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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글쓰기 연습법, 베껴쓰기
송숙희 지음 / 대림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이르노니 - 노력 없는 글쓰기는 없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다 한 글이 좋은 글이라 할 수 있다. 쓰는 이나 읽는 이 두 쪽이 다 만족할 수 있다면 길든 짧든 분량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글을 조금이라도 써본 사람은 안다. ‘글 한 번 제대로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예를 들자면 시작할 때는 분명 ‘수다의 즐거움’에 대해서 써야지 했는데, 마무리 단락에 가면 어느새 ‘잔소리의 폐해’로 변질되고 마는 제 글의 모순 앞에서 낭패감에 휩싸이던 때가 하 몇이던가.
75쪽 - ‘문장을 짧게 쓸 것’, ‘첫 문단을 짧게 쓸 것’, ‘활기찬 표현을 사용할 것’, ‘긍정적인 표현을 쓸 것!’ 헤밍웨이가 근무했던 캔자스시티 스타 신문사의 문장 지침이다. 동시에 헤밍웨이 소설 문장의 특징이며, 세상으 소설가들이 헤밍웨이로부터 배우려는 문체의 핵심이다. 헤밍웨이는 신문기사를 쓰며 글쓰기를 업으로 삼았고, 신문기사를 쓰며 글쓰기를 단련했다. 예나 지금이나 신문기사는 단순하고 명료하며 정확한 것이 생명이다. 그래야 가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다. 글쓰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재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글쓰기는 오히려 기술에 가깝다. 이는 공부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인 것과 같다. 가끔씩 쓴다는 것에 대해 지나친 자부심을 가진 이들이 그것이 재능이나 예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글쓰기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어디에나 예외는 있다. 그리하여 드물게 예술가적 재능을 발휘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그건 그야말로 특별한 경우이다. 그러니 쓰고 싶다면 미리 기 꺾일 필요는 없다.
64쪽 - 나는 백석의 새로운 시를 만날 때마다 노트에 한 편 두 편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묘한 흥분과 감격에 휩싸여 손끝은 떨리고 이마는 뜨거워졌다. 나는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필사했다. 그런 필사의 시간이 없었다면 내게 백석은 그저 하고 많은 시인 중의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그가 내게 왔을 때, 나는 그의 시를 필사하면서 그를 붙잡았다. 그건 짝사랑이었지만 행복했다. -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중에서 안도현
132쪽 - 미켈란젤로와 다 빈치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 지금껏 회자되는 작품을 남긴 슈퍼스타급 화가다. 반면에 라파엘로는 평범하게 태어나 노력만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화가다.
라파엘로가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을 때 이미 미켈란젤로와 다 빈치는 화가로서 명성을 구가하고 있었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그들의 재능과 명성 앞에 참패할 게 뻔했다. 선배들의 작품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라파엘로는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과 기술을 알아냈다. 그리고 피렌체로 떠났다. 시의회 홀을 찾아가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밑그림을 살펴보며 그들의 스케치를 따라 그렸다. 라파엘로는 선배 화가들의 아이디어와 기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긴 세월과 노력을 바쳤다. 그 결과 미술사학자들은 르네상스 미술사에서 라파엘로를 승자로 꼽기도 한다.
글쓰기는 다른 예술 분야와는 달리 아무나 도전할 수 있다. 다만 재능이 덜 필요한 만큼 감각과 열정은 더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예민한 손끝과 묵직한 엉덩이가 준비물로 필요하다. 그 두 도구를 활용해 읽고 쓰기만 하면 된다. 우선 ‘예민한’ 감각으로 다른 사람의 잘 쓴 글을 베껴 써본다. 좋은 시나 산문을 읽고 베껴 쓰다 보면 감이 온다. 지속적인 이 연습은 자연스레 나만의 문체와 나만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이때도 사람들은 착각한다. 머리(재능)와 가슴(감각)이 글을 쓰게 하는 줄. 단언컨대 글을 쓰는 원동력은 그 둘 다 아니다. 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묵직한’ 엉덩이다.
81쪽 - 하루키는 말없고 근면한 마을의 대장장이처럼 누군가의 부탁이 없어도 꾸준히 부지런히 써간다고 한다. 나는 하루키의 이 방식은 전업자가가 아닌 생업이나 학업 등 우선은 더 바쁘고 중요한 일들 틈에서 글쓰기를 훈련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특히나 유용하며, 베껴 쓰기야말로 우리들에게 아주 걸맞은 글쓰기 훈련법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한 편씩 신문칼럼을 베껴 쓰는 것은 그가 말한 글쓰기에 반드시 필요한 근육인 집중력과 지속력을 강화하는 데 더없이 좋다. 하루키나 작가들은 쓸 게 없어도, 쓰지 못해도 무조건 일정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의식을 집중한다. 아직 쓸 게 없는 우리들은 매일 일정시간 신문칼럼을 베껴 쓰며 집중력과 지속력을 훈련시키기에 그만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하루키의 말처럼 ‘견뎌나가는 사이에 자신 속에 감춰져 있던 진짜 재능과 만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글 한 번 써보고 싶은가? 우선 취향에 맞는 책을 읽어라. 좋은 글을 쓰고 싶은가? 잘 된 글을 필사하라. 글을 오래토록 잘 쓰고 싶은가? 당장 엉덩이부터 의자에 앉힌 뒤 손가락을 자판에 올려라. 그리고 두드려라. 네 튼실한 엉덩이가 의자의 존재를 잊을 정도가 되고, 더 이상 예민해질 손끝이 없어질 정도로 쓴다는 것에 푹 빠지게 된 당신은 온몸으로 이렇게 적게 될 것이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노력(기술)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단계 중의 하나라고.
*** 생일을 맞이하야 알라딘 친구들이 보내준 책과 음반.
원하는 걸 말하라기에 뻔치 좋게 넙죽 받았다.ㅠ
고맙습니다, 님들^^*
그 중 한 권이 이 책인데, 글쓰기 입문자는 한 번 쯤 읽을 만하다.
동어반복이 심해 나로선 별을 네 개만 줄 수밖에 없었다.
1000자 칼럼 열심히 베껴 쓰다 보면 글 잘 쓰게 된다는 게 요지.
웬만하면 글쓴이들의 노고를 생각해 별 다섯을 쏘는 데 이 책은 깊이와 넓이가 살짝 부족했다.
고흐의 아몬드 트리 시리즈는 딸내미 선물. 센스 있네! 일인용 찻잔 맘에 쏙 든다.
차 마시면서 스맛폰질 열심히 하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