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의 기록
브라이언 마리너 지음, 정태원 옮김 / 이지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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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읽는 책이 하나같이 이러냐고, 또 한번 엄마에게 한마디 듣게 했던 "독살의 기록".
개인적으로 참고 자료삼아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던 책이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주로 1850년에서 1950년 사이에 일어났던 독살범죄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적절히 참고자료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범죄가 일어나게 되는 경우가 차마 셀수 없이 여러가지이듯이, 살인 처리방법도 여러가지이고, 살인에 악용되는 물품도 여러가지이다. 토막살인은 단지 시체를 절단하면서 희열을 얻는 변태적 욕망때문이기 뿐만이 아니라 많은 경우, 시체 운반이 어려울때 선택하는 범죄자들의 수법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독살 역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희열을 얻는 사이코패스의 잔혹한 욕망 때문에 일어난다기 보다는, 독극물 살해를 밝혀내기 어려웠던 시절, 손쉽게 병으로 오인받을수 있었을 법한 증상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그리고 한 티스푼만으로도 쉽게 사람을 저세상으로 보낼수 있는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에 사용된다. 때문에, 체력적으로 약한 사람에게도 가능한 살인방법이었던 것이다. 가령, 아주 몸집이 작은 여자라도 필요하다면, 손쉽게 이용했을.
그래서 옛 소설들에 그리도 독극물 살인사건이 많이 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독살의 기록"은 여러가지 독극물의 설명과 함께 그것을 악용해 살인을 했던 사람들의 사례를 보여주는 책으로, 실상 독살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익한 책이 될 것이다. 책에 실린 유명한 독살가들은 대부분 잡혀들어가거나 사형을 당했고, 의학이 훨씬 많이 발전한 지금에 와서는 적합하지 않은 살인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에 대한 로망때문인지, 독살은 항상 어쩐지 로맨틱한 살인으로 머릿속에 그려졌었는데, 책을 보며 독극물을 마신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 그림에서처럼 파리하고 아름답게 침대위에서 죽어가는 죽음은 아마도 없을테니. 죽음은 그저 신체적 고통끝에 찾아오는 부패일 뿐인 것이다.
(특히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몸을 활처럼 구부리고 두어시간 동안 동공이 풀리고 입꼬리는 웃듯이 올라간 채 소리를 지르다 죽을수 밖에 없는 스트리크닌 독살은 그야말로 후덜덜이다.)
독살의 거의 모든 동기가 돈이었다는 사실은 그러한 독살이 현대의 보험살인극과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인간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느 세상에서나 존재한다고 돈이 사람의 목숨을 앞지를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냉혹하게 느껴졌다.

이 쪽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삼아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전문적으로 파고든 책은 아니지만, 역사속의 독살을 살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라고 얘기하면 너무 냉정해보이나.)
덧붙이자면, 꼼꼼한 구성은 괜찮은데, 책속에 간혹 보이는 오타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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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와정 살인사건 1 - 시마다 소지의 팔묘촌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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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을 몰살기를 다룬 소설들은 참 많다.
그런 소설들이 대부분 그려내고 있는 것은 폐쇄된 마을에서 일어나는 군중심리인데
폐쇄된 마을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가장 평범하고 야비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들어낼수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 실제로 일어났다던 "츠야마 30인 살인사건"을 다룬 시마다 소지의 또다른 미타라이 시리즈(면서도 미타라이는 등장하지 않는다.) "용와정 살인사건" 역시 결국 귀결은 그렇다.
한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멸감이 끔찍한 사건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을 그려내면서도 사건의 진행상황이나 소외된 인간이 비틀리는 과정을 무척 꼼꼼하게 그려내 책을 읽으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지어낸 얘기인지 헷갈리게 되었다.
그래도 츠야마 30인 살인 사건에 미스테리가 여전히 남겨져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의 배후를 상상으로나마 완결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진실은 죽은 사람들과 함께 묻혀버렸다.

미타라이의 영원한 왓슨(그럼에도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미타라이는 고도의 홈즈 까기를 해댔지만-) 이시오카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용와정 살인사건"은 이시오카에게 한 여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전생에 무슨 죄를 졌는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던 여자는, 어느 점쟁이를 찾아갔다가 전생의 업을 청산해야 앞으로 제대로 살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시오카를 찾아가 오카야마 현까지 동행해 주기를 부탁한다.
마음 약한 이시오카는 반신반의 하면서 이 이상한 요구를 들어주기로 하는데, 스산하지만 아름다운 마을에 도착해보니 묶을데가 제대로 없다. 수소문끝에 찾아간 곳이 "용와정"이라는 여관인데, 장사가 되지 않아 여관을 때려쳤다면서 주인은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을 문전박대해버리는데, 오기로라도 이 여관에 묵으려던 이시오카는 그 순간 괴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용와정을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어지는 연쇄살인, 범인은 커녕, 총알이 어디서 왔는지도 전혀 짐작가지 않는 이 사건에 왠지 집착이 생겨 용와정에 머물면서 사건의 진행상황을 노르웨이에 있다던 미타라이에게 보내지만, 미타라이는 자신은 지금 너무 바쁘다며 알아서 하란다.
이런... 자신감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고 늘상 자학하기 바쁜 이시오카에게 커다란 짐이 부여된 것이다. 미타라이가 있었다면 이 사건은 훨씬 빨리 해결되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소설은 조금 덜 긴박했을 것이다.찌질함이 생명인 이시오카(흡사 교고쿠도 시리즈의 세키구치가 연상되지만, 미타라이는 적어도 쿄고쿠도처럼 냉랭하지는 않다.)의 매력이 한껏 들어나, 우왕좌왕하면서 사건은 해결된다.

시마다 소지의 소설들은 항상 두툼하지만, 그러면서도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행히 지루하게 읽지는 않았지만, 1100페이지가 넘어버리는 이 대용량 소설을 읽으면서 지겹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더 소설을 간략하게 쓸수는 없었을지 의문이다. 이대로라면 후속작이라는 "용와정 환상"은 읽고 싶어지지 않는다. 사건을 정리하기 위해 같은 이야기를 참 많이도 반복하고, 읽다가 읽다가 더이상은 전혀 궁금하지 않다는 단계에 이를때쯤에서야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서, 추리소설을 읽으면 앞부분과 뒷부분만 읽는다던 사람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시마다 소지다운 엄청난 꼼꼼함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작작좀 해라-하는 심정이었달까.
분명 사건의 얼개 자체는 재밌는데, 과도한 꼼꼼함이 사람을 질리게 만들어버린다.
참 이상하다. 마찬가지로 꽤 긴 분량을 자랑하는 교고쿠도 시리즈를 읽으면서는 그다지 지겹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이 소설은 왜 이렇게 피곤했을까. 정리되지 않은 책상에서 물건 하나를 찾는 심정이었달까.
 
거의 열흘에 거쳐 읽었던 소설이라 책을 덮으면서 알수없는 피곤함이 밀려왔다.
언젠가 같은 사건을 다룬 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도 읽어볼까 했었는데, 이대로라면 다시는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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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we1220 2008-05-1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뷰 잘 봤습니다.^^ 저도 몇시간을 걸쳐가면서 읽었어요. 도대체 미타라이는 언제 나오냐면서 마음 속으로 소리치며 읽었는데 결국 편지로만 나오더군요. 이시오카가 결국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래도 어설픈(?) 이시오카의 편지로 사건의 트릭에 힌트를 주다니 미타라이는 과연 명탐정이죠^^ 편지 밖에 안 나오지만 적어도 마신유희보다 더 미타라이가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Apple 2008-05-1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의 열흘동안 읽었던것같아요.^^;; 재밌긴 재밌었는데 좀 지치는 책이었달까요.
하긴, 마신유희에서도 미타라이는 무슨 카메오처럼 등장하지요.히히히히

하이드 2008-07-11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마다 소지책은 읽다보면 기가막히고, 읽고나면 '이게뭐야' 싶은데, 읽을때는 정말 재밌더라구요. 무튼 첨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접했을때의 미타라이를 보고파요-

하이드 2008-07-11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묘촌> 역시 재밌고 유익(?) 합니다. 요코미조 세이지인데요. 믿어보삼- 리뷰보며 기억 되살려보니 요코미조 작품 중에서도 특히 재밌게 읽었던 작품인게 기억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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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달까지- 파리에 중독된 뉴요커의 유쾌한 파리 스케치
애덤 고프닉 지음, 강주헌 옮김 / 즐거운상상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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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컬린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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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노트- 범죄심리를 해석하는 새로운 눈
로이 해이즐우드 지음, 허진 옮김 / 마티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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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의 기록
브라이언 마리너 지음, 정태원 옮김 / 이지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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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사랑과 광기의 나날
데릭 펠 지음, 최일성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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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천재 예술가, 자신을 귀를 잘라낸 정신착란증 환자, 태양처럼 불타는 노란색-
이 말들은 생전에는 인정받지도 못하던 화가 빈센트 반고흐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되어버렸다.
37년 평생 "붉은 포도밭" 한점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그림을 전혀 팔지 못했던 이 무명작가는 죽고나서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예술가로써 작품으로 영원히 기억된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올수 없는 크나큰 영광이지만, 감히 누가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할까. 평생을 동생 테오에게 의지하여 남루한 인생을 이어나가다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짐이 될까 두려워하는 그런 삶을 누가 살고 싶어할까.

<반고흐, 사랑과 광기의 나날>은 그가 대체된 아이로 태어나 37세에 밀밭에서 권총으로 자신의 위장을 쏠때까지의 짧고 아쉬운 인생 여정을 존경과 연민이 어린 어조로 풀어나가고 있는 책이다.
빈센트 반고흐가 태어나기 딱 1년전, 어머니가 유산한 아이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채 빈센트는 대체된 아이로써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환상속의 죽은 아들은 신화처럼 존재하며 어머니를, 그리고 빈센트를 따라다니는 망령이 되어버렸다. 무엇을 해도, 환상속의 아이처럼 완벽할수 없는 것이 당연한 사실.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던 어린 아이는 자라서도 사랑에 대해 집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했던 애정에 대한 결핍은 그로 하여금 어머니와 비슷한 여자들, 죽은 사람의 망령을 달고 살아가거나, 세상에서 버림받은 애처로운 모습을 하고 있던 여자들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열정적이다못해 광적으로 보이던 빈센트의 사랑들, 짝사랑을 하는 여자와 사귀고 있다고, 결혼할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착각, 사랑과 사랑이 주는 안정감을 도가 지나치게 맹신해 버리는 반고흐의 모습은, 지금 보아도 광적으로, 참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을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나 역시 주위에 이런 사람이 내게 끊임없이 구애를 해오고 자신의 감정을 착각하다가 실연하려는 순간이면 자신의 자책하다못해 자해까지 저지르는 사람을 지긋지긋한 스토커 내지는 정신병자로 생각했을 듯 싶다.
어눌하고 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 쉽던 반고흐는 생전, 주위 사람들에게도 평판이 그닥 좋지 못했고, 그의 넘치는 사랑은 상대방에게 부담과 혐오를 주거나, 불쾌한 스캔들에 휘말리게 했다. 그의 사랑은 언제나 실패작이었다.
가난한 자들에게 선심을 베풀었건만,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으로 여겼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똑같이 인정받지 못하던 인상파 화가들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빈센트 반고흐는 조금 더 인정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물랑루즈의 난쟁이 화가 로트레크처럼 타고난 부가 있지도 않았고,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고갱처럼 카리스마를 타고나지도 못해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편도 아니었다.
괴팍하고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자였지만 타고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휘어잡았던 고갱과의 우정은 마치 빈센트의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짝사랑처럼 보인다. 반고흐는 고갱을 동경했다. 그의 그림도, 그라는 사람도.
자신과 닮아있으면서도 자신보다 더 완성된 소울메이트를 보듯이.
고갱과 싸우고 돌아서서 칼로 그를 위협하고,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주었다는 일화는 무척 유명하지만, 대체 무엇이 그를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빈센트 역시 그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오랜 상처가 고갱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폭팔했던 것일까.
그 사건으로 그는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갖히게 된다.
 
빈센트에게는 헌신적인 동생이 있었다. 평생 가난하나마 예술가로써 살아갈수 있었던 건 동생 테오의 헌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화상이었던 테오 반고흐는 형의 그림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는 것으로 평생 빈센트를 부양하게 된다. 화상으로써, 예술가인 빈센트를 인정하고 존경했던 동생 테오는 그가 살아 생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그리고 언젠가는 그의 그림이 전설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테오의 아내 요한나 역시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빈센트의 그림에 매혹되어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고흐에게 애정어린 편지와 관심을 보내주었다.
테오와 요한나. 세상에 보낸 사랑에 응답받지 못했던 빈센트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그들이 아이가 아프자 빈센트에게 늘 보내주던 용돈을 보내주지 않겠다 통보하자, 빈센트는 크게 절망한다. 비록 곧바로 그들의 사과를 받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들었었을 것이다.
빈센트의 마지막 사랑, 그가 세들어 살고 있는 가셰의사의 딸과의 로맨스는 어쩌면 영원한 해피엔딩으로 이어질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딸과 빈센트의 사랑을 눈치 챈 가셰의사는 그 사랑에 반기를 든다.
세상 어느 부모가 정신병 경력이 있는 남자에게 딸을 맡길수가 있을까.
이 모든 거부된 사랑을 포기하고 빈센트는 결국 37세의 나이에 밀밭에서 자신을 총으로 쏘아버린다.
 
피흐르는 위장을 부여잡고 빈센트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도하게 넘쳐서 언제나 거부당하기만 하는 그의 마음과 세상에 짐이 되기만 하는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끊임없는 좌절은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다. 죽고나서야 평가받는 천재 예술가, 지금에 와서야 많은 사람들이 반고흐의 예술과 그의 인생을 사랑하지만, 과연 그와 같은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모두들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반고흐의 일생을 통틀어 본인 자신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행복했던 시절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세상에게, 사람에게 거부당하는 존재-이 얼마나 쓸쓸한 인생인지..
"멀쩡한 세상이 나를 미치게 한다." 반고흐는 이렇게 말했다지.
다르다는 것이 때로는 호기심을 자아내지만, 대부분은 이해받지 못하는 쓸쓸함을 자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다른 이 세상에서, 반고흐는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갈수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감성과 재능이 아무리 부럽더라도 감히 반고흐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테오 부부에게 자신이 짐이 될까봐 두려웠다 편지를 보낸 반고흐의 위태위태한 마음은 기분을 뭐라 말할수 없이 슬프게 만들었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애처롭고 안타까워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빈센트 반고흐의 인생은 찬란한 태양빛이면서도, 쓸쓸한 밤빛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이 아름다우면서도 우울한 기분을 자아내나 보다. 반고흐에 대한 책은 예전에 한번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책보다 주관에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반고흐라는 인물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 있던 책이었다.
지난 겨울, 반고흐전을 다녀와 반고흐에 관한 책을 보고 싶어서 샀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밤의 테라스에서 그 사람과 이야기 해보고싶구나. 그의 열정에 대해, 그의 버림받은 사랑에 대해.
어쩐지 손을 꼭 잡아주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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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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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오스케의 어머니가 암으로 죽으면서 시작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오스케의 일상에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장례식에서 본 엄마의 친구를 만나자마자 알수 없는 기묘한 광경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소꿉친구였지만 나이가 조금 들고 나니 소원해진 아키에게서도 기묘한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빠. 다정하고 가정적인 아빠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오스케는 이 모든 일상의 미스테리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미치오 슈스케에게 본격미스테리 대상을 안겨준 소설 <섀도우>는 일상의 소소한 수수께끼에서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소설로, 소설 내내 등장하는 꽤 흥미로운 심리학적인 정보와 함께 안개속에 휩쌓인 듯한 어슴푸레하고 불길한 느낌이 볼만한 소설이다.
작은 사건,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 진실을 틀어지거나 왜곡될수 있느냐 하는 생각을 던져주어서
실체를 알수 없는 듯한 기묘하고도 비밀스러운 느낌에 푹 빠져들어서 볼수 있었다.
혹시 그런 생각 해본 적 있는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만 빼고 한통속이라는 생각, 모두다 나를 속이고 있고, 모두다 거짓말만 하고 있다는 생각. 심하면 정신병이 되지만, 가끔씩 상상은 해본적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과대망상이 부풀어져 병이 되면, 이런 '못난' 자신을 부정하기 위해 자신을 지금의 자신이 아닌 좀더 멋지고 잘난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리고 뻔히 존재하는 자신의 현실적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서 그 '못난' 자신의 이미지를 타인에게 뒤집어 씌우게 된다. 자기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 또다른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섀도우'란 바로 그런 것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많은 심리학적 정보들이 무척 흥미로웠고,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여가며 의미를 이해하고 머릿속에 담아두기 위해 열심히 기억하려 하면서 읽었다.

그럼에도 다소 아쉬운 책이었다.
중반부까지는 희끄무레한 비밀들을 간직하고 아슬아슬하게 흘러가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좀더 현실적인 대답이 나오길 바랬던 것은 지나친 기대였을까. 아주 설득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니, 전형적인 소설이나 전형적인 영화처럼 마무리지어지는 것이 아쉬운 것은 개인적인 취향차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갈수록 추리소설 장르에서 반전이 구성에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사람들이 이제는 왠만한 자극에는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자체를 완전히 갈아엎을 대단한 반전같은 것은 그다지 바라지 않는 나로써는, 이 소설속의 반전이 설득력이 있건 없건 소설 자체의 분위기를 흐려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쉽게 말하자면, 무의식을 탐색하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저 깜짝 놀래키기 위한 떡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소설 중반부까지의 비밀스러움에서 풍겨져나오는 긴장감이나 초조함이 통속적인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진 것 같아서, 전혀 모르던 사실이었지만 막판에서야 갑자기 흥미위주의 스릴러소설로 변해버린 것 같아서 그점이 무척 아쉽다.
그래도 꽤 잘 읽히고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이쯤에서 만족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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