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5주

11월이 되어버렸다. 크흐.....ㅠ ㅠ  제목처럼 시간여행을 떠나서 2009년 1월로 돌아가고 싶다. 시간이 뭐 이리 빠른지....11월이 될랑말랑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이 벌써 3일이다. ㅠ ㅠ

추석쯔음에는 볼 영화가 없어서 극장을 가고싶어도 가기 싫었는데 요즘은 왠지 끌리는 영화들이 많아져버렸다. 게다가 이번주에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이 개봉하다니...꺄아..ㅠ ㅠ기다렸어!!!! 

 

시간 여행자의 아내 

다른 이유없이 트레일러가 왠지 아련해서 보고싶다. 원작 소설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원작소설도 볼까 말까 생각중이다.  (원작소설이 영화보다 훨씬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약간 <벤자민 버튼...>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

그러고보니 나는 시간 여행자들을 좋아하나보다. 내용이야 전혀 다르겠지만, 갑자기!!! 이런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고르다보니 다 SF 액션 영화잖아?우히히히히히 

어쨌거나 세 영화 다 나름의 이유별로 좋아하는 영화들이다. <12 몽키즈>는 테리길리엄 영화를 찾아보게 만들었던 첫 영화였고,(그리고 충격적이고 슬픈 반전도 예술!!) <터미네이터>는 다른 시리즈는 별로지만 1편은 명작중의 명작이었다고 생각한다. <타임머신>은 별 의미없이 어떤 한 장면 때문에 좋아하는데, 사실 내용은 별로 생각나지도 않고, 그 장면으로 기억되는 영화이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이번 주 초기대작중 하나!!제목 때문인지 다른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타란티노는 옛날에 좋아했다가 중간에 싫어졌다가 (킬빌을 찍은 살짝 이전과 이후에..) 갑자기 또 좋아지려고 하고 있다. (데쓰 프루프 때문!) 

아무튼 좀 기이한 면이 있긴 하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라는 개념이 딱 박혀있는 것 같은 감독이라 나름 애정이 가기도 하고...  

이번 주말에 꼭 보러가야지!  

  

 왠지 이영화가 떠오른다. 제목이 비슷해서일지... 그나저나 "녀석들"이 붙는 영화들은 포스터가 다 이런 식이어야하는 건가? 히히

그러고보니 이 영화 진짜 웃겼는데... 기대도 안하고 극장 갔다가 극장에서 토할때까지 웃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나니 다시 보고싶네.  

 

얼마전에 핸드폰 요금제를 CGV 커플요금제로 묶어버렸는데, 한달에 영화표 한개가 나온다. 이월도 가능하다. 앗싸 좋구나~~~이번 주말에 써야지~우루이히~~~(오늘은 왠지 조증걸린 모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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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틈틈히 유럽영화제를 다녀왔다.
이틀에 나뉘어 세편을 보고 왔는데, 세개 다 나름대로의 재미를 가지고 있는 영화들이었고, 간간히 의도를 이해할수 없는 영화도 있었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살짝 졸게되었던 영화도 있었지만, 역시 보기 잘했다 싶었던 영화제였다.
짧막히 후기를 써볼까나?
 



리틀 애쉬

개인적으로 이번 유럽영화제에서 보았던 세개의 영화중에 최고였던 영화였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시인 페데리코 로르케의 애매모호한 애정전선과 삶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영화인데, 어떤 점이 가장 좋았냐면, 중간중간 정말 마음에 깊이 박혀버리는 완소씬들이 넋을 놓아버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20세기초의 퇴폐적인 분위기들과 농염한 여자들, 우아한 신사이면서 한편으로는 짓꿎은 아이같았던 그 시대 남자들이 길을 걷고 떠드는 것만 바라봐도 마음이 흐뭇해지더라.
시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페데리코 로르케라는 시인이 있다는 사실은 이 영화에서 처음 알게되었는데, 배역이 내게는 참으로 매혹적이라 다 끝나고 나도 머리속에는 살바도르 달리보다 페데리코 로르케가 더 남더라.
참 나약하면서도 이성적이고도 쓸쓸한 남자 주인공. 캬...내 취향이다.ㅠ ㅠ

영화의 초반은 두근거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가슴이 먹먹하다.
살바도르 달리와 페데리코 로르케 두 남자가 나누었던 것이 사랑이었는지는 알수 없다.
왜냐면, 그 시절의 남학생들에게는 그러한 동성애 또한 하나의 비밀스러운 유행이거나 바람처럼 훑고 지나가는 욕망의 일부분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영화속의 두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이라기보다는 나르시즘이라는 단어가 계속 생각나더라.
페데리코와 살바도르는 거의 정반대라 할 정도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상대방의 모습에서 찾고 있었던 것은 어쩌면 자신 내면에 있는 어떤 면, 또는 조금은 되고싶은 이상향적인 인간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페데리코는 살바도르의 열정이, 살바도르에게는 페데리코의 차분한 이성이 필요했을런지도 모른다.
극장을 나서면서 갈대밭에서 들리는 속삭이는 목소리 또한 영화를 보고나서도 계속 귀에 맴도는 듯 했고, 여러가지 아름다운 장면들이 자꾸 눈에 어른거리는 듯 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정식으로 개봉하게 될지도 모르니,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다.
왜냐면, 주인공이 트왈라잇의 주인공이니까....-_-;
개인적으로는 달리 역으로 나온 로버트 패틴슨의 내공없는 연기가 이 영화의 유일한 오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너의 한마디

3시간 자고 영화를 보러갔기 때문에, 초반에 살짝 졸아버리는 실수를 해버린 영화 <너의 한마디>.
하지만 초반을 약간 놓쳤어도 어느 정도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따라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로사리오와 밀라그로스 두 동창생이 만나 같이 일을 하게되고 일상을 나누게 되고, 어느 날 일터에서 발견한 아기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새로운 이야기를 낳는다.
뭐랄까. 스페인 영화들 저변에 깔린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참 좋다.
몹시도 신파적이면서, 한편으로는 파격적인 느낌이랄까.
어떨 때는 아침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가도, 어떨 때는 포르노를 보고 있는 것 같고, 또 어떨 때는 공포 스릴러 영화를 보고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
그리고 스페인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무리하지 않고 스토리를 조근 조근 풀어내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희한하게도 굉장히 뻔하고 흔하면서도 은근히 마음에 남는 대사들이 이 영화에도 존재한다.
바보같을 정도로 순진무구한 여자 밀라그로스의 울부짖는 울음에 마음이 왜 섬뜩해졌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푸른 수염

가장 보고싶었던 영화인데, 세편중에서 가장 별로였던 영화였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지루하거나 엄청나게 재미없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의도를 모르겠달까.
영화를 보고나서 집에와서 찾아보니, 이 영화 감독이 까트린느 브레이야였다.(어쩐지...)
까트린느 브레이야 영화는 <로망스>와 <팻걸> 두 영화밖에 보지 못했지만, 두 영화 다 의도를 알수 없었다.
심오한 척하는 엄청난 단순함과 느닷없는 불쾌한 반전이 특징이라면 특징일까..-_-;
이 영화 역시 그렇다. 두 자매가 동화 <푸른수염>을 읽으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두 자매의 이야기 하나, 푸른수염 이야기 하나.
잔혹동화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당혹스러운 막판 반전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푸른 수염 이야기는 "잔혹동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각색없이 원전과 거의 비슷한 상태대로 진행되고, (푸른 수염 이야기를 몰라서 이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겠는가?) 뜬금없는 마무리는 당혹스럽고 불쾌하다.
그나마 등장하는 꼬마아이들이 귀엽고, 소녀인 것도 같고, 소년인 것도 같은 묘한 느낌의 푸른 수염의 어린 아내 정도가 볼거리 였달까...(그러고보니 팻걸에서도 언니는 여신이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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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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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야마 유메아키의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고백>을 처음 읽었을 때, 무척 독특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광기의 한가운데에 조용히 서서 그 광경을 이야기 해주는 듯한 놀라울 정도의 초연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초연함이라면 오츠이치의 소설에서도 느낄수 있지만, 오츠이치의 소설속의 초연함이 "당연함, 어쩔수 없으니 내버려둘 수 밖에 없는 것"같은 느낌이라면,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소설속의 초연함은 "관망"같은 느낌이다.
그런 관망하는 시선과 딱 잘 어울리는 제목 "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는 <유니버셜...>에서보다 더 미친 이야기들을 들려주지만 결코 흥분하거나 감정이입하지 않는다.
그 점이 독특하다면 독특하고,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남의 일처럼 읽기로 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읽어야 다 읽어내려갈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첫 단편 두개쯤 읽어봤을때 나는 인간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을 어떤 관점으로 봐야할지 잘 모르겠었다. 악취미적으로 구경하는 듯 봐야하는지, 아니면 감정이입해서 나쁜 놈, 이런 무서운 일이 세상에! 하면서 봐야하는지, 작가는 뭘 의도하면서 이 책을 썼는지, 그런 것은 아무것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남의 일처럼 읽기로 했다. 어디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데, 내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그 끔찍함도 잘 모르겠고, 어렴풋이 공포가 느껴지긴 하지만 몇일후면 잊어버릴- 그런 남의 일처럼.
그랬더니 다른 걸 다 떠나서, 그냥 얘기자체의 독특함에 취하게 되더라.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단편들을 모은 <남의 일>은 기본적으로 공포를 깔고 이야기들은 진행된다.
존속살해, 이지매 이야기, 자살소동, 유괴, 폭력 그리고 또 폭력, 폭력.
얘기만 들어도 끔찍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작가가 초연하듯, 주인공들 역시 초연하기 그지 없고, 상황은 불쾌하기 이를데 없다.
그래도 남의 일처럼 읽기로 했으니 남의 일처럼 읽어져서 광고에 써있듯이 "이 책을 읽으면 모든 희망을 잃게된다" 정도의 느낌은 아니고, 소재나 표현방식이 독특해서 불쾌하면서도 재밌었던 단편집 같다.
말 그대로 타인의 불행을 남의 일처럼 관망하는 <남의 일>, 힘들여 낳아놓았더니 히키코모리가 되어서 골치만 썩이는 거구이 아들을 살해하려는 부모가 등장하는 <자식해체>, 이 단편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마지막 한마디에 몸이 차게 식어버리는 <딱 한입에>, 어느 날 고양이가 물어온 손가락에서 "살려줘!"라는 기묘한 말을 발견하게 되는 <전서묘>, 이지메에 대한 나름 독특한 해석과 발상의 전환을 하게만들었던 <레제데는 무서워>, 자살하는 여자의 앞에 나타나서 자살을 막으려는 남자가 등장하는, 그러나 막판의 어이없고 화나는 반전이 존재하는 <인간 실격> 정도가 재밌게 보았던 단편이다.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어머니와 톱니바퀴>이다. 아버지에게 폭행당하는 여자친구의 손을 이끌고 같이 바다를 보러가게된 주인공. 그러나 함께 도피한 여자친구는 이미 사람이 아니다. 매시간 썩어가는 그녀를 데리고 그는 여자친구에게 자신도 죽어가고 있다고, 너만 시체일리는 없다고 그렇게 되뇌여도, 자신은 살아있고, 그녀는 사그라 들어져간다.
머릿속으로 상황을 떠올리면 무척 끔찍하고 징그럽고 혐오스러울수 없는 상황이 떠올려지는데, 희한하게 애달프고 아련한 기분이 든다. <유니버셜...>에 실린 단편 "Ω의 성찬"과는 소재가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유독 나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나보다.
공포속에 존재하는 쓸쓸함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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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 District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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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쓸 시간이 없어서 아쉬울따름이다! 외계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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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 게임 - Funny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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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이미 봤던 영화의 이미 찍었던 감독의 똑같은 영화....인데도 볼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전작의 리메이크를 어떻게 했을런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냥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싶은 기분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또는, 세월이 지나 내가 똑같은 영화의 리메이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궁금하기도 했고....
같은 감독이 같은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다른 감독이 리메이크한 것보다는 끌리는 걸.
원작 <퍼니 게임>을 봤던 게 꽤 오래전의 일만 같아서 완벽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리메이크 작 역시 거의 똑같았던 것 같다. 아니 똑같았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감상은 다르다. 영화를 찍는 방식 또한 달랐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감상이 다른 이유가 내가 한번 봤던 영화라 결말을 모두 알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영화를 바라보게 만드는 감독의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영화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 한 가족에게 두 청년이 나타나 계란을 빌려달라고 하더니, 뭔가 짜증스러운 사건들을 연출하고, 급기야 화가 난 가족의 아버지가 뺨을 때리자 그때부터 두 청년은 무뢰한으로 돌변해 가족들을 위협한다. 12시간안에 가족들이 모두 죽는다면 두 청년이 이기는 거고, 12시간 안에 살아남는다면 가족들이 이기는 게임이 바로 그들이 재밌는 놀이라고 주장하는 "퍼니 게임". 단, 12시간 후에도 살아남은 가족들이 있을 경우에 그들이 살려보낸다는 보장은 없다.

오래전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려보자.
아무 이유가 없는 무차별 살인.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트라우마 따위 전혀 보이지 않는 건강하고 멀끔한 두 젊은이의 광기와 폭력. (오히려 이들은 부잣집 도련님 정도로 보인다. 살인마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깍듯한 예의범절,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기만 한 하얀색 옷과 비싼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 의대생이라는 점, 난해한 가치들에 대해 그들이 나누는 대화 등등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아이나 동물은 왠만해서 죽이지 않는 헐리우드식 스릴러의 공식에서도 한참 멀어져있고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죽는 것이 아이와 동물이다.) 재앙같은 상황에 내버려졌을때의 무기력한 가장의 모습하며, 생존자는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는 암담한 결말하며, 별로 보고싶지도 않으나 끝도 없이 이어지는 괴로운 롱테이크씬하며, 여타 비슷한 류의 헐리우드 스릴러 영화에서는 결코 하지 않는 행동을 일삼는 삐뚤어진 스릴러.
이런 미친 상황을 화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의 무기력감과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이 전해주는 낯설은 불쾌감때문에 처음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다 보고 무척 불쾌했고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자, 그렇다면 새 버전의 감상은 어땠을까.
나는 놀랍도록 초연했고, 놀랍도록 방관자적이었다. 그저 남일처럼, 그냥 영화 그 자체인 것처럼 이 영화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 인성이 바뀌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담력이 더 쎄진 것일까.
나는 오히려 그러한 내 감상이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굳이 살인씬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 내가 이 영화를 방관자적 입장에서 보게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이것은 그저 "남의 일"이었던 것이다.
눈앞에서 누군가 살해당해 죽어나간다면, 누구나 분노하고 슬퍼하며 두려움에 치를 떨며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겠지만,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은 채 이야기만 전해듣는다면, 누구나 적당한 동정심과 적당한 공포를 표현한 후 잊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그리고 새로운 버전의 <퍼니게임>이 전해주는 방관자적인 무감각은 더더욱 질나쁜 무기력함이 되어버리고 만 느낌이다.
내가 할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의 무기력함이 아닌,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지켜보자, 난 움직이기 귀찮으니까-라는 느낌의 무기력.
희한하게도 또 본 영화인데도 무척 재밌게 보았는데, 내가 악취미인 것인지 감독이 악취미인지 모르겠다.

이 미친 영화를 무엇에 대한 영화롤 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권력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두 살인마 젊은이들의 과거와 살인동기에 대해 관객이 알아낼수 있는 것은 극히 한정적이지만,
그들이 아주 사소한 분노로 이런 게임을 벌이는 것, 뻔뻔스럽게 자신들이 영화의 주인공임을 잊은채 카메라를 처다보며 관객에게 말을 걸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리와인드시켜 자기들이 원하고자 하는 결말을 이끌어내는 것- 이 모든 것이 이 나른하며 권태로운 두 살인마 젊은이가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게임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마음대로 처음으로 돌려버리는 아이들처럼.
"내 것"이기 때문에 거리낄 것 없이 내 맘대로 인형의 머리털을 뽑고 목을 비틀어 떼어버리는 아이들처럼.
현실에서도 이런 권력행사의 방법은 주로 폭력으로 귀결되고, 아마도 이 폭력적이고 무차별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권력"이라는 내면의 폭력이 아닐까 싶다.


p.s 나오미 와츠는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였는데,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그녀였다.
마이클 피트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는 무척 매력적이더라.
이제 제법 유명해져서 블록버스터급에도 출연할만 하다만은, 항상 기묘한 영화들만 선택하는 마이클 피트의 안목은 조금 기이할 지언정 탁월하기는 한 것 같다. 하긴, 적어도 얘는 지루하지는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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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18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나오미 와츠가 뭐랄까, 놀라워요. [이스턴 프라미스]에도 그녀가 나오길래 놀랐는데 말이죠, 이 영화에도 나오더군요. 저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그런 면에서 기대가 큽니다. 어제 다른 영화 보러 갔다가 이 영화 예고 봤는데, 예고만 봐도 무섭더군요. 그래서 꼭 볼 예정이에요. 불끈.

Apple 2009-10-19 03:46   좋아요 0 | URL
사실상 잔인한 장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서^^; 무섭다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기분이 좀 찝찝할수는 있겠네요. 헤헤
나오미 와츠 저도 정말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