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기 - 어떤 기이한 음모 이야기
게르하르트 J. 레켈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홀짝 홀짝, 엄마나 아빠가 마시던 커피를 조금씩 받아마시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난다.
그 쓴맛이 무엇이 그렇게 좋았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관심이 있었던 부분은 쓴 커피가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어른들의 세계가 아니었을까.
본격적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때 시험기간에 잠을 쫓기 위해서.(라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마시고 싶어서든, 아니든, 어떤 이유이든 간에 두잔씩은 꼭꼭 마시는 것 같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까페를 가면
가장 무난한 메뉴가 커피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아, 나 역시 커피중독자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달짝지근한 커피한잔이 간절하게 떠오르는 이 소설 "커피 향기"는 독특하게도 커피스릴러 소설이다.
 
없으면 죽는 것은 아니지만, 없으면 불안한 것 중 하나가 커피.
밤생활자들에게는 거의 일용할 양식이나 다름없고,
창작업 직업인들에게는 이미지만으로도 빠질수 없는 것도 커피.
밤생활자이자, 창작업 직업인인 나 역시도 밤새 달고 살아야하는 커피.
만약, 세상에서 커피가 사라져버린다면?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 맛있는 음료, 맛있는 차는 다 있는데, 커피만 사라져버린다면?
그런 일이 혹시나 벌어진다면, 바로 요런 사태가 벌어진다.
 
대규모 커피전문점들의 커피콩에 누군가가 독을 집어넣고, 사람들이 심장을 부여잡으며 쓰러진다.
사람들은 모두 커피 마시기를 꺼려하고, 커피를 마시지 못한 사람들과 사회는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여기에 광적인 커피 신봉자인 커피 로스터는
자기 아들 역시 커피를 마시고 심장발작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으로 오인받게 되고,
어떻게서든 기사를 따내야하는 말단 여기자와 함께 독일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은
커피 스캔들의 배후 인물을 찾아나선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의 커피지론과 커피에 관련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운 소설.
그러나, 막상 본 이야기 자체는 그닥 흥미롭지 않다.
커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은 무모한 음모론이라 생각될 정도로 비약적이기도 하고,
얘기를 풀어가는 구조에 구멍이 나있듯 허술하고 모든 이야기가 무척 술렁술렁 넘어가서
얘기를 끼워맞추고 뒷부분을 상상하면서 보는 재미로 보는 스릴러적인 묘미는 거의 없으며,
멍청해서 비호감인 여주인공, 그리고 매력적이려다 말아버린 남주인공 역시 그닥 흥미롭지는 않다.
책 분량도 얼마 되지 않고, 읽기 쉬운 책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확 끌어당기는게 없어서인지 괜히 오래 붙들고 있었다.
 
읽는 내내 나도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커피에 대한 나름대로의 여러가지 생각을 했는데,
묘하게 다 읽고나니 머릿속이 텅텅 비어서 리뷰는 여기서 그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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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0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향기만 맡고 마셨군요^^;;;

하이드 2006-10-02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마시면 와인을 못 마셔요. 아.. 오늘 밤은 와인을 포기하고 커피를 마실까봐요 ^^

Apple 2006-10-0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그런기분입니다.^^;;헤헷...
하이드>>어랏..그런가요? 저는 술을 안마시기 때문에 잘 몰랐어요...^^;;케케..
 

 

 

 

 

책이나 몇권 살까 싶어서 주문했는데,
추석연휴의 폭풍으로 인한 배송의 압박!!!
오늘 주문해도 10월11일에 받는다!!끄악!!!ㅇ.,ㅠ
추석을 새책과 함께 보내려고 했는데잉....ㅠ ㅠ

현재로써는 열렬한 기대작은 핑거스미스와 도플갱어.
뒤늦게 찾아보니 핑거스미스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드라마도 찾아서봐야겠다.
빅토리아풍 레즈비언 스릴러라니.... 완전 내 취향이셔~♥
교고쿠도 시리즈와 함께 주문하려고 했지만,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해서
일단 이것부터 주문하고 가뜩이나 비싼 책-적립금으로 지르리라....음화화화화화
다들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군요...^^보고싶어요...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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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29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추석 지나고 주문할 생각입니다. 쿠폰땜에 질러야 하는 거 빼구요.

Apple 2006-09-2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ㅅㅠ으흐흐흐....저도 그러려고 했지만, 좀 기다리는것도 나쁘지 않을것같아서요...
 
나는 살인한다 2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스릴러 영화라던가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경찰이나 형사, 탐정들은 왜 하나같이
과거의 상처를 가지고 속세에서 떠나있다가 한가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것일까.
아마도 그들이 이제부터 풀어가야할 과업에 운명적인 무언가를 덧씌우기 위해서일까.
수백 수천번도 더 나온 식상한 도입부이지만, 시대를 가리지 않고 아직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는 도입부.
무척이나 통속적인 스릴러 소설인 이 소설 "나는 살인한다"에서 주인공 프랭크 역시
속세를 떠나있다가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주인공이다.
어쩌면 이렇게 고전적일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 추리소설에서는 잘 쓰지 않는 모든 것을
이용하고 있는 이 소설.
홈즈와 아가사 크리스티 시대에나 나왔을 법한 다잉 메세지도 뻔뻔스럽게 나오고,
촌스럽다 싶을 정도로 음악에 메시지를 부여해 살인을 예고하기도 한다.
아주 뻔한 장면에서 뻔한 속임수를 써서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도 한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무척 미국스럽다는 점인데,
유럽에는 유럽에 맞는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또 미국소설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써는
무척 불만스러운 점이다.
주인공부터 반쪽은 미국인인 FBI요원이고, 시도때도 없이 미국인들이 줄줄 등장하며,
사건의 진행방식 역시 미국 스릴러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왜 이 작가는 이야기가 이탈리아에서는 머물지 않는 것이냐?)
이탈리아 작가라면, 좀더 이탈리안의 맛을 내주었으며 좋았을텐데,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에서 얼핏 느꼈듯이,
마치 이 작가는 미국에 대한 환상(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식 스릴러에 대한 환상이랄까.)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
게다가, 비록 이 책이 먼저 나왔더라도,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에서와 비슷한 관계설정이 꽤 많아서
(주인공 설정이라던가, 부자들만 죽어나가는 살인사건 등등-)
나는 투덜거리면서 읽게 되었다고-.
 
 
이렇게 여러가지 마음에 안드는 점, 이 모든 통속적인 점을 콕콕 찝어가면서 투덜거리면서 보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반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치도록 재밌다는 것이다.ㅠ ㅠ흐흑....
뻔할 뻔자의 통속적인 주제를 놓고도, 손에 땀을 쥐고 보면서
또 한편으로는 투덜거리면서 볼수 있게 만드는 것은 작가가 글을 무척 잘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적당히 속도감 붙으면서, 흔한 미국 스릴러 소설처럼 간단한 문장구조가 아니라,
나름대로 멋을 부리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놓은 감상적이고 화려한 문체 때문에
오히려 감정이입도 쉬웠고, 글에 품격같은 것도 느낄수 있었달까.
이렇게 욕하면서 보면서 재밌었던 책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온 세상의 온갖 부자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한 라디오방송국.
어느날 인기 디제이 장루 베르디에는 방송중에 괴한의 전화를 받는다.
괴한은 자신을 하나이자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 밝히며,
"나는 살인하오."라는 말과 전화기 너머로 아련히 들려오는 음악소리로 알쏭달쏭한 말을 하고 끊어버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해자의 얼굴가죽을 벗겨내가는 끔찍한 연쇄살인.
전직 FBI인 프랭크와 모나코 경찰들이 수사에 나서면서 밝혀지는 좀더 복잡다난한 이야기들.
잡을만 하면 사라지고, 형체를 알아볼수도 없는 이 연쇄살인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풀어나가는 소설.
 
좀더 유럽식이었다면 좋았을걸...하는 부분은 우아한 문체로 일단 해결이 나고,
개인적으로 아쉬워서 계속 투덜거리고 있었던 부분도 재미있으니 용서가 되고,
800페이지나 되는 긴 분량도 흥미진진하므로 지루한 감이 전혀 없다.
범인에 대한 설정, 혐오감과 함께 처연한 감정이 뭍어나는 감정선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잔혹한 살인자임에도 미워할수 없는 범인-
오히려 그 연쇄살인마보다 더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인간들.
중간 중간 끊어질듯 이어지는 살인자의 고독한 감상은 어쩐지 마음이 아파지기도 했다.
조금만 더 보여줘... 조금만 더...라고 외치면서 나는 살인자를 맞대면하고 싶었다.
 
이 작가의 좀 더 후기작인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에 뭍혀서 관심도 못받는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보다 훨씬 뛰어난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관심을 받는 작가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우리나라에서 볼수 있었을텐데....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작가인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같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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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2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제목이 덜 선정적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Apple 2006-09-2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헤헤...^^
 
헤드크러셔 밀리언셀러 클럽 45
알렉산더 가로스.알렉세이 예브도키모프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악명 자자한 러시아산 스릴러 헤드크러셔.
난독증 유발이 의심되어 읽다가 포기해야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는 쉽게, 그리고 빨리 읽었던 것같다.
그도 그럴것이, 글속에서 헤메지 않을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기도 했고,
자주 비교되는 척 팔라닉과 견주어봐서도 이 쪽이 훨씬 잘 읽혔기 때문이다.
(척 팔라닉의 난독증 글을 읽다보면 이정도로만 해줘도 감지덕지.ㅠ ㅠ
딱 요정도로만 써줬어도 나는 척팔라닉의 광팬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파이트 클럽"과 "아메리칸 싸이코"와 비견된다는 보도자료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척팔라닉이 아메리칸 사이코를 쓴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싶은 마음이 들었다.
 
REX 은행 홍보실 카피라이터로 일하고있는 주인공 바짐은
사회에, 회사에, 세상 모든것에 불만이 많은 젊은이이다.
사회주의체제안에서 정해진 루트를 따라 가면 당연히 성공길이 열린다고 안일하게 믿었지만,
사회는 갑작스럽게 자본주의사회가 되어버리고, 바짐은 경쟁을 해야할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니 당연히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자신이 좀더 대단한 인물이 될수있을거라고 철썩같이 믿었건만,
경쟁사회로 나와보니 자기는 아무것도 아닌 말단직원에 불과해져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먹고 살아야하기에, 윗선에 불만을 토로할수도 없고,
바짐의 내면은 점점 사회와 가진자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삐딱한 욕지거리로 난무하고,
상사는 갈구고, 자존심에 상처가나는 욕을 들어먹으면서 회사를 때려칠수도 없고-
시간이 날 때마다 바짐이 하는 짓이라고는 상사 욕, 직장 동료 욕을 컴퓨터에 질펀하게 늘어놓고,
가끔씩 들여다보며 낄낄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왔으면 인터넷에 악플다는 놈이 바로 요런 놈이 아니었을까싶다.
 
자, 악명이 자자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기까지,
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이 무려 130페이지에 가깝다는 점이다.
앞부분을 얼추 "그래그래. 그래쪄?"하고 넘어가다보면 진짜 이야기가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여기부터는 훨씬 스피디하게 진행되어서 훨씬 읽기 수월하다.
 
어느날 한가한 밤 할일없이 거리를 배회하다가, 충동적으로 아무도 없는 회사 사무실로 돌아간 바짐은
그간 자신이 컴퓨터에 저장해놓았던 욕지꺼리를 꺼내보며 낄낄댄다.
중간에 화장실을 갔다 돌아와보니, 맙소사-
자신의 상사가 사무실안에 홀연히 켜진 자신의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열받은 상사에게 인간이하의 욕을 얻어먹으면서, 참고 참았던 스트레스가 한번에 폭팔-
우발적으로 상사를 살해하고 만다.
 
그래. 한번이 어렵지 두번째부터는 훨씬 쉬워진다.
한번의 살인으로 이성이 우주로 날라가버린 바짐은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또다시 살인을 자행하고,
그후부터는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정말로 막가는 인생이 되어버린다.
어쩌다 얻은 총 한자루로 자신감이 채워지고, 몇번의 살인으로 세상 무서워질게 없는 이 젊은이는
이제는 길을 가다가 마음에 안드는 사람도 그냥 죽여버린다.
한번의 살인 이후, 그의 인생은 점점 그가 즐기는 "헤드크러셔"라는 게임과도 같아진다.
장애물 발견. 빵빵!!
스트레스의 폭팔. 누군가를 죽이고 나서 내가 위로 올라갔다는 쾌감.
게임에서 괴물을 헤치우듯이 앞길을 가로막는 것들을 다 없애버리면 된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귀찮으면 없애버리면 된다.


거울속의 자기자신을 바짐은 도플갱어라 부른다.
자기 내면안에 꼭꼭 감춰둔 오만방자하고 폭력적인 자기자신을.
몇번의 살인으로 도플갱어는 점점 바짐의 목을 졸라오고, 결국은 지배당하게 된다.
이성을 놓아버리고 터무니없는 자신감에 들떠 가속화되는 인간의 몰락.
바짐은 자유를 얻었지만, 그 댓가로 인간이 되기를 포기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속의 바짐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이런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은 종종 있다.
불만, 스트레스, 또다시 불만, 욕-
그것은 또다른 이름의 열등감이다.
돈도 되고 빽도 되는 집안에서 태어나 남 부러울 것 없이 하고싶은 걸 다 하고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바짐이 욕하는 진짜 이유는 그게 너무나 부럽기 때문이 아닐까.
조금 더 초연했더라면, 조금더 만족했더라면, 그리고 조금 더 질투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
사실 따져보면 바짐도 그리 못난 놈은 아니다.
배운거 많고, 직업 반반하고, 먹고살기 빡빡할 정도로 박봉도 아니고, 몸매좋은 디자이너 애인까지 있는데-
경비원의 말처럼, 타인의 눈에는 그가 은행에서 일한다고 거드름 피우며 다니는 인간으로 보일지도 모를 일.
 
바짐의 투덜거리는 말을 듣고 있다보니, 소설 전반에서 스트레스가 줄줄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런 점 또한 소설의 긴장감을 배가 시키는지도 모르겠다.
무척 잔인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한 기분도 들었던 이유는
이것 역시 그냥 살아가기에 급급한 내게는 하나의 소설로만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9시뉴스에 요런 놈이 나왔더라면, 정말 무서웠겠지.)
비행기를 타고 타히티로 떠나는 부분에서 좀 헷갈리는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어서 찝찝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아주 아주 인상적이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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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19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게 괜찮다는 말씀이죠^^

Apple 2006-09-19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평가를 믿지는 마세요.^^; 저만 재밌게 읽은것같은 기분도 들어요.크극...-_ㅠ
 
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스포일러 주의!!
 
그 모든 범죄를 통틀어 가장 가슴이 아픈 범죄는 범죄가 아이와 관련되어 있을 때이다.
데니스 루헤인의 "가라, 아이야,가라"는 그런 맥락에서 무언가가 옥죄여오듯이
마음이 아파지는 아이관련 범죄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정의는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점을 던져준다.
 
어느날 아이가 사라진다.
엄마가 집을 비운 새에 방에 누워있던 아이가 감쪽같이.
마치 좀더 거친 멀더와 좀더 정많은 스컬리가 떠오르는 켄지와 제나로 커플 탐정들은
아이의 실종을 수사해나가는 과정에서  
마약과 술과 자기 연민에 빠져있는 불성실한 엄마와 아이에게 좀더 애정을 갖고 있던 그녀의 오빠 내외를
만나게 되고, 그 뒤에 도사리고 있던 마약 조직과 유괴 사건이 맞물리게 되면서,
이 사건이 단순히 아이의 실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된다.
 
탐정이면서 수사하기 꺼려하는 켄지와 제나로의 마음속에 내제되어있는 불안감은
여느 탐정들처럼 용감하지도, 터프하지도 않다.
그들은 비겁하고 소심하다.
그들은 처음부터 아이의 실종을 해결할수 있다고 완전히 믿지도 않고,
설사 운이 풀려서 아이를 찾게 된다고 해도,
살해된채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진 아이를 만나거나
어른들에게 폭행, 강간을 당해 정신이 완전히 붕괴된 아이를 마주칠까봐 두려워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정이 간다. 그것이 진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어두운 면이 여실히 드러나는 사건을 맡기 꺼려하는 탐정들은
그래서 어느 노인의 잃어버린 애완동물이나 찾아주면서
세상을 바로보기 두려워한다.
 
겉잡을수도 없이 마음이 아파지기 때문이다.
비겁하고 나약하지만, 그들도 인간이라는 것. 그래서 여전히 불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것.
그럼에도 아이를 찾으러 나설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수많은 불행한 경우들 중에서도 멀쩡히, 온전한 모습으로
엄마의 품으로 돌아올 아이를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 그들의 소원대로 멀쩡한 모습으로 아이는 돌아왔지만,
이것을 누가 해피엔딩으로 볼것인가.
 
전작 "살인자들의 섬"과 다른 점이라면, 무척 세련되고 유머러스하다는 것-
그래서 인물들간의 대사조차 외화시리즈를 보는 듯한 쿨한 재미를 준다는 것이지만,
책을 덮고 나서 한참후에 몰려오는 상실감이라던가 슬픔은 비슷하다.
아니, 오히려 "가라, 아이야, 가라"쪽이 더 심하다.
이것은, 지금도 부모에게 학대당하거나 무관심에 쩌든채 살아갈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간 쓰레기같은 어른들. 비정하기 짝이 없는 부모들.
그 사이에서 또다른 상처를 받는 것은 아이들이다.
인간은 왜 자기 상처를 자기 혼자 해결하지 못하고, 항상 그 상처를 남에게 곪아 옮겨가도록 해야하는 걸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아래 자란 아들은 어째서 또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되는 걸까.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이어 가야하는 건지,
이렇게 괴롭고 아픈 것이 인생이라면 뭐하러 사랑받고 인정받으려 노력하면서 살아야하는 건지,
기본적으로, 신은 왜 이런 인생과 인간을 만든것인지-
대답조차 알수 없는 질문들이 책장을 덮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산란하게 퍼져간다.
 
 
생기없는 눈빛, 아이다운 울음조차 내지 못하는 우울한 네 살짜리 아이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불행한 일상. 행복한 납치. 그리고 또 다시 불행한 일상으로-
그것이 사회가 말하는 "정의"이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것 역시 인간이 만들어놓은 다같이 살아가기위한 법칙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완벽히 정당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수 있을까.
책속의 그런 의문은 내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던 가치들을 뒤흔들어 버리고
죄의식에 마음을 산산히 부숴버린다.
 
아, 정말이지 울고싶어지는 소설이었다.
함께 나온 "비를 바라는 기도"가 읽기 두려워질 정도로 마음이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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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9-1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비통합니다.
보관함에......

Apple 2006-09-17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더 비통합니다.아윽...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