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님의 술일기 페이퍼를 읽다가 친구하나가 생각났습니다..

그친구는 의대를 졸업하고 출신대학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수순대로 밟아 나가고
있었다죠. 하지만 이 녀석에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상당히 까탈스런 선배가 바로 위에 존재
했다고 하더군요. 무슨 일을 해도 걸고 넘어지고 무슨 말을 해도 걸고 넘어가고 속된 말로 완
전히 "찍힌" 수준까지 갔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술자리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한 이 선배가 술집에서 또 시비가 걸렸나 봅니다.
주사까지 더럽기로 소문이 난 이 선배가 제 친구녀석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깨버리는 경악할
만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였죠.. 단둘이였으면 모를까 같은 병원 동료도 동료들이지만. 술집엔
사람이 너무 많았다더군요.

아마도 속으로 끊임없이 참을 "인"을 쓰고 있었던 친구녀석은 결국 폭발을 했고 증인도 많은
관계로 바로 선배를 고소해버렸다고 합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선배는 바로 전과
1범이 되버릴 판국이였던 상황까지 가버렸다고 하더군요...

주위의 합의 압력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친구녀석은 끝까지 꺽이지 않았습니다.
그 녀석도 녀석이지만 친구 부모님들이 더 화가 나셨다더군요. 워낙에 순둥이고 선한 녀석인지라
여태까지 어디 나가서 누구를 때리거나 맞은 적도 없는 녀석이였는데 다 커서 머리가 깨져 왔으니
난리가 난 것이였죠.. (더군다나 친구녀석 아버지가 흔히 말하는 좀 높은 위치에 있는 양반이셨죠)

머리까지 깨놓고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선배가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걸
감지했나 봅니다. 친구녀석과 그 부모님들은 병원을 그만두는 일이 있어도 절대 합의는 안해주겠다
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으니까요...

결국 그 선배... 친구녀석 집에까지 찾아와 현관에서 무릎 꿇고 빌었습니다..
그때 친구녀석 아버지가 꽤 무시무시한 협박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 가해자 선배에게 합의는 해주겠지만 조건은 군입대였습니다.

하지만 친구녀석 역시 그 부속병원에서 계속 과정을 이어갈 상황은 아니였답니다.
결국 출신대학병원에서 나와서 다른 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고 하더군요..

단지 선배라는 이유 혹은 힘이 쎄서 지배라는 착각 속에 휘두르는 어설픈 권력의 칼은 무리수가
있더라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뱀꼬리 : 그래서 내가 선배들하고 별로 안 친한가..??
(고등학교는 내가 첫졸업생이라서 선배가 없고, 대학때는 완젼 따로국밥이여서 그런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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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0-1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날의 칼로 속삭이신 분의 말씀은 진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가끔 동기 중에도 숭악스러운 것들이 종종 출몰하더라구요..^^

2006-10-15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자림 2006-10-16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 같군요. 그 친구분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어요.

2006-10-15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10-1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이 졸업한 K고등학교에 진학한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선배들이 무척 무섭게 했다고 하던데요.
메피님의 친구를 폭행한 의사선배는 레지던트 중간에 갔으니 중위로 갔겠네요.전과 있으면 장교로 못가고 사병으로 가는데 그런놈은 합의해주면 안되는데.

마늘빵 2006-10-1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럼요. 잘 했네요 친구분.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이야기해야죠. 그런 놈은 정말 담뽀뽀님 말대로 합의해주면 안되는데. 근데 담뽀뽀님 언제 돌아오셨지.

바람돌이 2006-10-16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의 문화 중에서 저 선후배문화라는 거 정말 짜증나는 풍경이었는데....
왜 대학때 꼭 남자 선배들이 후배들 데려다놓고 운동장에서 얼차렷 시키는 것 말예요. 에잉 맘에 안들어서리.....
근데 요즘 중고등학교에서는 이런 풍토가 없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여학생들에게까지 확대되는 한심스런 분위기랍니다. 어찌할까요. ㅠ.ㅠ

똘이맘, 또또맘 2006-10-1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꽤나 섬뜩하게 느껴지는군요. 그 순둥이 친구 부모님의 심정도 이해가 되구요.

마태우스 2006-10-1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말이...그렇군요. 그 병원에서 레지던트 마무리를 못하는 건 해피엔드는 아닌데...

Mephistopheles 2006-10-16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 제가 아는 저 친구는 사실 전투력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그런쪽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녀석이였는데...순간적으로 확 돌아버린 경우인 듯 하더라구요...
비자림님 // 현실이 무서운 이유는 일어나지 않을 영화나 소설속의 사건이 분명 현실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폭이 의심스러운 속삭이신 분 // 나와바리 침범은 곧 전쟁을 선포하시는 것이 아닐까요..ㅋㅋㅋ
빈정상하신다고 속삭이신 분 // 저도 사회생활 제법 많이 했지만 제일 골치아픈 윗사람들은 군대와 현실을 구분 못하는 인간들이였습니다.
담뽀뽀님 // 제가 1회로 졸업한 K고등학교의 경우... 학교이름에서도 나와 있듯이 제정신인 학생은 거의 없었던 학교였다고 생각합니다..^^ 선배가 무섭다라는 건 아마 제 밑에 졸업한 2회이후부터의 이야기 일껍니다. 제 동기들은 후배들 거들떠 보지도 않았어요..^^
아프님// 합의 안해줬으면 아마...그 선배는 계속 병원에 남아있진 못했을 껍니다.^^
바람돌이님 // 엥..?? 전 비교적 편안한 학교생활을 했군요...^^ 그러고 보니 저도
참 착한 선배였었나 봅니다..(후배들이 이 댓글을 안봐야 하는데..)
똘이맘님 // 제가 자식이 있다 보니까..그 심정이 더더욱 이해가 되더라구요..
저라면 제 자식이 저렇게 당해서 왔으면 가정용 꺼꾸로 집어 넣는 커다란 생수통
두개 양손에 들고 나갈 껍니다..^^
마태님 // 예...해피엔딩이..절대 아니였답니다..병원 옮기고 적응하느라 엄청 고생했었어요..가끔 놀라가서 바쁜 와중에 병원 매점 앞에서 빵 뜯어 먹으면서 그녀석
푸념이..왜 사는지 모르겠다...였었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6-10-1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퍼읽으며 메피님 친구가 한곳에서 마무리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사례를 봐서...ㅠ.ㅠ
제가 아는 후배는 선배등쌀에 유사한 상황을 겪고 결국 못견뎌 직장까지 옮겼었죠.
성질 더러운 선배는 잘 다니다가, 결국 몇년후 더 더러운 인간만나 원치 않는 발령으로 호되게 뒤통수를 맞았지요.
그러나 여전히 씁쓸한건 혼날인간들은 혼나도 인간 안되더라는거지요...

moonnight 2006-10-1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질더러운 신경외과 레지던트가 후배레지던트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 일이 있었죠. 그 후배, 부상후유증으로 손떨림이 생기는 바람에 결국 외과파트는 포기해야 했었는데요. 선배란 작자는 (살인미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 병원 관두고 다른 병원에서 수련마치는 걸로 무마되었다나요. 단지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한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걸 보면 기가 막힙니다. 메피님 친구분도 옳은 일 하고도 (후배들을 위해서도 그야말로 살신성인하신 거죠!) 결국 피해를 입으신 걸 보면 참 세상이 왜 이런지, 씁쓸합니다.

Mephistopheles 2006-10-16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 나쁜짓 많이 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 이유는 뭔지 궁금할 뿐입니다.
달밤님 // 전 그게 이해가 안갑니다...누가봐도 객관적으로 봐도 분명 악행을 저질렀는데..어떡게 가해자는 아무 거리낌이 없는 것일까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법칙으로 대응해주면 깨닿게 될까요..??

BRINY 2006-10-1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지금 고등학교 애들도 학생회 같은 데서 선후배 어찌나 따지고, 후배들 군기잡는다고 하는 지 원...불평 털어놓는 하급생들한테 너희는 그러지 말아라!라고 했더니, 우리도 당했으니 해야한다나요, 선배들도 그게 전통이라고 했다나요! 나 원 참! 교사들한테 민주화요구할 거 아니라 지들부터 민주화해야한다니까요.

Mephistopheles 2006-10-1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그게 다....어른들이 하는 걸 보고 배운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쁜것만 기가막히게 배우는 아이들도 문제가 없진 않겠지만...어른들의 잘못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