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핀 댄서 1 - 암살자의 문신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의 스릴러 영화나 소설의 대세는 역시 법의학과 프로파일링인가보다.
차근차근 쏟아져나오는 법의학 스릴러 미국드라마들, 이것 역시 하나의 유행이라고 생각하면
제목이나 시놉시스만 봐도 질려버리지만, 확실히 법의학에 무지한 보통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신기하긴 하다.
오래전부터 추리소설과 발로 뛰는 스릴러에 익숙한 내게 있어 이런 법의학 스릴러들은 그다지 매력적인 장르는 아니다.
역시 내게는 서류나 증거물 따위가 아니라, 차가운 병실이나 사무실이 떠오르는 인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쫓는 자도 쫓기는 자도 측은하게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매력이나 범죄의 피비릿내,
비열함과 고독이 공존하는 더러운 뒷골목같은 것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가보다.
적응하기도 힘들고, 공감되지도 않는, 하지만 한때 읽기에는 신기하니(이것이 요점!) 그런대로 괜찮은 것이
법의학 스릴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읽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는 성공적인 독서였다.
잘생긴 외모, 명석한 두뇌,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손가락하나 움직이기 힘든 전신마비 환자 링컨라임과
관절염을 앓고 있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형사 아멜리아 색스,
과거 커다란 상처를 가진 두 주인공이 하나는 머리가 되고, 하나는 몸이 되어 범죄자를 추적해나가는 설정이
무척 흥미롭고, 이런 반쪽짜리 인간들의 협공은 긴장감을 가속화한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남녀들이 제발 서로 눈맞아 사랑에 빠지지않기를 바라는 사람중 하나이지만,
두 사람 모두 과거에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고, 아슬아슬하게 엇나가는 러브라인이 꽤 볼만한지,
그다지 거슬리는 면은 없었다.
 
목격자 세명을 찾아 죽여야하는 암살자, 일명 코핀댄서.
의뢰를 받으면 반드시 목표물을 죽이는 정확성을 발휘하는 이 영리하고 날렵한 암살자와
방안에 누워 온갖 증거물과 현장 감식을 통해, 오로지 두뇌로만 이 암살자와 대결하는 링컨라임.
서로를 한번도 본적이 없으면서 서로를 두려워하는 쫓는자와 쫓기는 자의 모습이 무척 흥미롭다.
강박관념에 가까운 목표물에 대한 집착, 코핀댄서의 교묘한 움직임 역시 보는 내내 긴장감 넘치게 진행되고,
예상외로 튀어나가는 전개나 이어 등장하는 반전들도 무척 흥미롭다.
이런 이야기라면, 딱 잘만들어진 스릴러 영화같다!할만한 정도의 스릴러이다.
역시 먼저 밝힌대로, 법의학 스릴러들은 한순간의 재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이 정도라면 꽤 즐거운 페이지터너가 되지않으려나.
링컨라임 시리즈는 <본 콜렉터>와 <코핀댄서> 두가지를 사놓았다가 <본 콜렉터>를 영화로 본 적이 있어서
<코핀댄서>부터 읽게 되었는데, 낭패다. <본 콜렉터>가 먼저 일줄이야!!!
<코핀댄서>를 읽고 난 후, 바로 <본 콜렉터>를 꺼내들었으니, 나름대로 대만족중이라는 증거.
개인적으로 법의학 스릴러 스카페타 시리즈는 정말 싫어하는 시리즈중 하나인데,
링컨 라임 시리즈는 꽤 흥미진진하게 읽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읽게 될것같다.
 
p.s 그나저나, 이 책은 왠일인지 역자 후기가 1권 뒤에 실려있다.
스포일러가 들어있던데, 이건 테러다! 2권을 어떻게 읽으라고 이렇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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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7-10-1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은 제가 만들었습니다. 역자 후기는 정말 죄송하네요. 사실 책을 만들 때 댓수라는 것이 있어 페이지가 딱 떨어져야 해요. 그런데 2권에는 맞지 않아서 1권에 넣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지금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았겠지만, 당시는 출판사 다닌 지 3개월도 안된 초짜라 방법을 잘 몰라서 그리 했던 것 같네요. 아무튼 미안합니다.

글구 <코핀 댄서> 정말 재미있죠. 만들면서도 빨리 소개하고 싶어 무척 서둘렀던 작품이예요 ^^ 3편이 <곤충 소년>인데 이건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서도 <코핀 댄서>만큼 재미있습니다. <본 콜렉터>도 제 담당이었는데, 어떤 꾸지람을 하실지 벌써부터 떨리네요 ^^


Apple 2007-10-1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그렇군요.+_+왠지 역자분의 말을 듣다니 영광스럽다는..^^
그런 이유로 1권에 역자후기가 있는거로군요.신기합니다.
네. 재밌었어요.^^ 본콜렉터를 바로 펼쳐서 보고 있는데, 이건 초반부터 재밌다는..^^
(이미 한권보고 나니 캐릭터에 익숙해져서 일까요.)
곤충소년은 아직 없는데, 본 콜렉터를 보고 구매할 생각이예요..^^헤헤..

jedai2000 2007-10-1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자가 아니라 편집자입니다 ^^ 전 <코핀 댄서>가 라임 시리즈 중에 최고인 것 같고, 그 담이 <곤충소년>, 다음에 <본 콜렉터>와 <사라진 마술사> 공동인 것 같아요. <돌원숭이>랑 <13번째 카드>는 그저 그랬구요 ^^ 현재까지 나온 최신작 <차가운 달>도 곧 출간 예정이라니 저도 기대가 무척 됩니다. 이런 재미난 책 런칭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면 흐뭇해요 ^^

Apple 2007-10-1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편집자이시군요!!!헤헤...
앞으로도 쭉쭉 계획에 있는 시리즈였군요.+_+오오~

jedai2000 2007-10-1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애플시즈님이 절 잘 아시는 줄 알았는데 T.T 저는 이 출판사는 그만두었고 다른 곳을 다니고 있습니다만, <차가운 달>도 계속 나온다니 기대해주세요 ^^

Apple 2007-10-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헤헤헤헤...^^;;편집자이신줄은 잘 몰랐습니다.이 계통에서 일하는분이 아닐까 예상만..헤헤..^^

쥬베이 2007-10-2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완전 채팅분위기인데요ㅋㅋㅋ
제다이님은 '작가정신' 편집자세요^^ 나비마크 출판사.

Apple 2007-10-2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 왠지 저만 모르고 있었던것같은 느낌이..-∇-;;아하하
 
너밖에 들리지 않아
오츠 이치 지음, 서승연 옮김 / 나무와숲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외로워한다.
때로는 곁에 사람이 없어서, 또 때로는 곁에 사람이 있어도.
책을 거듭해서 볼때마다 소심한 은둔형 외톨이를 떠올리게하는 오츠이치의 단편집 "너밖에 들리지 않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
정확히는 어디 의지할 곳없는 외톨이이거나,
소심한 성격이나 초월적인 정신세계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번에 읽은 <쓸쓸함의 주파수>보다 훨씬 쓸쓸하고 섬뜩한 기운이 드글드글 도사리는
가장 오츠이치다운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수작이다.
 
<Calling you>에서는 핸드폰을 가지고 싶은 소녀 료우가 등장한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테마곡 Calling you가 벨소리로 울려퍼지는 하얗고 매끈한 핸드폰을 가지고 싶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핸드폰을 그녀가 가지지 못한 이유는 전화해줄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친구도 없고, 전화해줄 사람도 없고.
마음속으로 핸드폰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마음속의 핸드폰으로 어느 소년이 전화를 건다.
드디어 미쳤구나, 상상속의 친구를 만들어버리다니...라고 생각하는 료우.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던 소년과 만나기로 한 료우는 두 사람 사이의 시간에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실제로 만나기로 한 소년 소녀는 기이한 운명에 휘말리게 된다.
대충 시간떼움용으로 읽어보려고 했다가  "앗!!"하게 되고 좀 더 책에 빠져들게 만든 첫번째 단편.

두번째 단편 <상처>에는 타인의 상처를 끌어안는 소년이 등장한다.
그만큼 포용력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타인의 상처를 자신의 몸으로 옮기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것이다.
소년 아사토는 아파하는 사람들의 상처를 자신의 몸으로 옮겨놓고, 자신이 대신 아프기를 선택하고,
아사토와 친구가 된 주인공 '나'는 증오하는 아버지가 식물인간이 되자,
아사토가 타인에게서 받아온 상처들을 반쯤 죽어있는 아버지에게 옮겨버리자는 섬뜩한 제안을 한다.
타인의 상처를 끌어안는 초월적인 포용력을 가진 소년.
착하고 못된 것의 문제에 앞서, 자신의 몸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 소년의 모습은 상당히 마음이 아프게 만든다.
타인을 끌어안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찮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쓸쓸함으로 가득찬 단편이다.
 
마지막 단편 <꽃의 노래> 역시, 별 기대감을 주지 않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가슴이 먹먹하게 만들었던 단편이다.
어느 병원, 커다란 고목아래 피어있는 꽃속에 아주 작은 소녀의 얼굴이 보인다.
꽃속의 소녀는 늘상 눈을 감고, 나즈막히 노래를 부르는데,
아픈 사람들로 가득찬 병실에서, 꽃속의 소녀는 삶의 희망이 된다.
꽃속에 사람 얼굴이 들어있다니...엉뚱하고 엽기적인 발상이지만, 후반부에 얘기를 아우르는 반전이 있어서
다소 붕 떠버린 것같은 이야기가 정돈되는 느낌이 드는 단편이다.
 
단편속의 거의 모든 주인공들은 어디 의지할 곳 없는 외톨이들이다.
스스로가 외톨이임을 자각하는 것이 어딘지 자학같아 보여서 불쌍하기도 하지만,
이 단편들은 자신이 아니라면 누구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외로움에서 태어난 환타지가 아닐까.
재밌고 즐겁기도 했지만, 정체를 알수 없는 쓸쓸한 여운을 남겨놓는 오츠이치 다운 고독환타지.

책 뒷편에 실리는 단편들이 만들어진 배경을 듣다보면, 오츠이치가 점점 귀엽게 느껴져서 읽을때마다 미소를 짓게된다.
솔직도 하시지, 지난번 <쓸쓸함의 주파수>에서는 시간에 쫓겨 마구 지었음을 솔직하게 시인했지만,
이 책의 단편들은 대부분이 현실도피용으로 지어진 단편들임을 시인했다.
몽상가다운 기질때문인지, 역시 현실도피용으로 만들어진 단편들의 퀄리티가 훨씬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할수밖에.
N소설같은 느낌이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편집에의 불만은 있지만, 내용만은 알차다.
그것만으로 충분해.
이런 이야기들을 읽을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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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살인을 추리하기에 앞서 살인을 부르고 다니는 소년 김전일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고스케는
휴양이나 하러 추천을 받아 이름도 으스스한 귀수촌에 가게되는데,
그곳에서 뜻밖의 사건을 마주치고, 본능적으로 사건을 추리하게 된다.
사생아 출신으로 마을사람들에게 멸시받던 여자아이가 온 나라 남자들을 홀려버린
여배우 유카리가 되어 나타나고, 다시 돌아오는 그녀의 환영준비와 명절준비로 마을은 분주하고,
마을의 촌장은 행방불명된다.
이윽고 마을로 돌아온 여배우 유카리,
"악마의 공놀이 노래." 그 불길한 노래자락에 맞추듯, 그녀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기이한 시체로 발견이 된다.
 
처음 읽는 요코미조 세이조의 소설.
어쩌다보니 가장 최근에 번역되어 나온 "악마의 공놀이 노래"부터 읽게되었는데,
읽는 내내, "아아, 내 취향 아니야"를 연발하며 무려 일주일에 걸쳐 천천히 아주 지루하게 읽었던 것 같다.
폐쇄된 마을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들은 참 많고,
그런 소설들은 당연하게도 폐쇄적인 마을의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는 전개를 해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소설처럼 나를 애먹인 마을살인극은 없었다.
등장인물이 한 50명쯤 되려나....엄청나게 많은 등장인물, 머리가 나쁜지 도무지 따라갈수 없는 복잡한 가계도,
게다가 익숙치 않은 일본 풍습이라던가, 하는 것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교고쿠도 시리즈에는 익숙하지 않은 일본식 풍습이나 귀신, 전설이 많이도 등장하는데
조금도 헷갈리지 않은데 참 이상한 일이다.)
묘하게 나와 개인적으로는 코드가 맞지 않는 서술체 등이 상당히 버겨워서 꽤 애먹으면서 읽었던 것같다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져서 박진감같은 것은 찾아수도 없고,
그림 그려놓은 듯 기이한 모습으로 발견되는 시체들의 모습이 어딘지 우스꽝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사건이 일어날대로 다 일어난 다음, "원래 알고 있었다"라는 식의 잘난 척으로 떼우는 것은
자신의 천재성에 대한 뒤늦은 변명처럼 느껴져서 정말 취향에 맞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었다면 사건을 막아야지 왜 관조하고 있었을까...)
누가 김전일 할아버지 아니랄까봐, 범인으로 밝혀지는 사람은 일단 자살하고 보는
무책임한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성없는 주인공들이 속출해서 도무지 이름들이 헷갈려서 책을 읽는데 무척 애먹었고,
사건의 전말이나 트릭 역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여서 별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읽어야한다는 사명감으로만 다 읽었다.
 
이 책이 마음에 든다면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를 더 읽어볼 생각이었으나, 이쯤에서 그만봐야겠다.
김전일식의 추리소설은 역시 내게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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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7-10-1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기회가 닿으면 <팔묘촌>은 보세요. 전 그게 제일 재미있더라구요. 모험소설+호러소설+추리소설의 맛이 있어 가장 덜 지루해요 ^^

Apple 2007-10-1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것참! 제다이님이 추천하시니 또 안읽어볼수 없는걸요?!!!!아하하하하..^^

쥬베이 2007-10-1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 재미없었어요. 그나마 제다이님 말대로 팔묘촌이 낫더군요.
나머지 별2, 팔묘촌 별3-_-

Apple 2007-10-13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렇군요..^^;;그래도 팔묘촌은 한번 봐볼까...'ㅅ'으음...
 

2007년 10월의 책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본 컬렉터 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7년 10월 2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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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컬렉터 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7년 10월 2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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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핀 댄서 2- 암살자의 문신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0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7년 10월 17일에 저장
구판절판
코핀 댄서 1- 암살자의 문신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0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7년 10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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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밀리언셀러 클럽 69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데니스 루헤인의 다섯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 <코로나도>.
장편 이외에는 처음 접해보는 그의 단편들은 조금도 재밌지 않고, 결코 즐겁지 않다.
데니스 루헤인의 글은 책을 거듭 갈수록 건조하고 쓰고 지독하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든, 책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바람앞의 등불같은 위태로운 모습은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삶의 절망감, 인간에 대한 불신, 세포까지 찌들어버린듯한 폐배주의...
이책 내내 이어지는 것은 살풍경한 피비린내보다 더 지독한 인간의 마음이 부패하는 냄새이다.
 
작고 못생기고 성격마저 비틀어진 천덕꾸러기같은 이름마저 우울한 블루,
생애 최초로 인생을 빛나게 해줄 여자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듯 하는데,
잔인한 삶은 그의 인생 최초로 찾아온 행복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첫 단편 <들개사냥>에서부터 데니스 루헤인은 깊은 절망감과 어딘가 핀트가 엇나가 불안정한 심리를 보여준다.
이 단편을 읽는 동안,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된 핏자국을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번째 단편 <ICU>는 이야기보다 상황에 집중되어있는 짧은 단편이다.
남자는 무언가에 쫓긴다. 쫓는 사람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채로,
묘한 긴장감이 돌고 결국 기묘해져버리는 이야기이다.
 
<코퍼스 가는길>에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극단적인 폭력에 찌든 소년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대학진학을 위해 꼭 필요했던 풋볼 게임에서의 승리를 망쳐버린 동급생 라일의 집으로 처들어가,
집을 때리고 부수고, 난장판을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한 소녀, 라일의 여동생은 집안에 들이닥친 강도같은 사내아이들을 겁내지도 않고,
그들의 계획에 동참해 가난에 찌들어 사회의 부조리에대한 분풀이가 필요한
이 분노와 혈기가 넘치는 소년들을 더 큰집으로 인도한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러닉하게도 그들은 궁전같은 그 집을 부수지 못한다.
그게 한계였던 것이다. 그들의 분노도 결국은 우물안에서나 가능한 객기였던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한계를 보여주는 씁쓸하고 서글픈 단편이다.
 
살인을 위한 여행을 떠나는 아주 짧은 단편 <독버섯>역시 지독하게 허무한 단편이다.
배신과 살인, 또다시 보복. 복수는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이런 연속적인 폭력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묘한 허무감을 준다.
 
이 단편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리고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슬퍼지는 단편 <그웬을 만나기 전>.
아이러닉하게도, 그웬을 만나기 전보다, 그웬과 헤어지고 나서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단편이다.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비열하고 냉혹한 아버지,
너무나도 사랑하던 그웬을 아버지에게 잃은 남자의 서글픈 살인이야기.
데니스 루헤인을 좋아하는 이유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단편같은 느낌 때문일 것이다.
폐부를 찌르는 듯한 처절한 고독과 슬픔, 마음에 고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이보다 더 건조하고 가슴아프게 그릴수 있는 작가가 있을까.
아아, 마음이 찢어지는 것같은 단편이다.
 

표제작 <코로나도>는 <그웬을 만나기 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극본이다.
세 커플, <그웬을 만나기전>의 주인공 바비와 바비의 아버지, 윌과 지나, 환자와 의사의 대화를 통해
전혀 관계없을 것같은 사람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지게 만들어놓은 극본이다.
기본 뼈대 자체는 <그웬을 만나기 전>과 같지만, 그웬과 바비의 이야기가 조금 더 심도있게 등장하고,
여러가지 인과관계를 통해 서글픈 운명에 대한 결론을 짓는 극본이었다.
 
쿨하고 건조한 문장, 거칠게 욕지거리를 해대도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린 처량한 사람들,
저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가도 늘 뒤쳐지기만 하는 폐배자들의 인생.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아무것도 없을 하찮은 삶.
데니스 루헤인 소설 특유의 특징들이 200% 구현되어 나타나지는 책이었고,
너무나 마음에 드는 문장, 가슴이 아픈 문장들이 쏟아져나와서 섬뜩섬뜩 놀라면서 보게되었던 책이다.
읽는 내내 묘하게 대런 아르노브스키의 영화 <레퀴엠>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들은 가슴이 아프다.
마음속에 떠돌다가 가라앉아버리는 절망감과 허무함을 도무지 감출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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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0-03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봤습니다~ 전 아직 못읽고 있어요-_-
<그웬을 만나기 전>부터 읽어야지 ㅋㅋㅋ

Apple 2007-10-04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그웬을 만나기전은 정말 슬프더라고요.ㅠ ㅠ절망감이 저 깊숙한데서 쑥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