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사무실의 지정학적 위치상 근처에 별다방, 콩다방은 버스를 타고
한정거장을 나가야만 존재하기 때문에 갈일도 없고, 마실일도 없지만...
옛날 압구정동 사무실에 다닐 때만해도 뚜벅뚜벅 걸어가면 근처에 콩다방과
별다방이 존재했기에 자주 이용했었다. 밥맛이 없을 땐 사무실 직원과 함께
그냥 그곳에서 커피나 홀짝거리면서 점심시간을 소비한 적도 몇번 있었던
기억이 난다.
별다방에 가게 되었을 때는 언제나 오늘의 커피 아니면 카라멜 마키아또를
마셨고, 그나마 여름 한철 메뉴였던 그린티 프라푸치노가 나오면서 별다방에서
마시는 메뉴는 그린티 프라푸치노로 고정이 되버렸었다.
(인기가 좋더니만 고정메뉴로 업그레이드 되버렸다.)
콩다방을 가게 되는 경우는 언제나 에소프레소를 더블로 마셨던 기억이 난다.
커피맛을 까다롭게 따지는 절대미각의 소유자가 아닌 나는 그래도 별다방보다는
콩다방의 커피가 입맛에 더 맞은 듯 하다.
더 구수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사실 내가 에소프레소를 마시는 모습은 참으로
안어울린다. 떡대 좋고 털이 부숭부숭난 산적손을 가지고 그 앙징맞고 깜찍한
에소프레소 잔을 들고 홀짝거리는 모습은 사실 썩 어울리는 편은 아니였었다.
그러나 콩다방에만 가면 안어울리는 모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똑같은 것만 마셔대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던 사무실 직원 몇명은 분명 저
커피에 숨겨진 기막힌 맛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어느날 나랑 똑같은 커피를
시켜먹는 오바를 하게 되었다.
장난기가 발동했고 똑같은 커피잔이 3개가 테이블에 올라온 순간...
(진솔하고 솔직한 음성과 표정을 곁들여)`절대 설탕은 넣지 마시길...맛이 죽어.....'
어린양 둘에게 사약을 들이키게 하는 음모는 척척 진행 되었고, 내말을 철썩같이
믿고 그들은 설탕 한조각 안들어간 에소프레소 더블잔을 입에 갔다 대었다.
한모금 마신 후 그들의 모습은 그 옛날 조선시대 억울한 모함을 뒤집어쓰고 사약을
들이킨 충신들의 모습마냥 금방이라도 입에서 `전하 억울하옵니다..!' 나올법한
표정으로 일그러지기 시작.....건너편에서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으는 메피스토의
모습...
이것이 시발점이 되었는지 그 둘은 점차 에소프레소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커피만 마시게 되면 설탕도 안넣고 프림도 안넣은 진한 블랙만 들이키게
되었다.
이게 벌써..4년전 이야기...에휴~

뱀꼬리 : 어쩌다 마트가서 마주치는 별다방에서 그린티 프라푸치노가 땡겨도
들은 이야기 때문에 안가게 되더라는...그나저나 별다방 커피가격은 언제쯤 떨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