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료 한사람이 상관으로 부터 심하게 꾸중을 듣게 되었습니다. 눈이 온 뒤라 눈을 치워야 하는데  다른 부서는 모두 열심히 눈을 치워 깨끗해졌지만 이 친구의 담당구역은 아주 엉망이었던 것입니다. 모래를 쌓아둔 약간 높은곳에 올라가서 야단을 맞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제가 보기에도 미안하고 안스러울 정도로 딱해보일 정도였지요. 키가 자그마치 188이나 되는 이 친구는 그렇지 않아도 구부정하게 여겨지는 허리를 꾸중을 듣는 동안 더 구부리고 있는것 같아 보였습니다.

2. 상관이 야단을 마치자 이 친구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어디어디를 어떻게 작업하라는등 작업 지시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나무람을 마친 상관은 모래언덕의 약간 낮은 곳....제 동료의 뒷편으로 돌아가서는 반대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참 작업지시를 내리던 제 동료가 좌우를 둘러보더니만 대뜸 "XXX 일마 이거 어데갔노?"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키였던 상관이 모래언덕의 약간 낮은쪽 뒷편으로 내려갔으니 높은곳에서 휘휘 둘러본들 눈에 들어올리 없고 보이지도 않으니 이 친구는 아마도 상관이 자리를 떠난것으로 착각을 하고는 마음놓고 한 마디 던진것 같았습니다.

3. "나 여기있어....왜??"  등 뒷쪽에서 자신이 어디로 사라졌는가를 묻는것임을 알아차린 상관이 그렇게 말하고 나타나자 옆에서 지켜보던 저도 "이크...이제 난리가 나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고...죄송합니더....저는 키가 작아 안보이는줄 모르고 가신줄 알았심더....용서하이소..." 큰 키를 읍조리며 연신 죄송함을 아뢰는 동료를 보면서 그 상관은 아뭇소리 안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어쩌면 속으로는 부하의 큰 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20여센티미터나 작은 자신의 작은 키에 대해 비관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 위기는 그렇게 해서 끝이 났습니다.

4. 상관이 떠나간 후 저는 그 친구에게 다가갔습니다. 모자를 벗어든 그의 훤한 앞 이마(그 친구는 대머리는 아니지만 앞이마가 약간 넓었습니다)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습니다. 늘 서글서글했던 경상도 사나이도 자신의 실수에는 안절부절했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더이상 나무람이 없이 끝나고 말았지만 상하가 분명한 조직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야...너 천당갔다 온줄 알아라..."  제가 그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그 친구는  "아이고...아까 지는 죽는줄 알았심더..." 라고 말하면서 박장대소 하는것이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오면서도

"XXX...일마 이거 어데갔노??"

"나...여기있어...왜?"    이 두마디 대사가 자꾸 떠올라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 如       村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04-01-1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갖고 있는 컴플렉스 중의 하나가 관용인데, 그 상관은 부하한테 관용을 베풀었군요.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 신, 인, 용, 엄 중에서 인과 엄의 조화가 어려운데.....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 하면 쉬운 것을 두개의 조화를 갖으라 하니 난감합니다. 어찌하였던 웃음으로 끝을 맺으니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