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의 내용구조에 들어있는 게 착하지만 장가를 못 간 총각 (뭔가 사회적 요건에서 부족한 부분이 보이게 되는 거지요)이 우연히 우렁이를 데려왔는데 그게 나중에 알고 보니 용왕님의 딸이더라...여기에 꼭 등장하는 게 몰래 훔쳐보기잖아요.
이 비슷한 다른나라의 이야기로 딱 떠오르는 게 일본의 두루미 아내랑 우크라이나의 민화 오리소녀(또는 백조소녀)가 있네요.
두루미 아내 - 세계의 옛이야기 6 /일본 / 비룡소
야가와 수미코 글,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김난주 옮김
오리소녀 - 한림출판사 달맞이 그림책
올가 자쿠토비치
둘 다 착하지만 가난하고 장가를 못간 총각 (두루미 아내), 자식이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오리소녀) 가 주인공으로 우렁각시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두루미 아내의 내용은 다 아시지만...
두메 산골의 총각 요헤이가 화살을 맞은 두루미를 구해주고, 두루미는 그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사람으로 변신하여 요헤이의 색시가 됩니다.
두루미는 생활이 어려울 때 베를 짜서 요헤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 줍니다. 대신 두루미는 베를 짜는 동안 방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부탁하며 사흘 밤 사흘 낮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베를 짰습니다. 베를 비싼 값으로 팔게 되자, 요헤이는 베를 더 짜서 부자가 될 꿈을 꿉니다. 그리고 절대로 들여다보지 않기로 한 약속도 어기게 됩니다. 피를 흘리며 베를 짜던 두루미는 약속을 슬픈 맘으로 하늘로 날아가 버립니다.
오리소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식이 없이 살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느날 다리를 다쳐 무리와 함께 떠나지 못하고 뒤쳐진 오리를 발견하여 그 오리를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일을 하고 돌아오니 집안일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지요.
그런 일이 두번이나 있은 뒤 사흘째 되던 날 몰래 숨어서 지켜보니 왠 예쁜 소녀가 집안에서 나와 일을 하는데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오리에게 만들어 주었던 오리둥지를 불태워버리지요.
사실을 알게 된 오리소녀는 같이 살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부탁을 뿌리치고 다시 오리가 되어 날아가버립니다.
( 이 오리소녀 이야기는 한림에서 나온 달맞이 그림책인지라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구입을 할 수는 없는 책입니다)
이 두 이야기가 우렁각시와 다른 것은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나중에 결국 떠나버리니까요.
또 두루미 아내의 경우는 사람으로 변하여 찾아왔다는 것이 틀리구요.
하지만 동물이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하여 찾아왔다는 점,
삼세번이라는 반복횟수 등이 우렁각시와 비슷하다고 여겨지네요.
그런데 확대해서 더 생각을 해보면 그림형제의 [빨간장미와 하얀 눈]이야기도 우렁각시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추운 겨울밤 배고프고 추워서 찾아온 곰에게 동정을 베풀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곰이 멋진 왕자님이어서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또 스코틀랜드의 민화 [노르웨이의 검은 황소]도 동물이었는데 나중에 왕자님이더라...라는 면에서는 비슷한 점을 억지로 꿰맞출 수 있을 듯 싶구요.
너무 억지스럽다구요?
두 이야기가 생각이 안나시는 분들을 위한 서비스 ^^
빨간 장미와 하얀 눈 - 숲 근처 오두막에 엄마와 살고 있는 착하고 예쁜 두 자매 빨간 장미와 하얀 눈.
추운 겨울밤, 한마리의 곰이 춥고 배가 고파서 이들의 오두막을 찾아왔습니다. 겨울 동안 함께 지내던 곰은 봄이 오자 고약한 난쟁이들로부터 보물을 지키기 위해 떠났습니다.
우연히 숲속에서 난쟁이를 만나게 된 두 자매는 곤경에 빠진 난쟁이를 도와주지만 난쟁이는 도리어 화를 내지요.
보물을 훔쳐간 난쟁이를 곰이 죽이게 되자 짜잔~~ 곰은 멋진 왕자님으로 변하여 하얀 장미와 결혼을 하지요. 동생인 빨간 장미는요, 왕자의 동생과 결혼을 하구요. 겹사돈이 된 셈이네요 ^^
노르웨이의 검은 황소 -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세 딸 중의 막내인 페기는 자신이 원하는 신랑은 착하고 자신을 사랑해주기만 하면 되는 사람, 설령 검은 황소라 해도 좋다고 말합니다.
진짜로 페기에게 온 운명의 신랑감은 검은 황소였습니다. 밤에는 멋진 공작으로 제모습을 되찾는 검은 황소는 페기를 등에 태우고 사흘동안 큰형, 작은형, 막내동생 집에 묵으며 먼길을 간 뒤 골짜기의 수호자와 싸움을 하게 됩니다.
싸움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그만 페기가 움직이는 바람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만 결국 페기는 무사히 노르웨이 공작과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의 [구렁덩덩 신선비]와 상당히 비슷한 이야기이지요. 또 그리스 이야기인 [설탕으로 만든 사람]과도 비슷하구요.
좀 황당하다 싶긴 해도 똑같은 구조의 이야기를 찾기보다는 그 이야기의 여러가지 구조 중에서 다양한 유사점을 찾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저리 구색을 맞춰보면 어떨까 싶어요 ^^
옛이야기들은 나라는 다르지만 서로 조금씩 조금씩 비슷한 면이 있고 주제도 비슷하고 시작은 다른데 같은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그렇잖아요. 그러니까 목에 걸면 목걸이 귀에 걸면 귀거리 코에 걸면 코거리라고 말할 수도...
사실 두루미 아내는 [나뭇군과 선녀]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전 또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냥 제 생각이었습니다...^^;;
- 잠수네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