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수프 - 무라카미 류 걸작선
무라카미 류 지음, 정태원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참는다'라는 건 여러가지 의미에서 일본적인 낱말이다.
나는 그 미국인의 이야기를 들은 후 그에게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일본인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어떤 사실이나 상황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한 외로움은
끝까지 참으면 되는 외로움과는 다르다.
나는 미국인이 지닌 외로움을 견딜 자신이 없다.

-무라카미 류 < 미소수프>



일본 가부키쵸의 외국인 연쇄살인마에대한 내용을 담은 소설 미소수프.
어떤 연쇄살인에 대한 소설은 연쇄살인마를 잡아들이는 과정이 내용이기도 하고,
또 어떤 소설은 연쇄살인마가 왜 연쇄살인마가 되었는지
인간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내용이기도 한데,
이 소설은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었다.
"프랭크"라는 정신이상 살인마의 행동과, 지난 과거를 보여주고
그에게 동정할만한 여지도 남겨두지 않으며,
그가 정신이상이 된데에 특별한 유년기의 불행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이상하게 태어난듯 자연스럽게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는 프랭크의
행적과 유년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상황을 제시할 뿐,
어떤 감정도 이입하지 않는다.

그다지 재밌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소설이었지만,
인상적인 것은 살인마에 대한 선입견도, 분노나 동정심도 없는
냉정한 무라카미류의 시선이었다.
그러나, 소설 내내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일본인은 이런데 외국인들은 이렇다."하는
비교문구가 솔직히 많이 짜증스러웠고, 위에서 인용한 글 역시 동감을 할수가 없었다.
문화적으로 다른 면이야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다른 것뿐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써 개개인의 차이까지도,
저런 식으로 "외국과 일본과의 차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는 것은 동감할수가 없다.
일본 소설다운 밋밋한 결말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별 달리 얘기를 끝낼수 있는 방법이 없을듯해서 별로 불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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