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빠서 집중해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비교적 가볍게 읽을수 있는 만화책들을 읽고 있다.
잠이 오기 직전까지 읽는 만화책이 참 달다. 

워킨 

표지를 보면 알다시피, BL만화인 워킨. 뭔가 성인남자들만 나오는 BL은, 그중에서도 모든 면에서 지나치지 않은 것들은 참 느낌이 좋다.
지나침이란, 지나치게 야하던가, 지나치게 느끼하다던가, 지나치게 격하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던가....그런 걸 말하는데, 이 모두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라서 이중 한개만 해당되어도 썩 마음에 들게 되지는 않는 듯 싶다.
약간 밍숭맹숭하면서도, 수줍고, 말이 많지 않고, 약간은 무뚝뚝한- 그런 감성을 좋아하는데, 이 만화가 딱 그렇다.
서로 연관이 되어있는 두개의 이야기가 한권에 담겨있는데, 둘다 재밌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담배가게 아저씨와 동네건달같은 게이와의 사랑얘기가 귀여웠다.
그림도, 얘기도, 참 지나치지 않다.
나는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흑장미 앨리스

오늘 만화 관련된 글을 쓰게된 결정적인 만화책.
바로 이거다!!!싶은 내 취향에 딱 들어맞는 정말 정말 멋진 만화 <흑장미 앨리스>.
기본적으로는 뱀파이어 물이고, 어떻게 보면 여자 하나에게 마음에 들려고 저마다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네명의 훈남이 열심히 작업거는 내용으로 빠질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하나도 식상하거나 유치하지 않다.
만화속에 꼼꼼히 설명되어있는 독특한 세계관과 설정들이 바로 그 원인인데, 이 만화에서 남자주인공들이 여자주인공에게 열심히 데쉬하는 이유는 바로 "번식"을 위해서라는, 순정만화 치고는 꽤 삭막한 단어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냉담해 보이는 그림체, 건조한 단어들, 전체적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마냥 내성적인 만화는 아니다. 푸른 불꽃같달까. 차가워 보이는데도, 그 안에는 굉장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그런 느낌.
설정과 캐릭터들의 표정은 냉정한데, 감정묘사는 묘하게 집요한 느낌이어서 일까.

아무튼 오랜만에 발견한 정말 정말 마음에 드는 만화책인데, 몇일전에 사서 벌써 두번째 돌려읽었다.
일본에서는 현재 4권까지 나왔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빨리 3권이 나와주었으면 하고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기다리기까지 하면서 만화책을 읽은게 또 얼마만인지...!!!!! 두근두근!!!!아아!!!보배롭도다!!!!
이 작가의 그림체 자체는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읽다보니 난 또 남자주인공 디미트리에게 빠져들고 있고.......-_-;;
2권이 합본으로 나왔는데, 두 책이 묶여서 있는 합본을 사면 포스트카드세트를 준다.
 

 

바쿠만 4권째 읽고 있는중.
읽고 있는데 별 재미는 못느끼겠다. 오바타 다케시의 작화가 쩌는구나....라는 것만 매번 느끼고 끝난다.
이 만화가 별로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희한하게 오바타 다케시의 만화들에는 감정이 전혀 실려있지 않은 느낌이 든다. 기계적인 테크닉만 뛰어난 것같은 느낌...
일본만화에서 종종 느껴지는(심지어 순정만화에서 조차-) 여성비하적인 사고방식도 심심치않게 볼수 있는데, 소년만화이고, 또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여권신장같은 것에 정말 관심이 없다고 들어서, 그런가보다 싶다.
전체적으로 여자는 귀여우면 돼-라는 느낌이랄까...슈진과 1,2등을 다툴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 여자애에게는 무섭다고 표현하고, 공부는 적당히 하면서 여성스러운 아즈키에게는 영리하다고 말하는 소년들.
글쎄...아무리 봐도 이 아이들은 정이 들 것같지 않다.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계산적이고 잔머리 쓰는 느낌이 들어서...

타고난 재능만 믿고, 만화에 대한 별다른 애정도 없으면서, 단지 "성공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만으로 뛰어드는 소년들은 아무래도 별로 귀엽지가 않다. 사이코와 아즈키의 수줍은 사랑 역시 애특하고 귀엽다기보다는 그저 답답하고 성급한 느낌이다.
4권 후반부 쯤에는 사이코와 슈진이 각자 자신이 하고싶었던 만화를 찾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꿈을 향해 다가가는 청춘이라는 느낌보다는, 자기 적성에 잘맞는 것을 택하는 느낌이었다. 너무 계산적이라 정이 안간다.

그럼에도 왜 보고 있냐면-
일본 만화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수 있는 만화책이기 때문이다.
직접 뛰어들지 않는 이상, 잘 알수 없는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점은 참 재밌기 때문에 보고있다.
 

 

두 만화 다 그닥 취향에는 잘 맞지 않기 때문에 2권부터는 안보게 될것같다.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은 소박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이 키우는 오드리라는 신비의 고양이와 그 고양이가 일으키는 작은 기적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제 영특한 고양이얘기는 그만 보고싶다. -_-;
나 역시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가 특별한 영물인듯이 말하는 사람들때문인지 괜시리 고양이가 이런 식으로 등장하면 좀 짜증이 난다. 게다가 내용도 좀 심심하기도 하고....
<누라리횬의 손자>는 4분의 1쪽 요괴인 남자아이가 어떠한 계기로 각성을 하고 이메망량의 주인이 되어 나쁜 요괴를 없앤다-라는 얘기인데, 그닥 재미없는 건 아닌데 살짝 아동만화같은 느낌이 들어서 별로 취향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인간을 겁주고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이 본업(?)인 요괴들에게 나쁜짓을 저지르는 요괴를 처단하자-라고 말하는 것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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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영화제 갈때마다 비를 몰고 다니는 나.
아니나 다를까 16일 은혼보는 날에는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고, 조금 늦는 바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은혼은 보지 못했다.ㅠ ㅠ (부천영화제 너무한다!!!ㅠ ㅠ 5분 늦었다고!!!!!!)
그러나 18일 일요일 관람은 고른 영화 두개가 다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랄라~♬
뭐 봤는지 자랑질 좀 해보자!


블랙필드


그리스 영화라면 자칫 착각할수도 있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같은 영화밖에 기억나지 않는데,(그나마 이 영화도 그리스 영화는 아니지만...) 그만큼 영화로는 생소한 나라가 그리스.

그리스 신화와 포카리 스웨트 광고로 더 잘 기억나는 나라가 그리스인데, 이런 감성을 가진 영화가 나올줄이야.
이번에 부천영화제에서 봤던 두편의 영화중에 단연 내 취향과 딱 들어맞는 영화였다.

예니체리라고 부르는 오스만투르크 친위대원 하나가 중상을 입은 채 깊은 산속의 수녀원으로 들어오게 된다.
칼에 찔려 목숨을 잃어가는 남자의 출연에 수녀원은 혼란에 빠지고, 묵언수행중인 수녀 안띠가 이 남자를 돌보게 되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안띠에게는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남자라는 사실이다. 징용을 피해 수녀원으로 숨겨둔 소년이었던 안띠.
중상을 입은 남자가 수녀원으로 들어오면서 가장 흔들린 것은 안띠였다.

얼핏 BL소재로 보일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무척 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템포속에 소재를 몽환적으로 풀어낸 영화이다.
꿈을 꾸는 듯한 청명한 색깔들, 나른한 카메라 워크, 몽환적인 아웃포커스,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경관- 이 영화의 매력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무리하지 않는 이야기의 전개 또한 마음에 들었다.
징용을 피해 남성성을 거세받고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채로 살아가는 소년이 한 남자의 출연으로 흔들리는 것이 비단 그를 향한 사랑이나 욕정 때문이었을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가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면 소년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랑을 포함한 "자유"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남자를 통해 소년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과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그러고 나니 다시는 이전의 수녀원으로 돌아갈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아닌 채로 살아왔다는 것과 그래서 불행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신과 분리된 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는 겪어보지 않아도 알수 있는 일.
배우들의 연기도 마음에 들었고, 그림그려놓은 듯한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경박하지 않은 감정선도 다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에서는 고요함마저 몽환적이더라.

참으로 잘만들어진 아름다운 영화이고, 이렇게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나기는 또 오랜만인 것 같으나, 왜인지 모르게 극장안의 꽤 많은 사람들이 잠이 들어버렸다...
영화가 너무 이른 시간에 했던 걸까..........하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김복남이 살해당하는 영화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김복남이 살해하는 영화이다.
또 어떤 영화들처럼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추리를 통해 전말을 밝혀내는 영화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전말을 알려주고 결과가 나오는 영화이다.
따라서 약간 단순하다. 영화의 이런 단순함은 때로는 무척 순박하지만, 무척 공격적일수 있다.
딱 그런 느낌으로 보면 되는 영화이다.
딱히 복잡하게 추리하면서 보지는 않아도 되지만, 이성적인 복잡함과는 상관없이 감정적으로 몹시 복잡해지는 영화이다.

되는 일 없이 꼬이기만 하는 일상을 보내던 해원이 고향 무도로 내려가면서 다섯가구밖에 살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악마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약간 촌스러운듯한 영화의 스타일에 마음 놓지 말것이다.
후반부에 꽤 고어한 씬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마음이 약한 사람은 미리 보지 말아야할 것을 권한다.
어쩌면 김복남이라는 이름마저 촌스러운 순박한 섬마을 여자가 어떻게 피갑칠한 악마가 되어가는지 지켜보는 게 이 영화에서 가장 고어한 부분이 아닐까도 싶지만....

영화의 내용이 무척 감정적인 만큼, 딱 감정적으로 바라보면 될만한 영화이다.
먼저 말했듯이 순박하면서도 무척 공격적인 영화이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 영화가 주는 재미를 다소 놓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영화에 재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좀 웃기는 말이긴 하지만....)

한 마을에서 일어난 악마적인 행태에 관한 고발과 더불어 현대인의 무관심과 방관의 자세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그러한 고찰같은 것보다는 단순히 감정에 기대서 보면 훨씬 더 영화를 재밌게 즐길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후반부가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죽였다고 생각한 악마가 두둥~하면서 발목잡는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영화의 마무리는 또 괜찮게 지었다고 생각한다.
어쩐지 피해자 역활로 더 많이 등장했던 서영희씨가 살인자의 역활을 맡았는데 그닥 위화감은 들지 않고 그간 쌓여온 연기 내공 또한 확인할 수 있다.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살인자들을 많이 봐서 어떤 행동을 하면 공포스러워할지 잘 포착하게 된 것 같다"고 서영희씨 본인이 이야기 했다.)
내게 서영희씨는 어딘가 백치미 돋는 여배우중 하나인데, 이런 이미지 그대로의 역활로 살인자를 연기하니 그것 또한 색달랐고, 드디어 연기에 꽃을 피운듯 연기력 폭팔이더라.
좀 아쉬운 점들이 있긴 했지만, 마무리가 괜찮았고 이야기도 늘어지지 않아 괜찮았다.


이 영화는 8월에 개봉한다고 하니, 으스스한 고어물 한편 보고싶은 분들은 극장을 찾으시길 바란다.
폭력성도, 성적인 표현도 강도가 꽤 쎈편이니 이 점은 유념하시길.
아참,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고어한 씬들 말고도 감정적으로 불쾌한 씬들이 꽤 많은 편이라 영화를 보고 기분이 상큼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은 보지 않는 편이 좋겠다.

p.s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극장을 나오면서,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마음이 악랄할수 있을까? 아무리 작은 섬이라도 이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질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는데, 뉴스에 뜬 베트남처녀 살인사건을 보면서 현실은 더 착잡하고 더럽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나마 영화에서는 시원하게 복수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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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ee 2010-07-20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추천을 안할 수 없는 페이퍼에요,,,,로그아웃하고 나가다가 님의 글을 읽었어요,,,로그인하기 귀찮아서 이렇게 인사하는걸 용서해주시길...

Apple 2010-07-20 05:46   좋아요 0 | URL
추천감사합니다...^^글솜씨는 별로 없지만; 즐겁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Seong 2010-07-2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10회 이후로 잘 가지 않게 되더라고요...
글을 읽으니 갑자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번뜩! @.@

Apple 2010-07-21 06:48   좋아요 0 | URL
전 매년가는데 작년에는 못갔네요...^^; 갈때마다 예매전쟁이지요.ㅠ ㅠ흐흑....이번에는 특히 심했다는...
 
스플라이스 - Spli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를 보려다가 네이버 영화평을 보니 난리 났더라.
더럽다, 이해 불가, 뭘 말하고자 하는거냐, 불쾌하다-등등.
왜 이런 악평들이 난무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괜한 악취미다.) 이영화를 보러갔다면 이상할까.
<큐브>는 내게 정말 재밌는 영화중 하나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빈센조 나탈리의 영화라 반갑기도 했고 말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왜 이런 악평들을 받은 건지 이해할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괴상망칙한 B급 영화에 나름 길들여져있는 인간이라서 사람들이 어떤 부분들을 싫어하는지 모르겠는 걸까?
왜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짝짓기 부분만 확대해서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한 부분은 영화의 극히 일부분중의 하나일 뿐이고, 나는 그런 부분이 조금도 역겹지 않았고, 오히려 그 점을 빼놓고서 어떠한 생물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을까?
비슷한 부류의 영화중에 옛날에 <스피시즈>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에서는 인간+외계인의 DNA를 섞은 새로운 종이 등장하는데, 그 영화에서도 역시 베드씬 비슷한 것은 등장하는데 왜 <스피시즈>는 역겹다는 말을 듣지 않고 <스플라이스>는 역겹다는 말을 들은 걸까.
새로운 생물이 비교적 아름다운 사람으로 등장하는 <스피시즈>와 달리 <스플라이스>의 새로운 생물은 어딘가 괴수 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일까? 단지 그것때문에? 그게 이 영화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적 요인이란 말인가?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과학자 부부가 얄밉고 짜증났다. (특히 부인쪽)
금기고 뭐고 번들거리는 욕망앞에서 이성과 도덕을 잃어버리는 모습하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간의 못되먹은 이기심같은 게 신경을 무척 거슬리더라. (왠지 애완동물 데려다 키우다가 동물이 다 크고 어릴때만큼 예쁘지 않으니 갖다 버리는 못되먹은 사람들도 떠오르고...)
영화 자체로 볼 때 지금까지 나온적없는 획기적인 영화라고 칭찬하거나, 무척 잘만들어졌다고 말하기는 조금 부족한듯 싶은데 (어딘가 시나리오에서 매력과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혹평을 받을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며, SF 스릴러라는 점을 감안하고 볼 때에는 꽤 스릴감 넘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야동을 본다는 둥, 역겨워서 토악질이 난다는 둥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껍데기에 놀라지 말고 알맹이를 보라는 얘기를 해줄수 밖에. 그게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니잖아, 사람들아.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같은 영화도 떠올랐는데, 그 영화가 만들어진게 엄청나게 오래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의 강렬함이라던가 그로테스크함같은 것은 유치원생 수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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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꺼진 불도 다시보자. 책 출간부터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왠지 읽고싶지 않은 책이었다.
세상의 수많은 미국식 크라임 스릴러중 하나일 거라고 짐작했고, 대부분의 인기 스릴러 소설들은 왠지 나와 맞지 않았던 이유도 있어서, (그리고 이제쯤은 연쇄살인 얘기도 좀 식상하다 생각했고-) 보려고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마이클 코넬리 소설은 평점이 늘 높더라.
그래. 속는 셈 치고 한번 읽어보자-하고 집은 것이 <시인>인데, 안읽었으면 후회할 뻔했다.
사실 그렇게 독특한 소설은 아니다. 전형적인 미국식 소설이고, 범죄자의 시선과 쫓는자의 시선이 번갈아가며 서술되는 형식도 이제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보았고, 처음에는 작은 사건으로 시작하나 알고보니 아주 큰 사건이었다-같은 전개도 식상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도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뭘까?
작가의 뛰어난 필력과 더불어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추한 모습따위 가리지 않는 냉철함 같은 것이 내게는 가장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날 경찰인 쌍둥이 형을 잃은 잭 매커보이. 찝찝한 형의 자살사건에 드는 작은 의문들을 깨부수려고 경찰 자살사건 자료를 조사하다가 형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살인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해왔다는 사실도...
경찰 자살사건뒤에 숨겨진 연쇄살인의 흔적들. 담당 경찰서를 전전하다가 FBI와 협력하게 된 잭 매커보이는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내게 되는데...

<시인>을 읽으면서 독특하다 싶었던 점은 잭 매커보이를 전혀 미화시키지 않는 점이었다.
의례 주인공은 현명하고 똑똑하며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한 여타 다른 스릴러와는 다르게, 잭 매커보이는 어딘가 야비하다. 그가 기자이기 때문에 이런 설정은 무척 현실감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 죽음에 얽힌 정의를 실현시키고자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자적인 욕심에 가득차서 이 사건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다 줄수 있는지 계산하고 있는 남자.
완벽하게 계산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적절히 사람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뒷통수 맞고 뒤늦게 후회하는 남자.
이런 남자가 잭 매커보이인데, 여타 다른 크라임 스릴러들에서 주인공을 미화시켜 초인적 존재로 만드는 것과 달라서 오히려 이런 야비하고 냉정한 현실감이 나는 마음에 들더라.
이런 식으로 나왔던 수많은 다른 스릴러들에 비해서 캐릭터적인 매력은 떨어지는 편이고 등장인물들이  딱히 별다른 개성이랄 것이 없는 편인데, 아예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 자체를 설정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풍긴다. 캐릭터의 매력으로 이끌어나가는 시리즈가 아니라, 사건자체의 매력으로 이끌어나가면서 캐릭터는 사건에 융화시켜버리는 시리즈라는 생각이 든다.
흥미 위주로 사건을 벌이지도 않고, 꽤 차분하고 냉철하며, 소설 전반적으로 흐르는 음울하고 습한 느낌도 마음에 든다.

1권에서 많은 것이 비밀에 붙여진 채 끝나버려서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어차피 시리즈라서 3권까지 있던데 3권까지 읽다보면 뭔가 나오겠지...하며 기다리고 있다.
"시인"이라 불뤼우는 이 살인자는 어떤 사연을 품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건을 벌이려고 작가는 3권까지 이 "시인"의 존재를 보일듯 말듯 감추어 둔 것일까.
더 보고싶어서 <시인>을 덮자마자 2,3권 한꺼번에 다 주문해버렸다.
쉴틈없이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연속되어서 꽤 많은 분량에도 부담스럽게 읽지 않을수 있을 책이지만, 최근 시간이 없는 관계로 많이 끊어서 읽게 되어서 굉장히 아쉽다. 이제 읽을 <시인의 계곡>과 <허수아비>는 좀더 푹 빠져서 볼수 있기를 바라지만, 여름은 항상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이제 추리,스릴러 소설은 왠만큼은 읽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렇게 즐거운 스릴러 작가들이 계속 등장하니 추리, 스릴러 쪽으로 편식하는 나란 인간은 기쁨의 비명을 지른다. 악!!!!!

p.s 찾아보니 2권 <시인의 계곡>에서는 마이클 코넬리 소설의 가장 유명한 주인공이라는 해리 보슈가 등장한다던데,
해리 보슈 시리즈와 시인 시리즈의 접점을 엮어놓은 유기적인 설정도 참 재밌다.
이건 뭐, 크라임 스릴러에도 세계관이 등장할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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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 - I Love You Phillip Morri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올해 그닥 재밌는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그러다 드디어 굉장히 재밌는 영화를 하나 만났다.
제목하여 <필립 모리스>.
짐캐리와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코믹물 정도로만 알고 있어서, 궁금하기는 했으나 꼭 보러가야한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안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딱 내 취향의 개그코드와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랑스러움.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귀뜸하자면, 포스터의 "코믹 탈옥기"쪽에 초점을 맞추면 황당하거나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남자들!) 이 영화는 애초부터 게이의 사랑영화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스티븐.
어른이 되어서 성실한 경찰이자, 한 여자의 다정한 남편이자, 한 아이의 듬직한 아버지로 엄청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날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실 이 남자, 게이였다.
엄청 성실하고 착한 남자처럼 보이지만, 몰래몰래 남자들과 원나잇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생각한 것은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편이 훨씬 자유롭고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살려고 가정을 떠나와서 하고싶은대로 남자친구와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게이로 사는게 돈이 한두푼 드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딱히 배운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직장에서 일하자니, 게이스러운 사치욕구는 조금도 충족되지 않고....
이렇게 사기행각에 빠지게 되는데, 하다보니 이게 천직인듯 싶다.
그렇게 사기행각을 벌이고 다니다가 결국 감옥에 가게된 스티븐.
그리고 감옥에서 드디어 필립 모리스를 만난다. 금발머리에 파란색눈, 어딘가 조신한 그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영화의 제목 "필립 모리스"는 짐캐리가 연기한 주인공 스티븐의 연인 이완맥그리거의 이름이다.
따라서 두 남자는 이 영화에서 감옥동지로 나오는게 아니라 감옥에서 만난 천생연분으로 나온다.
두 남자의 탈옥기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두 남자가 "함꼐 살려고" 탈옥하려고 하는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베드씬까지는 없지만 키스씬 정도는 있다고 미리 귀뜸해둔다. 이만큼 유명한 배우들이 게이 키스씬을 연기하다니 그 점이 조금 놀랍기는 했다.)
기묘하게도 영화가 온통 사랑타령으로 발려 있는데, 이게 느끼하지 않고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등장인물이 거의 남자들이니 만큼 대사도 상당히 거칠고 19금 발언으로 도배되어 있는데도, 왠지모르게 굉장히 귀엽다.
영화 초반에 이 영화는 실화다, 진짜다-이렇게 나오던데 진짜라면 정말 놀라울 일이다.
세상이 이렇게 헐거운 곳이었나-싶기도 한데,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사기사건들을 보고 있다보면, 있을수도 있겠다 싶다.
어쩌면 사기는 얼마나 그럴듯한 사기를 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을 홀려낼수 있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영화속 스티븐-짐캐리의 캐릭터를 보면, 유수한 언변+사람 좋은 인상+잡지식 많음+탁월한 잔머리로 점철되어있는데,
아마 이미 어딘가에서 뒷통수 한번 까여보지 않고 착하게만 살아온 사람이라면 의례 그렇듯 그런 사람의 말이 진실이려니-믿게 될수도 있겠다 싶다.

두 배우 짐 캐리와 이완맥그리거의 연기도 훌륭했다.
사랑에 빠져 사랑에 올인하는 로맨틱한 탈옥수 짐캐리는 의례 그렇듯이 말많고 유머스러운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옛날의 짐캐리처럼 마냥 가볍지만은 않더라. (아마도 몸개그에서 벗어나 말개그를 시작하면서 부터 짐캐리가 조금씩 변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기꾼인데도 마냥 미워할수만은 없는 것은 그의 사기들이 모두 사랑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었고,(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성실하고 탄탄한 삶을 버리고 위태로운 범죄자의 삶을 택했는데도 한번도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후회로 점철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참 싫다. 어찌됐든 자신이 선택한 삶에 책임을 지고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제대로된 인간 아닌가?)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한 필립 모리스는 게이계의 현모양처쯤 되려나. (아니면 게이계의 청순섹시?????)
어찌나 조신하고 수줍음이 많고, 심약하던지 이완 맥그리거가 이렇게 귀여운지 난생 처음 알았다. 너무 귀여워서 보다가 기절할뻔...!!!!!!!!!!!
얼마전 원작 소설도 출간되었는데, 소설도 보고싶다.
아 오랜만에 쌍큼한 느낌!!! 이렇게 유쾌한 영화는 또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졌을까-하는 의구심으로 가면 기분이 살짝 멜랑콜리해지긴 한다. (물론 이런 약간 더러운 뒷끝때문에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누가뭐래도 올해 최고로 유쾌한 영화.
게이만 나오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유쾌함과 사랑스러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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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10-07-1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겠군요. 저도 예고편 보고 끌렸는데 어쩐지 직접 보는 걸로 연결이 안 되고 있었거든요.^^

Apple 2010-07-12 22:40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여워요.ㅠ ㅠ ㅠ ㅠ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