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아침일찍 투표하고 집에서 노닥거리다가 오후엔 주니어를 모시고 삼성동의 수족관에
다녀왔다. 집에 와서 잠시 또 노닥거리다가 마님과 동네 아래 편의점과 비디오 가게 가서
이것저것 사고 빌리고 올라오는 길에 집앞에서 딱 마주친 분은 아래층에 사시는 아주머니..
인사드리고 서로 교차되었나 싶었는데 그 아주머니가 황급하게 내 뒤통수에다 대고 같이
좀 정육점에 가자는 부탁을 하신다. 이유는...그집 아저씨가 술이 떡이 되셔서 몸을 못가눌
정도로 정육점에 널부러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아래집 아저씨를 설명드리면, 착하고 어질고 좋으신 분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분이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시면, 자제라는 법을 모르시는 듯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몸을 못가눌 정도로 인사불성이 되신다. 벌써 이동네 30년쯤 살다 보니 오래된 주민들의
행동양식들이 전부 눈에 들어오는 실정이다.
마님과 주니어는 집으로 올려 보내고 아래층 아주머니와 정육점에 가보았더니..역시나.
인사불성으로 정육점 간이 의자에 널부러져 있으신 아래층 아저씨를 포착..
정육점 주인 아주머니의 냉수스킬에도 정신을 못차리시고, 쌀집 할아버지의 고함스킬에도
꿈쩍을 안하시는 걸 보니 엄청나게 부어라 마셔라 하신 듯 하다.
방법이 있나. 모여 있는 사람 중 가장 영계(?)이며 가장 등이 넓은 내가 그 아저씨를 업고
집까지 달리는 수밖에....
술취한 사람 업어 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리라. 취하여 늘어진 몸이 몇배는 더 무겁게
느껴지며 업었을 때의 그립이 매우 안좋게 나온다는 사실을...그리고 혹시라도 모를 빈대떡
혹은 피자한판의 공포로 인해 힘을 집중할 수 없다는 사실도.....
결국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낑낑 거리면서 그 아저씨를 업고 한번 땅바닥에 떨어트린 실수를
빼고는 무난하게 아래집의 거실에 아저씨를 골인 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집에 올라오니 얼굴은 땀범벅...마님은 내 얼굴을 보면서 얼굴이 허옇게 떠버렸다고 하질 않나...
간만에 운동했네 하시는 어머니의 깔깔거림.....
거참....이거 어떻게 키운 체지방인데....!!!
뱀꼬리 : 체지방 보충할려고 했더니 눈치빠른 마님은 저녁은 냉면~!! 이라고 선언해 버렸다. 아뿔싸~!
(할말없다...내가 사들고 온 냉면이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