을 올리고 그물망을 높이며, 그 속의 분위기는 높아진만큼 아늑하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통해 남한산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가슴이 답답함을 안고 생활하게 된다는것을 알지 못하겠지요. 그 연습장을 찾는 분들이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한 가지 편리함을 쫒다보면 이렇게 반대급부의 답답함이 생기게 되는 것은 대책을 요구했던 저희도 전혀 예측을 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구태어 저울질을 해가며, 차량의 안전과 건물의 안전, 그리고 부대원의 안전이 우선이냐? 아니면 탁~ 트인 조광으로 아침부터 넓고 포근한 마음속에 힘 찬 기상을 가득 담는게 우선이냐? 를 따질 수는 없을 것이지만 하나의 방편이 헤아릴 수 없는 장애를 가져 온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비단, 이곳의 일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우리네 삶 속에서 빈대잡으려다 초가삼칸 태우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는지...좀 더 다양하게 검토하고 시행을 해야하는 일은 없는지를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