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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인형의 집 - 상 ㅣ 밀리언셀러 클럽 15
타마라 손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마녀의 세계사"라는 책을 보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던 마녀와 부두교에 대한 미신적인 편견들이 거의가
사람들의 오버된 환상에서 나온 것 임을 알게된다.
"마녀의 세계사"의 작가는 분명 마녀는 있지만, 사악한 주문이나 흑마술따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주술이나 주문이 기원이나 예방의 의미를 갖고 있는 일종의 액막이 일뿐이라고.
마치 우리나라 무당들이 예방책으로 부적을 나누어주듯 말이다.
어디선가 미스터 크로울리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저 유명한 오지오스본이 노래에서 그려냈던 악마같은 미스터 크로울리는,
(실존하는 사람이다.)
사실은 악마적인 존재라기 보다는 주로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종의 무당과도 같은 존재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왜 영화나 소설에서는,
마녀나 마법사는 사악하고 흑마술이나 불길한 주문을 거는 사람으로 그려지는 걸까?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평범한 것보다는 미스테리를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녀가 그런 이미지가 박힐수 밖에.
만약 현실에는 없을지 모른다고 해도, 참 재밌지 않은가. 그런 것은.
"악함"은 언제나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상상할수 없을, 재밌는 얘기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타마라 손의 "붉은 인형의 집"은
마녀 크리스터벨과 그녀의 불운한 집안에 대한 얘기를 바탕에 깔고,
귀신이 나오는 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공포 소설가인 데이빗은 그 유명한 "보디 하우스"로 이사가게된다.
아름답고 거대한 저택 보디하우스는 리찌 보디와 그녀의 딸 크리스터벨,
그들의 불행한 집안 내력과 무고하게 살해당한 사람도 많아서 항상 귀신이 나오는 집이 되어버렸다.
이런 집에 이사가려는 이유는 단지 "좀더 무서운 소설을 쓰기위해서"이다.
데이빗은 언제나, 자신이 경험한 공포를 써내려 간다.
그래서 신작을 쓸때마다 귀신이 나오는 집이나, 유령이 나오는 집을 답사하면서 느꼈던 공포심을
새로운 이야기로 끌어내고 그걸로 일약 스타작가가 된다.
데이빗이 맞딱뜨린 "보디 하우스"는 그 찬란한 살해 내력처럼,
그의 상상보다도 훨씬 거대한 공포를 지닌 집이었고
그에대한 이야기와 부두교를 신봉하는 사악한 마녀 크리스터벨을 몰락시켜가는 얘기가
바로 이책 "붉은 인형의 집"이다.
책이 꽤 두껍고, 그 두꺼운 책이 상,하로 나뉘어서 두권이나 되는데도,
지루하지 않게 빨리 읽어내려갈수 있는 책이었고, 물론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살때의 기대만큼 만족스러운 책은 아니었다.
비슷한 소재의 스티븐 킹의 "샤이닝"과 견주어 볼때,
이 소설에는 공포도, 스릴도 없었다.
"샤이닝"이 무서웠던 이유는 귀신이 나오는 호텔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런 극한 상황에 내몰린 남자가 서서히미쳐가는 인간의 나약하기 짝이없는 "인간성"에대한 공포와
숨겨도 어쩔수 없이 드러나는 남성의 가부장적인 권위에 대한 공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면서 마음을 졸이게 되었던 것도, 과거 알콜중독증이 있었던 주인공이
언젠가 어린 아들을 때리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공포소설이면서도 조금도 무섭지 않다.
이유는 공포의 "핵"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포스러울만한 소재를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소재가 흩뿌려져 있을 뿐, 그저 현상 그대로 보일뿐 공포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서큐버스가 등장하는 등 에로틱할 만한 요소를 첨가했지만,
야하다거나 퇴폐적이고 탐미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 어쩐지 추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꼭 필요할것 같지도 않아보였다.)
전 주인공들이 모두 꽃미남 꽃미녀에 꽃중년이라니,
그것도 좀 경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잔인하기는 엄청 잔인하다.
내장도 쏟아지고 머리도 잘리고, 토막살인도 난다.
그러나 거기에는 실질적인 공포나 누구나 자극시킬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공통된 공포심이 없다.
그저, 짜르고, 뭉게고, 죽일 뿐,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자극이 없다.
또한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대화 또한
너무 느긋해서 그다지 감응이 오지 않았다. (긴장감을 떨어뜨리는데 한몫했다.)
마치, "헌티드 힐"같은 미국 블록버스터 공포영화를 볼때와도 비슷한
"잔인하나 무섭지 않은" 소설이었다.
보고나서 남는 것도 없고, 재밌으나 보고나면 잊혀지고, "핵"이라는 것이 없어보이는,
보고나면 잊혀질 헐리우드 영화같은 느낌이었다.
전혀 다른 곳에 있었던 사람이 나타나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좀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무리였고,
전형적인 권선징악에,
(착한 주인공들은 정말 한명도 죽지 않고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죽는다.
이건 동화가 아니다. 좀 유치하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처럼 끝나는 마지막의 해피엔딩도,
(해피엔딩이라고 싫은건 아니지만 이런식은 너무 평이하다.)
평이한 진행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장면에 대한 묘사나 어려움없이 읽히는 전개는 칭찬할만 하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술술 읽히는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감응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