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평소보다 20분이나 늦게 나와버렸다. 9시 출근인 인간이 8시 40분에 나와 버렸다는
간댕이가 팅팅 부은 직장인의 행동을 한 것이였다. (가끔 그런다.)
그러나 20분 늦은 출근길에 난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게 되었다.
집에서 버스정거장까지 내려가는 길에 만난 아랫동네 낭자. 뚜벅뚜벅 내려가고 있는데.
내 전방 어느 집 문이 홱~ 열리면서 청자켓에 국방색 짧은 치마를 입은 그 낭자는 뒤에
있는 나를 미쳐 발견 못하고 채 마르지도 않은 긴머리를 마치 삼푸광고모델마냥 좌우로
흔들고 난리 부르스를 치는 것이였다.
순간적으로 "엘라스X 했나요?"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그 낭자의 모션은 요란했다.
버스정거장에 도착하여 타고 갈 버스를 기다릴 때도 묘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아침부터 본드를 불었을 법한 힙합청년 두명의 쾡한 눈동자를 마주쳤고, 고동색 원피
스를 차려입은 어떤 낭자는 역시 약간은 정상인의 범주에서 벗어난 듯한 눈동자(전성기때의
완선언니)를 지니고 허리부위 치마를 연신 잡아 댕기는 모션을 취하는 것이 아닌가?
마침 기다리는 버스가 왔기에 그 버스에 냉큼 올라선 후 7정거장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3번째 정거장에서는 청바지의 어느 낭자가 배꼽과 겨드랑이가 드러나는 철지난 옷을 입고
버스에 오르는 것이 아닌가...XXXX님의 페이퍼의 견해로 보자면 지나치게 본능에 충실하다고
할까?
5번째 정거장에선 정거장 훨씬 전에 서있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지나치는 버스에 번쩍 손을
드시더니만 마치 손기정옹의 환생을 보듯이 손날을 세우고 다다다다 달려오셔서 버스를 타지
않나.... 검은색 치마에 하얀 브라우스를 입은 어떤 여성은 누가 봐도 얼굴에 나 지금 무지 화나
있으니까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라는 매우 살벌한 표정으로 버스에 올라타질 않나....
7정거장 후 내려서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머리가 훤하게 벗겨진 노중년의 아저씨가
지나치게 철이 이른감이 있는 두꺼운 옷을 입고 앵벌이 복장으로 지나치는 걸 목격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멀미를 유발시키는 어떤 낭자는 사무실 건물에 거의 인접해서 내 앞을 휙 지나
치질 않나.....
평소보다 단 20분 늦게 나왔을 뿐인데....난 아침부터 지나치게 여러종류의 외형과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버렸다.
제시간에 출근하라는 일종의 계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