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2주

쌀쌀한 가을이 돌아왔다. 아직 낙엽은 지지 않았건만, 내 마음은 낙엽지는 마음으로 짠한 감정을 전해줄 영화를 찾고 있으나, 희한하게도 올 가을에는 그런 영화가 없다. ("애자"라던가 "내 사랑 내 곁에"같은 최루성 영화가 있기는 하지만, 내 취향도 아닐 뿐더러 억지로 눈물을 짜내야만 내가 인간이고 인간적인 슬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것만 같은 불쾌한 생각이 들어서 보기 꺼려진다. 그럼에도 "내 사랑 내곁에"는 보고 왔지만...) 

얼마전이 추석이었는데도 이제 추석이 극장가의 대목이라는 말은 사라졌는지 별다른 영화는 개봉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올 추석은 연휴가 짧아서 고향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테니 어쩌면 극장가에 사람이 붐볐을지도 모르겠는데..... 

"빨간 구두"라던가, "이터널 선샤인"이라던가-그런 영화를 보고 싶으나 현실은 이렇다. 

퍼니게임 

미하일 하네케의 <퍼니게임>을 무려 자기자신이 리메이크한 새로운버전의 <퍼니게임>이 이제 곧 개봉한다. 나온지 꽤 된 영화이고, 은근히 이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암흑의 경로를 통해 본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꿋꿋히 극장에서 보려고 기다렸다. 

계란을 빌리러 왔다는 청년 둘이 12시간 안에 일가족을 모두 학살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사이코패스 스릴러 영화의 전형.  예전 버전의 영화는 이미 봤지만, 새로운 주인공으로, 새로운 감각으로 어떻게 만들어냈을지 궁금하다. (이것도 너무 원작과 똑같으면 약간 실망하게 될지도....)  아무튼 이번주에 개봉하니 빠른 시일내에 보러가야겠다!! 흐흐흐 

다 큰 여자들 

스물아홉살이란 여자에게 어떤 의미일까. 

풋풋한 소녀시절을 지나 사회로 나와 20대를 보내고, 29살이 되면 막연하게나마 자신에게 펼쳐질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하는 나이가 된다. 나는 주부가 될 것인가. 혹은 노처녀로 늙어 죽을지라도 독신으로 남을 것인가. 혹은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할 것인가. 혹은 일에 파묻혀 인간적인 감정에 무뎌질 것인가. 

머릿속은 복잡한데, 결정지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마 스물 아홉해를 살면서도, 아직도 어린아이같은 구석이 있어서, 어떤 결정이, 어떤 삶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알수 없고, 무섭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나온 스물아홉을 떠올리면서 보고싶은 영화. 가을이니 뭔가 회상하게 만들거나,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라면 좋겠다. 훈훈하다면 더더욱 좋겠고!  

 

 (+) 이번주 개봉영화들은 아니지만, 뜬금없이 보고싶은 영화가 있다. 바로 이 영화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최근에 뱀파이어 연대기를 읽기 시작해서, 첫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읽는데, 어쩌면 세월이 지나도 이렇게 감정이 새록새록 올라오던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이 중학생 시절때였고, 그 이후에 TV로든, 비디오로든 꽤 많이 봤는데도 이 영화는 내게 항상 첫사랑처럼 설레인다. 두근두근~♥ 오랜만에 보고싶구나~~~♥

최근에 인기있었던 <트왈라잇>시리즈 따위와 비교하면 나홀로 무척 속상할 것 같다. 뱀파이어 연대기는 그런 소설과는 격이 다르다니까!!! 

푸줏간 소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옛날에 닐조던 영화를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닐조던의 대표작을 비롯해 꽤 많은 영화를 봤음에도 나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함께 <푸줏간 소년>이 가장 재밌었다고 기억된다. 

섬뜩하고 불쾌하면서도 심장을 갈기 갈기 찢기듯 마음 아팠던 영화. 프랜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든 보고싶은 영화인데 이제는 볼수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DVD가 나오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암흑의 경로에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정말 정말 다시 보고싶은 옛날 영화들이 떠오를 때면, 이제는 구할수 없는 영화들이 너무 많아져 버려서, 그 영화들과 관련된 추억들까지 모두 잃어버려야 한다니 어쩐지 허전하고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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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0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니 게임 개봉했을 때 그 내용이 섬뜩해서 볼까말까 망설이다 패쓰했었는데, 리메이크판이 개봉하는군요! 흐음. 이번엔 봐볼까요? 흐음..

Apple 2009-10-07 23:49   좋아요 0 | URL
흐흐...^^ 취향따라 다르기 마련이니 좀 그럴것같으면 안보시는 것도..=_=;
전 예전에 꽤 괜찮게 봤던 영화예요.^^

지나감 2009-10-1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견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큰여자들은 비추합니다. 왜이런 영화를 시네큐브에서 틀까
하는 생각만 가득들었던 영화예요
 
그랜 토리노 - Gran Torin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노인후의 삶이 어떨지는 생각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가 올바른 표현이겠지.
간혹 반려자가 떠난 이후의 삶을 사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들을 볼 때면, 사람의 노년이 아름다울수만은 없으며, 그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나름의 한을 가지고 남은 평생을 그 기억들에서 허우적대며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는 쓸쓸한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래서 많은 영화들에서 화자를 노인으로 잡고 그들이 떠올리는 기억속으로 들어가는 구도를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인의 기억. 그것은 한평생이고, 또 사라지지않고 쌓여가는 과거이며 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일테니.

그랜 토리노의 이 깐깐한 노인 코왈스키는 폴란드계 미국인으로 한국전 참전에서 있었던 자신의 살인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이끌고 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의식이 지나친 나머지 죽으면서 남긴 참회하라는 아내의 말은 들어먹지 않는 고집쟁이이기도 하다.
꼬장꼬장. 온갖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노인네. 인종차별주의자에다가 융통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꼰대.
젊은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의 노인의 모습을 다 갖춘 이 노인네가 변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내 것을 건드리는 것이 싫어 그랬을 뿐이다. 자기집 마당까지 침범하며 싸움질하는 이민계 갱들을 혼내주려다보니, 몽족 소년을 구하게 되었고, 기대한 적도 아니 사실 그래주기를 전혀 바라지 않는데도 이웃집 몽족 식구들은 그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며 음식이며 꽃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의 차를 훔치려다가 들키고 말았던 소년을 심부름꾼으로 부리라고 시키게 된다.

아내가 죽은 이 집에서 평온하게 살기를 원했건만, 저마다 자신의 가정을 꾸린 아들들은 그를 노인정에 보내려고 하고, 어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전혀 무지한 날라리 손녀딸하며, 시도때도 없이 길에서 사람을 위협하는 흑인, 동양인 깡패들 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것만 투성이.
보기싫은 것을 바꿔보려다가 그가 바뀌기 시작한다.
백인이 아닌 인종은 멸시하다시피 했는데 동양인들의 친근한 관심이 기분나쁘지 않았고, 그들의 답례 의식에 익숙해져가게 되었고, 계집애처럼 우물쭈물한 소년을보니 남자로 만들어주고 싶어졌다.
그렇게 노인은 이웃집 동양인 가족에게 정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바꾸기 힘든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 노인일 것이다.
평생 그렇게 살아온 이상, 하루아침에 무언가 크게 바뀌길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평생 그들이 간직했던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다가 죽으며, 아마 나 역시 나이들어 그렇게 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결국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마음"이구나 싶었다.
아껴주고 싶고 보호해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노인이 되어서도 인간은 변한다.
All you need is love. 결국은 사랑이었구나.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자신도 변화하며,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것, 평범한 사람이 거대한 선을 행하게 만드는 것.
모두 사랑에서 비롯되었구나.
그 작은 사랑이 한 인간의, 한 가족의 삶을 구원했다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 것일까.
그는 지독한 보수주의자에, 아무도 어여삐 여겨주지 않는 아집쟁이에, 어쩔수 없는 차별주의자였지만,
적어도 "악"을 외면하지 않는 선한 인간이었다.

가끔 "왜 이걸 극장에서 안봤지?"하고 후회되는 영화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 역시 다 보고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박하면서도 거대한 감동이 있는 영화였다. 이렇게 당연한 얘기를 당연하게 풀어내면서도 깊이감을 느낄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거장의 힘일 것이다.
나이가 한살씩 들어갈수록,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점점 너그러워지고, 인간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드러운 남자가 되는 것. 그것이 정말 강한 남자이고 매력적인 남성성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는 것일지.
그의 나이는 이제 황혼기도 넘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 당연하고도 지혜로운 이야기들을 계속 듣고 싶다. 남들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여, 만수무강하소서!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리라.
누군가 그랬다. 예술은 젊을 때는 할 수 있어도 나이가 들면 감각이 떨어져서 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예술에는 감각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있기 때문에 예술인 것이 아닐까.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노장 감독들의 영화에서 범접할 수 없는 깊이감을 느낄수 있는 것은, 굳이 풀어내지 않아도 그들의 삶의 지혜와 황혼기에 접어들때까지 했던 삶의 수많은 고뇌들이 담겨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마 이 영화를 젊은 감독이 찍었더라면, 이 정도로 가슴 찡하지는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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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연대기를 선물로 받았다. 우루이히~
그간 은근히 매니아가 많았던 시리즈인데, 최근에 다시 나온 이유가 뭐일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트왈라잇>의 인기를 떠올리지 아니할수 없지만, 두 작품의 수준차는 넘사벽 수준이며 "감히 엇다 비교를???"하고 정색하고 싶어진다.
어쨌거나 새로 나온 뱀파이어 연대기를 두근두근하면서 찍어보았다.
인터넷으로 볼때는 왠지 하드커버의 느낌이 많이 들었었는데 (예전에 나던 "향수"라던가 "드라큘라"같은 느낌으로...)
막상 받아보니 하드커버는 아니어서 그 점이 좀 아쉽다. (나는 이 작품을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을 생각인데!!!)
생각보다 책이 작은 점도 놀랍다.
그러나 책은 이뻐서, 시리즈대로 다 사놓고 책장에 꽂아놓으면 뿌듯할듯!!!!
이미 모두 본 작품이기는 하나, 새로 나온 이상 다시 읽어줘야하는 것이 인지상정.

오늘부터 시작된 10월은 뱀파이어 연대기와 함께하기로 결정!!!!!!!!!!!!!!!!!

 

이전 판과 비교해보니 요런 느낌. 

 

열린책들에서 나온 <드라큘라>와 비교해보니 책이 요렇게 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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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할리의 마차
히로아키 사무라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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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서점을 어슬렁거리다가 건져온 <브래드 할리의 마차>는 어쩐지 낭만적인 제목과는 달리 무척 잔혹한 만화이다.
브래드 할리가의 양녀가 되는 것을 꿈처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고아원의 소녀들, 가극단의 여주인공이 되어 화려한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고아원을 떠난 소녀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형무소. 형무소 죄수들의 심적 안정과 성욕해소를 통한 폭력성 저하를 위해 희생되는 일종의 위안부 소녀들이 되는 것이다.
고아원을 떠나 스타가 되는 꿈을 꾸었으나 처참히 짓밟히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하루에 몇십명이나 되는 폭력적인 죄수들을 상대하면서, 소녀들은 금방 금방 죽어나간다.

이 만화가 정말 무서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소녀들이 자살해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처럼 찢기면서도, 6일간 살아있으면 7일째에는 정말 브래드할리가의 양녀가 될수 있다는 부질없고 바보같은 희망. 이곳에서 견디고 살아나가면 뭔가 더 있으리라 하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정말 잔혹한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들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진다.
두고온 아내를 떠올리고, 두고온 여자친구를 떠올리면서, 당장은 일주일후에 오게된 새로운 소녀를 기다리는 짐승같은 죄수들. 자신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아원 소녀를 희생량으로 삼은 잔혹한 남자들의 세계. 그리고 그 잔혹한 남자들을 이용해먹는 더 잔혹한 시스템.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른 채 망가져가는 사람들...
일말의 인간성같은 것을 남겨놓은 것이 오히려 더더욱 잔혹하게 느껴진다.
이 만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희망이라는게 대체 뭐길래 이런 거지같은 상황에서도 살아있게 만드는 걸까.
만화속에 이런 대사가 있다.
절망속에서 죽는 것과 일말의 희망을 간직한 채 별안간 죽어버리는 것- 어느 것이 행복한 것일지.
어느 것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그런 부질없고 악랄한 희망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 또한 결코 행복하고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만화는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물론 수많은 피해자와 수많은 희생량을 거름으로 삼아.
현실이었더라면 과연 해피엔딩이 되었을까. 어쩌면 만화에서나마 이런 해피엔딩을 꿈꾸는 것이 인간의 마음일까.
이것 역시 부질없는 환상일까.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절망을 품고 죽어버리는 것보다 나은 것일까.
최근에 들려온 나영이 사건과 맞물리면서, 그리고 일제시대 위안부를 떠올리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불쾌해졌던 만화이지만, 작가의 필력에 새삼 놀라게 되고, 작화도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읽고나니 여러가지로 마음이 불편해지더라.
우리는 대체 뭘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걸까.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짐승이나 괴물이 아닌, 인간이 될수 있는 걸까.

 p.s 작가 자신이 밝혔듯이 이 만화는 작가가 <빨강머리 앤>에 한창 빠져있을 당시에 기획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연결고리를 전혀 찾을수 없을 정도로 다른 작품이기는 하나, <빨강머리 앤>에 바치는 작은 경외심같은 것은 느껴진다. 우리의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들이 어느 부분에서 등장하는지 찾는 것도 나름의 재미일듯.
귀엽게도 앤 셜리는 그녀가 꿈꾸던 이름 "코델리아"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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