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전부터 어느 미용학원에서 저희에게 무료 이발을 해 주고 있습니다. 병사들이니 주로 미용학원은 여성이 다니는고로 그들이 와서 아리따운 손으로 머리를 만져준다니 얼마나 신이 나겠습니까?  저도 식당에서 보니 매주 목,금 이틀간 얼굴이 바뀌며 부대에 봉사하러 오는 여성들을 보니 한결같이 현대 미인들이었습니다. 다른날은 이발소가 썰렁한데 이들이 오는 날이면 이발소가 미어터지고 어떨때는 밖에서 줄까지 서서야 겨우 이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뭐...서울에 있다고는 하지만 매일 나가서 이성을 접할수 있는것도 아니니 병사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아리따운 아가씨와 말 한마디라도 나눌수 있는 기회가 되니 얼마나 신이 나겠습니까?  어떤 녀석은 아직 깎을때도 멀었는데도 매주 이발소에 나타나는 녀석도 있답니다. 하여간 이용학원의 연수생들은 상당히 기대를 하고 기다리는 그런 상태가 되었습니다.

3. 저희 식당은 매우 크고 간부들이나 사병들이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 가만히 병사들을 보니 이상하게도 머리를 거의 빡빡으로 하고 다니는 녀석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기 시작하는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다짐...(사실, 신년 초이고 해서 새로운 각오로 새출발 하려는 의지로 알았습니다)의 표시인줄 알고 그냥 지나쳤는데 요즘 부쩍 빡빡머리가 많아진 것입니다. 그래서 몇 녀석을 불러서 물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쭈삣거리며 머뭇거리던 녀석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4. "이용원에서 오신분들이 머리를 깎은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요기조기를 손을 대다보니 더 뵈기싫어져서 아주 빡빡 깎았습니다" 는 말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이용원에서 오시는 분들은 이제 막 이용술을 배우시는 분들인데 아직은 머리 모양에 맞게 잘라주는 능력은 조금 뒤지는 모양입니다. 여자나 남자나 원래 자신의 머리 스타일이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저희부대는 <상무>라는 이름을 가진 운동선수들이라 나름대로 펜들도 확보하고 있는 상태이며 가끔은 TV로 경기모습이 중계도 되고는 하는데 보기싫은 머리모습 보다는 아예 빡빡 밀어버리는것이 펜들에게는 더 신선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5. 참...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고녀석들...자업자득이다.."라는 고소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를 찾는 이용원들의 작업 한계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가서 머리 손질을 부탁하여 그 분들의 능력에 맞게 인원수를 조절하기도 했지만 그 말을 듣지 않고 와르르 몰려가서 머리를 디밀더니 결국은 낭패를 본것이지요...  한편으로는 자원봉사하시겠다는 그 분들에게 이 일을 어떻게 잘 설명을 해야하나도 큰 문제로 남았습니다.  "머리를 잘못 자르니 다음부터 오지마세요" 라고는 할 수 없고....   지금부터 무슨말로 잘 설명을 해야할지를 고민해야 할것 같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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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2-23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들러 글을 읽게 되었는데요.
서로 다른 세대이며, 완전히 다른 직업을 가지신 분의 일상을 이렇게 들을 수 있어, 신선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비로그인 2004-02-23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와는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집단이라는 군도 똑같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작은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입니다. 님의 말씀처럼 어쩌면 조금은 낯설고 생경한 모습들로 비치기도 하겠지만 똑 같은 인간이 숨쉬고 살아가는 모습.... 그 모습은 삶과 투쟁하는 모습이 아니기에 조금은 색다르고 재미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주 오셔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