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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아이야, 가라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스포일러 주의!!
그 모든 범죄를 통틀어 가장 가슴이 아픈 범죄는 범죄가 아이와 관련되어 있을 때이다.
데니스 루헤인의 "가라, 아이야,가라"는 그런 맥락에서 무언가가 옥죄여오듯이
마음이 아파지는 아이관련 범죄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정의는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점을 던져준다.
어느날 아이가 사라진다.
엄마가 집을 비운 새에 방에 누워있던 아이가 감쪽같이.
마치 좀더 거친 멀더와 좀더 정많은 스컬리가 떠오르는 켄지와 제나로 커플 탐정들은
아이의 실종을 수사해나가는 과정에서
마약과 술과 자기 연민에 빠져있는 불성실한 엄마와 아이에게 좀더 애정을 갖고 있던 그녀의 오빠 내외를
만나게 되고, 그 뒤에 도사리고 있던 마약 조직과 유괴 사건이 맞물리게 되면서,
이 사건이 단순히 아이의 실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된다.
탐정이면서 수사하기 꺼려하는 켄지와 제나로의 마음속에 내제되어있는 불안감은
여느 탐정들처럼 용감하지도, 터프하지도 않다.
그들은 비겁하고 소심하다.
그들은 처음부터 아이의 실종을 해결할수 있다고 완전히 믿지도 않고,
설사 운이 풀려서 아이를 찾게 된다고 해도,
살해된채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진 아이를 만나거나
어른들에게 폭행, 강간을 당해 정신이 완전히 붕괴된 아이를 마주칠까봐 두려워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정이 간다. 그것이 진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어두운 면이 여실히 드러나는 사건을 맡기 꺼려하는 탐정들은
그래서 어느 노인의 잃어버린 애완동물이나 찾아주면서
세상을 바로보기 두려워한다.
겉잡을수도 없이 마음이 아파지기 때문이다.
비겁하고 나약하지만, 그들도 인간이라는 것. 그래서 여전히 불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것.
그럼에도 아이를 찾으러 나설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수많은 불행한 경우들 중에서도 멀쩡히, 온전한 모습으로
엄마의 품으로 돌아올 아이를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 그들의 소원대로 멀쩡한 모습으로 아이는 돌아왔지만,
이것을 누가 해피엔딩으로 볼것인가.
전작 "살인자들의 섬"과 다른 점이라면, 무척 세련되고 유머러스하다는 것-
그래서 인물들간의 대사조차 외화시리즈를 보는 듯한 쿨한 재미를 준다는 것이지만,
책을 덮고 나서 한참후에 몰려오는 상실감이라던가 슬픔은 비슷하다.
아니, 오히려 "가라, 아이야, 가라"쪽이 더 심하다.
이것은, 지금도 부모에게 학대당하거나 무관심에 쩌든채 살아갈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간 쓰레기같은 어른들. 비정하기 짝이 없는 부모들.
그 사이에서 또다른 상처를 받는 것은 아이들이다.
인간은 왜 자기 상처를 자기 혼자 해결하지 못하고, 항상 그 상처를 남에게 곪아 옮겨가도록 해야하는 걸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아래 자란 아들은 어째서 또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되는 걸까.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이어 가야하는 건지,
이렇게 괴롭고 아픈 것이 인생이라면 뭐하러 사랑받고 인정받으려 노력하면서 살아야하는 건지,
기본적으로, 신은 왜 이런 인생과 인간을 만든것인지-
대답조차 알수 없는 질문들이 책장을 덮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산란하게 퍼져간다.
생기없는 눈빛, 아이다운 울음조차 내지 못하는 우울한 네 살짜리 아이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불행한 일상. 행복한 납치. 그리고 또 다시 불행한 일상으로-
그것이 사회가 말하는 "정의"이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것 역시 인간이 만들어놓은 다같이 살아가기위한 법칙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완벽히 정당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수 있을까.
책속의 그런 의문은 내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던 가치들을 뒤흔들어 버리고
죄의식에 마음을 산산히 부숴버린다.
아, 정말이지 울고싶어지는 소설이었다.
함께 나온 "비를 바라는 기도"가 읽기 두려워질 정도로 마음이 많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