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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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표가 여행을 가보지 않은 나라도 마치 여행을 해 봤다고 느낄 정도로 여행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많이라고 하기보다 '전부 다'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이유인즉, 여행을 하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유럽이라도 여행할라치면 긴 휴가는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젊으니까 돈이야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니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모처럼(?) 다니게 된 직장을 또 다시 여행 때문에 때려치는 것은 무모하다. 이런 내가 그나마 해소하는 방안이 바로 '독서'다. 여행을 다녀 본 이들이 글과 사진으로 엮은 작품을 읽는 것 말이다. 여행책은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런데 많이 읽다보면 몇몇 책 속의 내용이 어딘가 진솔하지 못하고 거품이 가득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다독의 부작용이자 장점이랄까....

 

이 책을 읽고 수다형식의 구성에 신선함을 느꼈다. 물론 탁PD의 팟캐스트 방송을 그대로 책으로 엮은 것에 불과하지만, 색다른 시도였고 전혀 거품과 가식을 느낄 수 없었기에 재미있었다. 보통의 여행책처럼 저자 한 명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여행에 대한 수다를 책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신나는 일 아닌가?

 

브라질, 인도, 제주, 페루, 호주, 영국, 파키스탄, 이탈리아, 인도차이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뉴질랜드를 주제로 각각의 방송을 책 한 권으로 엮었다.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바로 '뉴질랜드'. 사실 뉴질랜드에 대한 여행책은 읽어본 기억이 없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나라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하고 잘 알고 싶지도 않은 나라라서.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뉴질랜드의 수다를 책으로 읽으니, 얼마나 자연환경이 경이로운 나라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인구 밀도가 낮고 도시보다는 자연적인 환경이 대부분이지만 심심할 수 없는 매력적인 곳. 어쩌면 내가 원하는 이상향은 이런 곳은 아닐까....

 

또 영국에서 10개월 간 살면서 내가 느꼈던 부분을 영국 수다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문화적으로는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으나, 고정방식화 되어 있는 영국인의 젠틀함은 사실 전혀 느낄 수 없고 우리나라와는 상반되는 답답한 A/S문화... 누군가 영국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으면 당최 이해할 수 없었던 나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님을 이 책으로 영국에서 다년간 살아온 사람의 말을 통해서 확인했다. 잠깐 여행하기에는 좋은 나라지만, 살기에는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나라라고 말이다.

 

책이 시리즈가 아니라서 이 한 권이 전부라는 게 너무 아쉽다. 좀 더 많은 나라를 수다로 접해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바로 내가 원하던 스타일의 여행책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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