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의 일입니다. 모처럼의 놀토(1달에 한번 4번 째 토요일에 공직자들은 쉽니다)를 맞아 아침부터 운동 약속이 있어서 새벽 4시경에 졸린 눈을 비비며 차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 차 앞을  다른 차량이 가로막고 서 있는데 연락처도 없고 차량의 주차 브레이크는 단단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원룸이라는 다세대 공동주택에서 차량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찾을 길이 막막하고...더구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원룸 가운데 어느 집에 입주하고 있는 사람이  차량의 소유주인지 알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어떻게 해야하나를 한참을 고민하다가 짧게라도 경적을 울려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새벽 4시경에 경적을 울린다는것은 심하게 이야기하면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을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천안 아랫쪽에 있는 약속장소까지는 최소한 1시간은 잡아야 갈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새벽을 깨는 도리밖에는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짧게 '빵!' 하고 경적을 울렸습니다. 차량의 주인이라면 자신의 차량을 빼 달라는 요청이 있을것이라 생각하여 깊은 잠에 빠지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에서의 배려였지요. 그런데 3분여가 지났음에도 아무런 반응들이 없었습니다.  또 한번...이번에는 조금 길게 '빠앙~'하고 경음기를 울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경음기를 울리고 나서는 주인이 나오는것 보다는 아침의 적막을 깨는 소리에 단잠에서 깨는 주변 사람들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어주변의 집들을 우선 쳐다보게 되더군요.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지요... 하필이면 아침 이른 시간의 운동 약속이 있는 날...제 차 앞을 가로막는 차량이 있으니 말입니다.  경음기를 울렸는데도 주변은 아무 일도 없다는듯이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드디어 4시 30분이 넘어가기 시작을 했고 저는 더욱 초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주민들이 깨더라도 차량 주인이 나오도록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크게 마음먹고는 "빠앙~~빠앙~ 빵"....  그리고는 남들이 볼새라 재빨리 차 속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몇몇 집에 불을 켜지는것이 보였습니다. 그 집들은 일어날 시간이 되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벽의 찬 공기를 가르는 경음기 소리에 보나마나 신경질적인 감정으로 잠에서 깬 것이 분명한것이니까요.  어느 집에서는 드르륵 하며 베란다를 여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이 새벽의 정적을 깨는 불한당이 어느 녀석인지 한 마디 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이겠지요.

  그런데도 차량의 주인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는 조금 간덩이가 부었습니다. 한번 더 경적을 울려야겠다고 마음먹고는 "빠앙~~~".....이 집 저 집의 베란다를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 누군가가 차량에서 나온다면 한 마디라도 할 참일것입니다. 그런데 그 때 제가 사는 건물의 지하에서 어느 여자분이 다급하게 뛰어 나오더군요. 그제서야 저도 차에서 내렸습니다. 이제는 아침을 깨는 경적소리의 어쩔 수 없는 이유를 밝힐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처음에는 제 앞을 가로막은 차량 주인에게 매우 다부지게 야단을 칠 요량이었습니다.  "죄송해요...빨리 빼 드릴께요" 그 여자분은 매우 미안한 표정으로 차 문을 열고 운전석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니..차량을 이렇게 두시면 어떻게 해요?  최소한 연락처를 남기시던가 아니면 싸이드는 풀어 놓으셔야지요" 처음에 모질게 야단치려던 생각과는 달리 조용하게 투정하는 말투를 그 분에게 던졌습니다. 너무도 미안해 하는 차량 주인에게 더 이상 뭐라 말을 할 수 없더군요.  새벽의 찬 바람을 맞으며 베란다 문을 열고 경적을 울린 차량 주인에게 한 마디씩 하려던 주변분들은 경적을 울리게 된 배경을 알게 되었겠지만 그래도 새벽의 단잠을 깨웠다는 것에 대해서는 심기가 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차량 주인보다는 베란다 문을 열고 내다 보는 인근 주민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아침에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라고 불특정 다수의 주민들에게 그 분들이 듣던 말던 큰 소리로 사과를 하고는 앞 차가 제 차 앞을 빠지자 마자 쏜살같이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정확하게 출발 시간은 04시 40분...서울서 천안 밑의 전의 부근까지 45분 내로 달려 가야 합니다. 나오자 마자 곧장 서울외곽 순환도로를 타고는 바로 경부 고속도로에 접어 들었습니다. 새벽인데도 왜 그리 바지런한 사람들이 많은지.... 고속도로는 생각처럼 그렇게 텅텅 빈게 아니었습니다.  차에 있는 시계는 어느덧 5시에 가까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시간 싸움이고...약속된 시간에 도착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앞에 달리는 차량을 하나 둘 뒤로 하고는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부모님 상을 당해도 지켜야 한다'는 운동약속이기에...더구나 오늘은 잘 모르는 분들과의 운동이기에 시간을 어긴다는 것은 이만 저만한 낭패를 당하게 되는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고속도로에서 비켜주지 않는 앞차를 피해 차선을 옮기며 달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데 저는 단지 찻속의 시계만 보면서 달려야 했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지금 망향휴게소니까 최소한 얼마는 걸리겠다-- 이런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속도계를 보는 순간 저는 까무러칠뻔 했습니다.  속도계의 바늘은 정확하게 200을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시속 200Km.....  난생 처음 이런 속도를 내게 된것입니다. 제 차가 200Km까지의 속도가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최고 속도는 220Km로 되어 있지만  이런 속도로 달리고 있는줄은 미쳐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남천안I/C를 벗어나 국도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7분 전....  옷을 갈아입는둥 마는둥 출발 지점에 가니 정각 5시 37분이었습니다.  겨우 시작 시간을 맞춘것인데 일행에게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니 오히려 제 무안함을 희석시키려는듯" 아니다..괜찮다..."라고들 말씀 해 주셨습니다.  새벽 4시부터 1시간 30분 사이에 일어난 일들...운동을 하면서 그 일들이 머릿속에서 맴맴거리니 운동이 잘 될리가 없는것은 당연하고...새벽에 인근 주민들의 잠을 깨운것도 그렇고,  시간을 맞추느라 달려 온 속도도 감히 상상도 못할 속도였기에 이 자리에 서 있다는것이 정말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저는 운이 좋아 그런 과속을 하면서도 사고가 없이 약속 시간을 맞출 수 있었지만,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합니다.

  운동 중반에는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의 평안을 찾아 그런대로 운동도 마치고 즐거웠던 뒷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났던 일들이 정말 꿈 같이만 여겨지는 가운데 저로 인해 아침잠을 설쳤을 주변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주차 공간의 협소로 어쩔 수 없이 다른 차량을 가로막고 주차를 해야할 경우의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아마 그 차량의 주인도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 주차장과 접해있는 도로는 약간의 경사가 있어 주차 브레이크를 풀어둔다면 자칫 차가 굴러 갈 위험이 있는 지형이기에 어쩔 수 없이 주차 브레이크를 당겼을 것입니다. 아침에 워낙 급한지라 제대로 말씀도 못드렸지만 후에 얼굴이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오늘 아침에 잡을 깨워 미안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 드려야 할것 같습니다. 새벽에 자신으로 인해 주민들이 깨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무척 당황하고, 미안해 하며 무안한 표정을 지었던 그 분의 처지가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추신 :  저는 어찌하다보니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렸는데 여러분들은 정말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지금 생각해도 "괜찮았다"라는 생각보다는 "사고가 나지 않은것이 천만 다행이었다"는 생각뿐이랍니다. 차량을 운행하시는 분들!!!   안전 운전 하세요~~^&^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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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5-2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날 뻔 하셨네요!
과속감지 카메라에 잡히지는 않으셨는지요? ^^

비로그인 2004-05-2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길래 말입니다. 하마트면 두번 다시는 알라딘의 제 서재에 오지 못할뻔 했죠? 글쎄요...과속 카메라에 찍혔다면 며칠 기다려야 올텐데....제 차에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의 GPS가 달려 있어 조심은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새로 나온 번호판은 감지를 못한다던데.....만약, 위반 사항이 적발 되었다면 당연히 댓가를 받아야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