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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업 - Bandsla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가을이 되면 음악영화 하나쯤은 봐줘야한다. 그냥 나 혼자 그렇게 정했다.
진지한 음악 영화일 필요 없다. <시스터 액트>시리즈라던가 <스쿨 오브 락>처럼 유쾌발랄한 코미디여도 상관없다.
특히 밴드음악에다가, 펄펄 끓는 청춘들이 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면 영화가 화끈하고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겠어?
....하는 마음으로 보러갔던 <드림업>
이 영화가 재밌었던 이유보다 재미없었던 이유를 열거하는 것이 더 낫겠다.
까려고 보러갔던 것은 결코 아니나, 보다보니 깔것만 생기더군.
1. 무엇을 위한 영화인지 모르겠다.
원제는 <Band Slam>이고 영화 후반부에 밴드대회인 밴드슬램에 참가하는 것이 나오지만, 이 아이들이 왜 밴드 슬램에 참가해야하는지에 대한 절실한 이유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뻔하다 할지 모르지만,(그리고 관객은 결국 어떻게 될지 알지만) 요런 영화에서는 대회에 참가할때는 뭔가 이유가 있어야하는 것이 당연한 법.
인기짱 메인보컬한테 밴드 이름 뺏기고 쫓겨나서 억울하기 때문에 나가서 이겨야한다는 이유가 있어야했다면 더 강조해야했다. 영화속의 아이들은 그냥 어쩌다 밴드를 만들었고, 만든김에 나가보자-하는 걸로 보이더라.
물론 밴드슬램 참가에 대한 이야기자체도 희미하다. 계속 밴드연습하는 것은 나오지만, 곁다리로 끼어든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결국 목적에 대한 집중을 할 수가 없게 만들어놓았다.
청춘영화를 만들것인가, 청춘 "밴드"영화를 만들 것인가, 그것부터 분명히 좀 했었어야하지 않을까.
덕분에 어울리지 않게 런닝타임이 늘어진다.
2. 다분히 걸취향의 음악.
이 부분은 좋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로써는 무척 실망이었다.
밴드음악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어떠한 종류의 락음악과도 거리가 먼, 다분히 팝적이고 소녀취향의 음악에 허탈하기 그지 없었다.
어떤 노래든지 끼어드는 사랑타령, 너를 믿어, 내가 니 곁에 있어줄게 류의 가사는 식상하고 낯간지럽기 그지 없으며, 그런 대회를 챙겨 보러오는 락매니아라면 거들떠도 안볼 음악을 열광하면서 보고있는 관객을 보고있으려니 헛웃음이...허허.....
전체적으로, 음악 매니아이며 왕따인 주인공이 전학을 가게 되면서 밴드 매니저가 되면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인데, 초반부 비춰지는 그의 방을 보고 있다보면 음악 취향을 대충 알겠다. 그런데 Bloc party라던가 Belle and Sebastian의 음악을 듣고, the who의 음악사까지 알고 있는 아이가 이런 소녀취향의 팝적인 락음악을 지향할수 있다고? 글쎄.....허허....
게다가 얘네는 밴드 인원 모집도 참 쉽게 하고, 조금만 연습하니 합주가 딱딱 맞더라?
3. 스토리의 개연성이 없다.
다른 거 다 그렇다치는데, 이 부분은 봐주고 있기 버겨웠다.
후반부 밴드 음악을 도용한 사람에 대한 처리는 전혀 되지 않고, (오히려 그러고도 더 잘 지낸다.) 엑스 걸프렌드곁에 들러붙어있는 얼뜨기 자식을 엿먹이려는데 그냥 당사자가 굉장히 싫어하는 별명 한번 부르는 게 끝이고, 갑자기 밴드 보컬이 바뀌는데 아무도 태클걸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또 바뀌자마자도 호흡 척척 들어맞고!!!) 밴드 슬램 대회에서 갑작스럽게 곡이 바뀌는데도 그 곡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다.(천재인가보다. 약 5분만에 작곡부터 합주까지 완벽히 마치는 무서운 아이들!!!)
불필요하게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어두운 과거들은 나와서 나쁜게 아니라 어중간해서 나쁜거다.
억지스러운 오해씬에, 쿨해보이려는 대사들.
이렇게 구멍이 많은 스토리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는지가 더 신기할 따름이다.
극장값 버리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코웃음나는 영화가 될 것이다.
극장값 또 올랐다. 보러가기 전에 고심 좀 해보자.
진중한 면도, 그렇다고 유쾌한 면도, 뭉클한 면도 아무것도 없다.
정신을 놓고 봤어야했나?
영화를 보면서 머리를 텅비우고 그냥 바보같이 있고 싶었건만, 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서 아쉽다.
그나마 반가운 건 마지막에 진짜 데이빗 보위가 등장한 정도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