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 - Shutter Isla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미 본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단 기대가 되는 동시에 같이 실망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원작소설들을 말아먹었는가.
나는 소설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지만, 소설을 뛰어넘는 영화는 지금까지 단 한편도 보지 못했고, 그나마 소설도 마음에 들었고 영화도 마음에 들었다면 그 정도로 만족하는 편이다.
이 영화도 그랬다. 보기도 전에 절반쯤은 포기하고 봤다.
왜냐면, 원작 소설가가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데니스 루헤인이거든.
누가 감히 비쥬얼로는 표현되지 않는 데니스 루헤인 소설의 매력을 영상에 담을수가 있겠는가.
지난주 시사회로 보고 온 <셔터 아일랜드>는 그런 면에서는 성공적인 영화이다. 적어도 원작에 누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았으니. (그리고 때로, 어떤 씬들에서는 소설이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강렬한 느낌을 전달하기도 한다.)
원작 <살인자들의 섬>을 본지 하도 오래되어서 장면 장면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영화 자체로는 상상 이상으로 괜찮았다.
그간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나온 책들이 영화화 된 경우에는 실망만 가득했던 것 같은데, 역시 괜히 마틴 스콜세지가 아니더라. 간간히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촬영의 미학은 함축적이고,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되었더라. 이런 건 또 노련함이 없으면 촌스러워지는 법이지.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은 소설을 충분히 살리려 노력했던 것 같고, 간간히 주어지는 마지막 반전에 대한 힌트도 공정했으며, 주인공, 조연할 것없이 연기력들도 하나같이 뛰어났다.
오랜만에 보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스릴러! 지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았다.
감정에 휘둘려 눈물 펑펑으로 만들지도 않았으나, 아찔한 기억속의 단편들은 충분히 두렵고 슬프다.
그간 등장했던 수많은 스릴러들에 실망만 거듭했는데, 오랜만에 하나 건졌다.

책도, 영화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가지지 말고 보기를 권한다.
나는 이미 소설을 읽고 보았으니 어떤 반전이 있는지 다 알고 본 셈이긴 하지만, 아무 정보 없이 원작 소설을 보았을 때 내 예상과는 달리 진행되는 이야기에 당혹스러우면서도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 데니스 루헤인을 좋아하는 사람, 원작소설을 재밌게 본 사람에게 다 추천!!!

p.s 1. 그러나 결말 부분은 약간 아쉽다. 소설과 비슷하게 마무리 되기는 했지만, 소설로 보았을 때는 분명 "어라?"싶고, 쓸쓸하기도 했는데, 왜 영상으로 보니 웃겨지는 걸까? 어쩔수 없는 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망칠 정도는 아니다.

p.s 2.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자신을 망가뜨리는 작업을 많이 했었나보다.
배나오고 추례한 디카프리오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이 영화에서 디카프리오는 그렇게 나온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셔터 아일랜드>에서 또한 폭풍 열연을 보여주고 있지만,
뭐랄까. 참 애매모호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젠 나이든 역활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그의 얼굴은 동안이라 아주 젊은이의 역도, 아주 아저씨의 역도 완벽히 어울린다고는 할수 없는 애매모호한 단계가 된 것 같다.
예전에 고 최진실에게서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동안 배우들의 뛰어넘어야할 핸디캡은 역시 캐릭터의 성장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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