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징조들 그리폰 북스 2
테리 프래쳇.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1년 후 세상은 멸망하고 천년왕국이 열린다.
이제 하늘나라에 올라가면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볼 수 없다.
모차르트도 없다, 초밥도 없다!
그러니 하느님 아버지께는 영원히 저 위에 계시라 하고
우리는 그냥 여기서 잘 먹고 살기를 원하노라, 아멘.

-테리 프래쳇 "멋진 징조들 "

책 뒤에 써있는 말인데,저 구절하나로 스토리가 모두 요약이 되며,
거의 600페이지에 가까운 이 긴 소설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이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책장 안넘어 가는 책은 처음 보았다.


원제 Good Omen.
제목처럼 이 소설은 영화 "오멘"을 패러디 하고 있는 종말에 관한 코미디소설이다.
적그리스도가 탄생 했다.
원래는 영화 오멘처럼 권력과 물질이 풍족한 멋들어진 배경에서 태어나야 했지만,
사탄숭배 수녀들의 실수로 적그리스도는 영국의 어느 평범한 중산층가정에서 태어난다.
너무 정확해서 인기끌지 못한 한 마녀의 예언서 이야기와,
인간들이 너무 영악해져서 도저히 그 잔머리를 따라갈수 없는 구시대적인 천사와,
6천년을 인간세상을 따라가며 살았더니 세속적인 즐거움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인류 종말과 악의 승리에 대해서 조금 시시해진 악마의 이야기와,
적그리스도 "아담"의 이야기가 한참 섞여가면서
이 책은 인류 종말로 치달아가는 몇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톡톡튀는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그간의 종말에 관한 예언서나 묵시록을 모두 뒤집어놓은 귀여운 상상력은 높이 평가하나,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은데다가 말장난도 너무 심한 관계로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에 모든 주인공이 어울어지지 못하고
산만하게 늘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마치 헐리우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결말 역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가들이 "재미로 썼다"고 말하니 소소한 캐릭터성의 즐거움을 빼고는
책 자체에 대해서 다른 건 바라지 않지만,
번역자와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의 자질에는 심히 의혹이 간다.

읽기 어려운 책도 아니고, 어려운 내용도 거의 나오지 않으며,
오히려 유쾌하게 심심풀이로 읽을수 있는 책인데도,
이렇게나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집중할수 없었던 것은
정말 엉망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는 번역의 문제에 있다.
나는 원본책을 보지 않기 때문에 (볼수 없겠지..-_-;)번역의 문제는 잘 못느끼는 편인데,
이 책은 확실히 번역이 장난 아니게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접속사, 조사의 사용이 허술하며 피동사의 활용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성의없는 엉터리 번역이었다.
훑어보고는 무슨 뜻인지 도대체 알수 없는 문장이 너무 많이 나와서
책 읽는데 짜증스러울 정도였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싶다고 말한다면,
다음에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번역가가 번역을 했을때 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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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월드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마틴 수터 지음, 유혜자 옮김 / 시공사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웃찾사에는 "희한하네"라는 코너가 있다.
건망증이 무지하게 심한 네명의 남자가 나와서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하는 어이없이 웃긴 코미디 코너인데,
(하지만 나는 그 개그가 참신하고 재밌다고 생각함.)

마틴수터의 스몰월드를 보면서 자꾸만 그 개그가 생각나서 피식피식 웃었다.
이 책은 65세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이다.
평생을 대기업 가문의 하녀의 아들로 살아오면서,
자기가 일궈놓은 것 하나없이,(심지어 결혼도 안했다.)
권력의 뒷꽁무니에 붙어서 그들의 필요에 따라 버려지고, 또 이용당하는,
주인공 콘라드는
65세에 비로소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되는데,
동거중이던 두사람에게 재앙이 찾아온다.
그것도 결혼을 한달 납두고,
콘라드에게 알츠하이머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는 이 소설은,
그렇다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의 시한부(?) 인생을 다룬
눈물 콧물 짜내는 드라마는 아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 콘라드 노인을 언제나 뒷받침해주었던
코크 기업의 계략과 비밀을
자꾸만 어린 시절로 회귀해 가는 콘라드의 기억력을 통해서 밝히려고 하고 있는
일종의 추리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재밌거나 감동을 받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재미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따라서 그다지 할말도 없다.-_-;;;;

주인공들 이름이 어쩐지 생소하다 싶었는데,
스위스 소설이었다.
스위스 소설은 아마도 처음 읽어보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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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덱스터워드의 비밀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변용란 옮김 / 영언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 정신병원에서 정신병자가 사라진다.
18미터 높이에서 문으로 나간 한적도 없이 정신병자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정신병자의 이름은 찰스 덱스터 워드.
그의 실종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의 대부분은
찰스 워드가 왜 미치게 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선대의 유산으로 어느 정도 부유하며, 자상한 부모님에
조용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소년
찰스 덱스터 워드에게 문제가 있다면,
다른 소년들 보다 비밀스럽고 조용하다는 것 뿐이었다.
그는 타고난 "은둔자이면서 학자"였으므로,
종종 방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는 고미술에 관한 관심이 많은 아이였고,
어느날 우연히 알게된 150년전 자신의 조상에 대한 이야기에 매료되면서부터,
훨씬 음울하고 비밀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의 조상은 흑마법에 미친 마술사였고,
늙지 않는 모습으로 백여년간 살다가 결국은 그의 계략을 알게된 마을사람들의 손에
최후를 맞이 했었다.
찰스 워드는 이제는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자신의 조상의 역사를 흠모했고,
학업도 포기한 채 그 역사를 따라 세계를 돌아다니게 되고,
결국은 두려운 인생의 종착점으로 자기자신의 발로 걸어가게 된다.

이 소설을 중반 가량 읽게 되면,
대충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짐작이 가게 되는데,
"어라? 반전이 이렇게 빨리 나오면 시시해서 어떻게 읽지?"라고
생각했던 나를 보기좋게 비웃으면서
소설은 매우 끔찍하고 몽환적으로 진행된다.
이 소설은 실체에 대한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지나치는데,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이 주는 공포이다.
차라리 자세한 묘사가 나왔다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상상할수 있었을텐데,
두리뭉실한 표현 속에서 실체는 독자가 직접 상상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재 자체의 공포감도 있겠지만,
카키색과 회색이 뿌옇게 흐려진 듯한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묘사와
음울한 세계관에 놀라울 정도로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은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일일히 상상하기 좋아하기 때문일까.
감정이 거의 섞이지 않은 차가운 신문체의 문체 또한 매우 마음에 들었고,
읽고 난 후에는 러브크래프트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 처럼,
정신이 멍해졌다.

읽는 내내 너무나 흥미롭고 재밌는데다가 소름 끼칠정도로 무서웠다.
아아... 이런 소설 너무 좋다지.
정말이지 너무나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가이다.
다른 책도 다 읽을수 있다면 좋겠지만,
구할수 있는 것은 앞으로 한권뿐이니 이것 참 슬프도다..ㅠ ㅠ
왜 환타지공포 소설의 신화창조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이 유명한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되었을까?




"만일 문학이 하나의 세계라면,
환상과 공포는 검은 강줄기로 나뉘어져 나란히 자리 잡은 쌍둥이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공포의 도시는 다소 위험스럽겠지만,
환상의 도시는 홀로 돌아다닐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공포와 환상이 두 도시라면,
러브캐래프트는 첫 번째 도시의 외곽에서 두 번째 도시의 끝까지 이어지는
아주 길다란 도로인 셈이다.
처음에는 오솔길로 시작되었지만, 이젠 왕복 12차선의 고속도로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러브크래프트 현상이다."
- 미국의 공포·환상 소설 작가 닐 게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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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크래프트 코드라는 이름하에 총 5권의 선집이 나와있는데요. ^^


Apple 2005-11-0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알고 있습니다.^^ 이 리뷰는 다른 곳에 예전에 썼던걸 퍼온거라서요...^^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십 길더"
주인이 말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인은 동전을 내밀었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제 내게는 설명할수 없는 오 길더가 더 있는 셈이었다.
나는 동전 다섯개를 빼내 손바닥 안에 꽉 쥐었다.
피터와 아이들이 볼수 없는 곳에 숨겨두리라.
오직 나만이 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그런 장소에.
나는 이 다섯개의 동전을 결코 쓰지 못할 것이다.
피터는 나머지 돈을 보면 기뻐하겠지. 빚이 깨끗이 청산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 역시 피터에게 더는 치를 것이 없었다.
한 하녀가 비로소 자유를 얻은 것이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진주 귀고리 소녀>

루시모드 몽고메리나 루이자 올코트가 제인에어를 썼다면
분명 이렇게 사랑스러운 느낌이었으리라.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어쩐지 제인에어를 생각하게 만들었던
"진주 귀고리 소녀"는, 제인에어처럼 우울하고 음침한 느낌없이,
파스텔 빛깔의 상큼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화가 베르메르의 화실을 청소하는 하녀가 된 그리트는
베르메르의 그림에 빠져들면서 그 역시 짝사랑을 하게되지만,
까탈스러운 부인과 여러명의 아이를 부양하고 있는 그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은
그리트에게는 있을수 없는 불경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 베르메르와의 추억이 그저 짝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이미 저택을 떠나 10년이 흐른 후,
푸줏간의 아낙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그리트에게
베르메르가 죽으며 그녀에게 진주 귀고리를 남겼을 때였다.
원래는 베르메르의 아내의 것이었던 그 진주 귀고리는,
그간의 사건과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는,
그리트에게는 분명 아주 커다란 의미가 있는 물건이었으리라.

그녀는 저택에서 진주 귀고리를 받아서 나와 즉시 진주귀고리를 팔아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남은 20길드중 15길드를 저택에서
남편의 푸줏간에 빚진 돈으로 갚기로 하고,
남은 5길드를 갖기로 한다.

어찌보면 참 멋대가리 없는 결말일지도 모른다.
아마 좀더 감상에 넘치는 소설이었다면 진주귀고리를 받아서 한바탕 울거나,
어디 안보이는 보석함에 넣어서 영원히 간직한다거나 했겠지만,
만약 그랬더라면 나는 이 소설을 경멸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말초적인 일본 영화 러브레터를 싫어한다.)

화가 베르메르와 하녀 그리트는 분명 서로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사이에는 넘을수 없는 장벽과,
넘을수 없는 신분과, 넘을수 없는 가족이라는 그늘이 있었다.
처음부터 이루어질수 없는 사이라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떠나도 잡지 않고, 다른 이성과 함께 있어도 말릴수도없다.
그들의 관계는 영원한 미스테리에 잠길, 아주 개인적인 비밀이었고,
그리트는 그에게 받은 마지막 유산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정확히는 그 특별한 비밀을 누군가와 나누어갖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돈으로 바꾸어 간직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결국 그리트는 그 20길드로, 하녀의 신분에서 벗어나온 것이다.
그 진주 귀고리를 판 20길드는 그에게 그녀가 단순한 하녀가 아니었었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손에 남아있는 동전 다섯개로,
소녀시절의 꿈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와의 추억은 영원히, 단둘만이 아는 비밀로 남겠지.

전체적으로 재밌는 소설이었지만,
결말은 희미하게 슬픈 느낌과 모든 것이 완결된 느낌을 전해주어서 특히 좋았다.
아직 영화를 못봤는데, 기회가 되는대로 한번 봐야겠다.

유혹당했으며 유혹하는 "진주 귀고리 소녀"....
책을 다 보고 나니 진주 귀고리 소녀를 왜 그렇게 평하는지 알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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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수프 - 무라카미 류 걸작선
무라카미 류 지음, 정태원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참는다'라는 건 여러가지 의미에서 일본적인 낱말이다.
나는 그 미국인의 이야기를 들은 후 그에게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일본인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어떤 사실이나 상황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한 외로움은
끝까지 참으면 되는 외로움과는 다르다.
나는 미국인이 지닌 외로움을 견딜 자신이 없다.

-무라카미 류 < 미소수프>



일본 가부키쵸의 외국인 연쇄살인마에대한 내용을 담은 소설 미소수프.
어떤 연쇄살인에 대한 소설은 연쇄살인마를 잡아들이는 과정이 내용이기도 하고,
또 어떤 소설은 연쇄살인마가 왜 연쇄살인마가 되었는지
인간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내용이기도 한데,
이 소설은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었다.
"프랭크"라는 정신이상 살인마의 행동과, 지난 과거를 보여주고
그에게 동정할만한 여지도 남겨두지 않으며,
그가 정신이상이 된데에 특별한 유년기의 불행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이상하게 태어난듯 자연스럽게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는 프랭크의
행적과 유년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상황을 제시할 뿐,
어떤 감정도 이입하지 않는다.

그다지 재밌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소설이었지만,
인상적인 것은 살인마에 대한 선입견도, 분노나 동정심도 없는
냉정한 무라카미류의 시선이었다.
그러나, 소설 내내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일본인은 이런데 외국인들은 이렇다."하는
비교문구가 솔직히 많이 짜증스러웠고, 위에서 인용한 글 역시 동감을 할수가 없었다.
문화적으로 다른 면이야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다른 것뿐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써 개개인의 차이까지도,
저런 식으로 "외국과 일본과의 차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는 것은 동감할수가 없다.
일본 소설다운 밋밋한 결말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별 달리 얘기를 끝낼수 있는 방법이 없을듯해서 별로 불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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