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덱스터워드의 비밀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변용란 옮김 / 영언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 정신병원에서 정신병자가 사라진다.
18미터 높이에서 문으로 나간 한적도 없이 정신병자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정신병자의 이름은 찰스 덱스터 워드.
그의 실종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의 대부분은
찰스 워드가 왜 미치게 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선대의 유산으로 어느 정도 부유하며, 자상한 부모님에
조용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소년
찰스 덱스터 워드에게 문제가 있다면,
다른 소년들 보다 비밀스럽고 조용하다는 것 뿐이었다.
그는 타고난 "은둔자이면서 학자"였으므로,
종종 방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는 고미술에 관한 관심이 많은 아이였고,
어느날 우연히 알게된 150년전 자신의 조상에 대한 이야기에 매료되면서부터,
훨씬 음울하고 비밀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의 조상은 흑마법에 미친 마술사였고,
늙지 않는 모습으로 백여년간 살다가 결국은 그의 계략을 알게된 마을사람들의 손에
최후를 맞이 했었다.
찰스 워드는 이제는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자신의 조상의 역사를 흠모했고,
학업도 포기한 채 그 역사를 따라 세계를 돌아다니게 되고,
결국은 두려운 인생의 종착점으로 자기자신의 발로 걸어가게 된다.

이 소설을 중반 가량 읽게 되면,
대충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짐작이 가게 되는데,
"어라? 반전이 이렇게 빨리 나오면 시시해서 어떻게 읽지?"라고
생각했던 나를 보기좋게 비웃으면서
소설은 매우 끔찍하고 몽환적으로 진행된다.
이 소설은 실체에 대한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지나치는데,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이 주는 공포이다.
차라리 자세한 묘사가 나왔다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상상할수 있었을텐데,
두리뭉실한 표현 속에서 실체는 독자가 직접 상상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재 자체의 공포감도 있겠지만,
카키색과 회색이 뿌옇게 흐려진 듯한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묘사와
음울한 세계관에 놀라울 정도로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은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일일히 상상하기 좋아하기 때문일까.
감정이 거의 섞이지 않은 차가운 신문체의 문체 또한 매우 마음에 들었고,
읽고 난 후에는 러브크래프트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 처럼,
정신이 멍해졌다.

읽는 내내 너무나 흥미롭고 재밌는데다가 소름 끼칠정도로 무서웠다.
아아... 이런 소설 너무 좋다지.
정말이지 너무나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가이다.
다른 책도 다 읽을수 있다면 좋겠지만,
구할수 있는 것은 앞으로 한권뿐이니 이것 참 슬프도다..ㅠ ㅠ
왜 환타지공포 소설의 신화창조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이 유명한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되었을까?




"만일 문학이 하나의 세계라면,
환상과 공포는 검은 강줄기로 나뉘어져 나란히 자리 잡은 쌍둥이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공포의 도시는 다소 위험스럽겠지만,
환상의 도시는 홀로 돌아다닐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공포와 환상이 두 도시라면,
러브캐래프트는 첫 번째 도시의 외곽에서 두 번째 도시의 끝까지 이어지는
아주 길다란 도로인 셈이다.
처음에는 오솔길로 시작되었지만, 이젠 왕복 12차선의 고속도로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러브크래프트 현상이다."
- 미국의 공포·환상 소설 작가 닐 게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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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크래프트 코드라는 이름하에 총 5권의 선집이 나와있는데요. ^^


Apple 2005-11-0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알고 있습니다.^^ 이 리뷰는 다른 곳에 예전에 썼던걸 퍼온거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