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에 운동이 좀 되겠거니 하고 한정거장을 걸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뚜벅뚜벅 걷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날은 좀 다른 날과 틀렸었다.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서 있었을 때 내 옆에 있는 남고딩 둘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 목소리가 커지면서 말싸움으로 번지는 것이 아닌가...
거참 혈기왕성한 젊은이 들일세~ 라는 경로당틱한 생각을 하면서 신호등 색이 파란불로
바꿔었기에 가던 길을 계속 가게 되었다.
오징어회를 주 메뉴로 회를 파는 술집을 지나칠 때, 금요일은 직장인들 술먹는 날이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술집 밖에 배치된 좌석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오징어를 씹고
쇠주를 들이 붓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그런데 약간 소란스럽게 술을 먹던 그 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는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주변사람들이 안말렸으면 술상 엎고 험한
모습이 연출될 뻔 했었다. 비싼 술에 좋은 안주를 먹으면서 왜 저 지X들이래..?? 하면서 역시
갈길을 서둘렀다.
시끄럽고 매연덩어리가 인도를 습격하는 루트를 회피하여 한적한 복계도로로 루트를 잡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내 앞에 팔짱을 끼고 걷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젊어
보이는 커플로 남자는 한손에 케잌상자를 들고 있었고, 여자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정하게 보인다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정확히 내가 그들을 앞질러 갔을 때 조용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리면서 남자는 여자의 팔짱을 풀고 획~ 9시 방향으로 몸을 틀어 성큼성큼
골목길로 사라져 버렸다. 옆에 있던 여자 눈꼬리 확 올라간 불받은 표정으로 자기팔짱끼고
그 남자가 걸어간 골목길을 째려보는 상황 연출....
가만있자...이거 오늘 이상하네... 난 그냥 지나가기만 했을 뿐인데.....???
마치 불행의 씨를 뿌리고 다니는 듯한 느낌이 마구마구 드는 것이 아닌가...물론 그 이후로 집에
도착하기까지 앞에서 말한 사태들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참으로 요상하고 기괴했던 금요일
퇴근길이였었다.
뱀꼬리 : 욕실에 들어가 머리 속을 이러저리 들쳐 보았다..혹시 666이 새겨졌나 하고 확인해 봤지만.
그런건 없더라는~~ 혹시라도 잠을 자다 연두색 구토물을 내뱉거나 머리가 180도 돌아가진 않았
느냐고 마님에게 물어 볼려다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