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나는 귀성열차는 비어 있었다.
이 차량에는 지친 노파가 한 사람 타고 있을 뿐이다.
휴일도 아닌데 시골에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 보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다.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좋게 이마와 뺨에 닿는다. 희미하게 고향 냄새가 났다. 정말 기분이 좋다.

연일 이어진 과로 때문에 완전히 잠들고 말았다.

정신없이 자면서 옛날 꿈을 꾸다가 깨어 보니, 어느새 앞좌석에 한 남자가 있었다.
피부가 희고, 젊은 건지 늙은 건지 알 수 없는 남자였다. 몹시 졸린 듯한, 인형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데, 뭐가 좋다고 여기 앉은 걸까?
곰곰이 그런 생각을 한다.

남자는 상자를 들고 있다.

몹시 소중한 물건인 듯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가끔 상자에 말을 걸기도 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맞혀 보려고 하지만, 너무나도 졸렸다.
항아리나 꽃병이라도 들어 있는 걸까?
크기도 딱 적당한 상자다.
남자는 가끔 웃기도 한다.

“호오.”
상자 속에서 소리가 났다.
방울이라도 굴러가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교고쿠 나츠히코 <망량의 상자>中 "상자속의 소녀"



"망량의 상자"속에 나오는 소설 "상자속의 소녀중에서...
소설속의 주인공들도 이 소설을 모두 왠지 기분나쁘게 생각하지만,
종종 등장하는 "상자속의 소녀"의 이야기는 참 기이할 정도로 기분나쁘다.
심각하게 병적이고, 그래서 딱해지는 느낌.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상자속의 소녀"라는 소설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은건 내가 변태여서 일지.-_-;;
소설속에서는 <중략> <하략> 등으로 자세히 나오지 않는데,
오히려 무지하게 궁금해졌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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