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관람가 헐리우드 영화에 질린 사람이라면 꼭 보란한 영화 <9>.
천재 과학자가 인류가 멸망하는 시점에서 만들고 죽은 9개의 봉제인형들이 폐허가 된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인데,
다른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독창성이 심히 돋보였다.
렌즈를 이용해 조리개처럼 열렸다 닫히는 눈, 가슴부터 배를 가로지르는 지퍼, 닭다리같은 다리,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
독특한 만큼 사람 취향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하다.
영화에 "악"으로 등장하는 존재는 인류가 멸망하기전 만들어 놓았던 거대기계들인데,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만들었던 기계들에 의해 인류가 위협을 받고, 또 살아남은 기계들만이 지구에 남아 지구를 지배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사실 독특한 것은 아니나, 액션영화에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을 박진감 넘치는 액션씬과 함께 전체적으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동화같은 느낌이 전혀 없어서 좋았고, 보다보면 왜 전체관람가가 아니라 12세 관람가인지 알수 있어 좋았다. (영화의 선정성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코드를 가진 영화였다고나 할까.)
아, 이런 인형들이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3,4 쌍둥이들과 여전사 7, 전구를 든 구원자 9이 참 귀엽더라. 히히
왜 하필 5도 아니고 10도 아닌, 9일까?
9가지 헝겊인형들은 저마다 숫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게 곧 그들의 이름이다.
이 헝겊인형들의 주인인 과학자가 이들을 지구의 지킴이로 만들면서 세상에 꼭 필요한 종류의 인간의 습성을 꽤 세심하게 분류했던 것은 아닐가 싶었다.
1-보수적인 지도자. 2-지혜로운 발명가 3,4-은둔자이며 학자 쌍둥이 5-기술자
6-괴짜 예술가 7-전사(목소리와 묘하게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서야 전사 7은 여자임을 알수 있다. 이 모든 헝겊인형들을 위해 과격한 액션을 마다하지 않는 전사의 캐릭터를 여자로 만든 것은 "어머니"로써의 습성까지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8-보디가드 9-구원자
인간세상에 최소한의 인간이 있어야한다면, 이런 인간들이 꼭 필요하다 싶은 역활의 캐릭터들이 아니었을까.
아, 스틸컷을 다시 보고 있으려니, 얘네들 진짜 귀엽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