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남한산이 한눈에 들어오던 곳에서 도심속에 자리잡고 있는 봉원사(koex 앞의 절) 처럼 조용하고 아늑한 곳의 2층이 제 사무실입니다. 12만 여평의 대지중에 유일하게 제 사무실 가는곳은 전북 부안의 내소사 입구처럼 양쪽으로 커다란 소나무, 플라타나스, 떡갈나무 등등이 늘어선 길을 따라 500m 남짓을 들어간 호젓한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2. 여러 가지 마음이 아파야 했던 일들이 정리되고 이런 호젓한 곳에서 시간이 나면 책이나 볼 기회를 갖게 된것이 제게는 늘 원했던 일이라서 나름대로 만족을 하고 있었습니다. 창문을 통해서 보면 구리  판교간 고속도로의 남한산성 램프와 수서 분당간 도시고속 도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아주 멋진 곳이지요. 단 한가지 흠이 있다면 창문을 열면 차량이 질주하는 소음이 조금 귀에 거슬리는 정도이지만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듯 하답니다.

3. 제가 이 사무실로 옮긴것은 지난 4월 26일 이었고 그날은 마침 비가 내리던 날이라 비록 약간의 흙이 차바퀴에 뭍어도 숲길은 새로운 생명의 보금자리인냥 그렇게 푸르게 가슴속에 다가왔었고, 흐느적 거리는 봄 비 마져 저를 반기는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창문의 방향이 서남향이라 비교적 오후의 햇살을 많이 받을것 같았으나 비가 오는 창문을 통해 바라다 보는 도로의 모습은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4. 지난주중에는 정말 날이 좋았지요....  봄 날씨 치고는 덥다고 느낄 정도로 화창한 날이기에 두개의 창문을 활짝 열어 두었습니다. 싱그러운 바람이 사무실을 가득 메우는 느낌으로 왠지 상큼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책상에 앉아 제 일을 하며 시간이 조금 흘러가면서 저는 이상한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디서 거름 냄새 비슷한 냄새가 나는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저는 단지 어디에서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잠시 거름을 주나보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5.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러 가자고 사무실 직원이 왔길래 방문을 나서면서 " 참 좋다, 조용하고...서울 시내에 이렇게 절간 처럼 조용한 곳이 우리 부대속에 있었던것을 몰랐었네..."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바깥으로 나 있는 계단을 내려가는데 역시 예의 그 거름 냄새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무슨냄새지?  거름 냄새 같기도 한데??" 라고 일행에게 말하자 "아...그건 바로 저기 있는 밭에서 나는 계분 냄새입니다" 라고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5. 가만히 아래쪽 담장 넘어를 보니 도로와 사무실 사이에 담장을 벗하여 작은 밭이 있는데 고랑이 파여있고 열병하듯 비닐로 덮여있는 밭 이랑 가운데에 동그랗게 공간이 나있는 것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무슨 채소인지는 모르지만 봄이라서 파종을 하고 계분을 뿌린 모양이더군요. 제가 처음 창문을 열었을 때는 냄새를 느낄 수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후각이 마취가 되어 잘 느끼지 못했던 냄새는 바로 계분 냄새였던 것입니다.

6. "에고...어쩐지 경치가 좋다 했더니 망했구나..."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맴돌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심정을 알기라도 하는듯 " 봄에는 잠시 냄새가 나는데 채소가 자라고 풀이 무성해지면 냄새가 사라져서 괜찮아집니다" 하는 것입니다. 어쩔수 없이 송화가루가 이리저리 날리는 봄 동안에는 맡아야만 한다는 말이겠지요.

  오늘은 서울 시청앞에 녹색광장이 마련되어 시민 누구나가 그 공간에서 마음껏 자연을 만끽하게 된 날입니다. 아직은 분수와 잔듸가 전부이지만 이제 나무도 심어 제대로 가꾸게 된다면 센트럴파크 처럼 아름다운 도심속의 공원이 되겠지요. 비록 계분 냄새가 난다고 해도 서울 시내에서 이렇게 호젓한 숲길을 걸어 사무실에 이르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길섶 좌우에는 할미꽃을 비롯하여 민들레가 하얀 덩어리를 만들고( 민들레중에는 흰색, 노랑색만 있는줄 알았는데 빨강색 민들레도 보았습니다) 산딸기가 노란 꽃을 피우고는 '조금만 기다리면 맛있는 열매를 주마'고 이야기 하는 듯한 숲길...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릴수 있음은 제게는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제 사무실 지역을 <체육부대 속의 조계사>로 명명을 하였습니다. 그만큼 독립건물이 호젓한 숲속에 있으니 마치 절과 같이 느껴지니 말입니다. 그깟 계분이야 자연에서 얼마든지 맡을 수 있는 우리의 냄새이고 일부러라도 맡고자 하는 냄새니까 말입니다.  그런데.....한번 생각해 보시겠어요?  손님이 제 방을 방문 했을 때 계분 냄새를 맡으며 커피건 녹차건, 생강차건 차를 마신다는것이 정말 잘 어울릴까요??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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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 정말이지 누구를 초청하기 전에는 제 방에 들리는 사람들이라고는 결재를 위한 사무실 사람들 뿐이랍니다. 특히 독립건물로 입주 인원도 극소수인지라 막말로 도나 딲으면 될성 싶습니다. 계분은 바로 인근의 꽃단지에서 필요로 하여 만들고 있는 퇴비라고 하는데 자꾸 맡다보니 이제는 제법 익숙해 진것 같습니다. 어디...서울에서 이만한 공간을쉽게 갖을 수 있겠어요? 이마저도 제게는 행운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