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출근길...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가는 메피스토는 그래도 어제 일찍 자버린 까닭에
거기다가 예상치 않은 선물까지 받아버렸기 때문인지 그 선물받은 선원
인형의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제법 붐비는 버스.. 그래도 콩나물시루같이
가득 채우진 않았는데...3정거장쯤 지났을 때 멀쑥하게 생긴 양복을 입은
남자의 목소리가 이 좋은 기분을 3할정도를 날려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남자는 생긴건 말쑥하고 깨끗하게 생겼는데 밖에서부터 붙잡고 있었을
법한 핸드폰에다 대고 비교적 큰소리로 하는 통화 목소리는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잘생긴 안X환선수가 입만 열면 영구가 되버리는
그런 상항이였었다.
거기다가 하필 내 옆에 서서 계속해서 전화통화를 계속하고 있었으니까...
그 목소리 공해에 고스란히 노출이 되버린 상황이 2정거장쯤 계속 되고 있
었다.
'저양반 참 목소리하고 외모는 딴판이네..외모는 잰틀한데 목소리는 내시
혹은 협작꾼스타일이군."
이렇게 속으로만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신통방통하게
그남자는 "이따 전화 다시 할께" 하면서 냉큼 전화기를 꺼버리고 침묵모드로
돌아선 것이였다. (이 남자 독심술가인가?)
오래전 친구의 경험담
요즘은 이런 전화가 거의 안오지만 옛날만 해도 모 영어사 잡지를 구독하라는
전화가 자주 사무실로 걸려오고 했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그 잡지를 구독하라고
판촉을 벌이는 목소리들은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갈 정도로 하나같이 아리따운...
거기다가 듣는이로 하여금 섣부르게 목소리 주인공의 외모(?)를 판단해 버리는
착각까지 유발하게 된다. 친구놈 하나는 그 착각이 지나친 중증으로 발전해 결국
그 영어사 잡지 1년치를 계약했고...그때 그 판촉을 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을
수차례의 작업시도 끝에 만나자는 약속까지 잡아버렸었다.
만나기 전날 그녀석은 표현은 안했지만 다음날의 기대와 멋진시간을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들떠 있었던 것...
이틀 후, 그 이틀전의 그 얼굴표정과는 180도가 달라진 얼굴로 죽상으로 앉아있는
친구녀석에게 어제 좋은 시간 보냈냐라는 질문에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는 그녀석
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 후 그녀석은 뭔가를 판매할려는 목적으로 오는 전화에는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
을 보였다.
이 두가지의 상황을 접하고 외모에 어울리는 목소리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편견 혹은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목소리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그것이 나를 처음 대하는 타인이 나라는 존재를 평가하는데 못해도
40%는 먹고 가는 것이라는 생각.. 그만큼 목소리는 본인에게 있어서나 타인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등등....
그런데 정작 지금 내 목소리는...? 나름대로 중간쯤의 호감도를 자아내는 목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해왔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녹음되어 있는 내 목소리를 듣고 완전
재수없어를 연발했던 기억이 난다.
내귀로 직접 듣는 목소리와 다른 매체를 통해 듣는 목소리는 정말 딴판이였다.
아마 다른사람들도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뱀꼬리 : 성대묘사를 개인기라고 내세울 때에는 먼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직접
들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