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였다. 일찍 퇴근을 한 나는 바람도 쐴겸 책대여점과 비디오대여점을 들린다는
핑개로 집밖으로 나왔다. 빌릴 것 별로 없음의 결론을 내리고 미처 체크를 못하고
나온 이메일이나 체크해보자는 심산으로 동네 겜방으로 향했다.
(집에 컴이 고장난지 어언 1년이 되온다.새로 사야함.)

동네에 새로 생긴 겜방은 쾌적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그런 곳이였다. 아무래도 새로
생겼으니 그럴것이다. 이 겜방으로 인해 간간히 이용하던 다른 겜방은 폐업까지 했
을 지경으로 이곳의 시설은 첨단을 달린다. 지하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1층엔 스포츠
브랜드와 골프용품 매장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 위층으로는 무슨 중소기업의 사옥
으로 쓰는 구조인데 실상은 아이들의 보습학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런 건물
이였다.

출입구로 향하고 있는데 앞서가는 범상치 않은 바바리코트의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별생각없이 앞질러 가는데 그 범상치 않은 인물이 내이름을 부르는 것이였다.
화들짝 놀라 뒤돌아 보니...이녀석은..고등학교 동창녀석이 아닌가...

1학년과 3학년을 같은 반을 지냈으면서 꽤 친하게 지냈는데 모든 동창이 그러하듯이
졸업 후 별반 연락같은 걸 안하고 지낸 놈이였다. 재미있는 건 재수를 해서 들어간
대학에 이녀석이 먼저 1년을 다니고 있었고 그때 난 이 녀석과 우연한 첫번째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과도 다르고 활동영역도 다르다 보니 대학생활동안 간간히 보면서
가끔 술을 마시면서 지냈던 정도였다.

이녀석은 그래도 인물이 반반하게 생겨서 여자가 많았었다. 더군다나 서클로 연극부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전공은 뒷전이요 서클이 주된 대학생활을 보냈었다. 각자 졸업
후 또다시 기약없이 서로를 잊고 안만나고 살다가 90년대 후반 백주대낮 이태원에서
깜짝 마주쳤다.

그때 나는 한참 직장생활 하고 있었을 때였고 주말낮에 뭔가를 사러 이태원에 들렸을
때 이녀석을 그 많고 많은 이태원 상가의 한곳에서 또 마주친 것이였다. 녀석의 근황을
물었을 때 미국에서 유학생활 중에 잠깐 집안일로 나왔다는 것이였다. 역시나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연극무대관련으로 공부중이란다. 그때도 역시 서로의 바쁜일 때문에 더
군다나 유학중인 녀석을 다시 만나 술이라도 한잔하기에는 서로가 빠듯한 시간이라서
그렇게 그냥저냥 헤어졌었다.

이렇게 우연하게 두번을 만난 놈을 난 어제 또 마추친 것이였다.
물어보니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단다. 공부를 마치고 왔으니 별반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이 건물 학원에서 애들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꽤 큰 교통
사고를 당해서 왼쪽 골반뼈가 박살이 나서 인공관절로 대신했고 그 덕에 100일이 넘게
병원신세를 졌었다고 한다. 대화를 하는 도중에 울리는 핸드폰은 여자친구였고,(그럴줄
알았다. 여자가 옆에 없을리가 없지..ㅋㅋ) 전화를 끊고 잠깐의 대화를 길거리에서 나눴
다. 나야 직장생활 계속하면서 결혼도 했고 만3세의 아들도 있다는 이야기. 자기는 아직
결혼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등을 하면서 서로의 전번을 교환하고 이제는 어느정도
정착이 된 생활에서 조만간 만나 한잔 하자는 약속도 잡았다.

녀석과 헤어지고 겜방에서 일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서 중딩때였는지 고딩때였는지 접했
던 고 피천득님의 `인연'이라는 수필이 떠오르는 것이였다.
아사코와의 3번째 만남은 아니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결말부터 갑자기 돈강법으로
뜸금없이 소양강인지 청평인지를 가야겠다고 하면서 끝내던 그 수필...

녀석과의 3번째 만남은 결코 아니 만났으면 더 좋았을 그런 만남은 아니였지만 이 수필이
갑자기 생각났고...순간 이말이 입밖으로 튀어 나왔다.

`자식....!! 지가 무슨 아사코라고...킥킥킥...'

중얼중얼거리면서 어슬렁 어슬렁 올라가는 귀환길에 조만간 이녀석을 만나 술한잔 할 생각
하면서 의외의 수확에 기뻐하면서 내뱉은 대사였다.

뱀꼬리: 집에가서 마님께 친구놈 만난 이야기를 하니...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였다.
             집은 어떠냐...용모는 어떠냐...직업은 뭐냐....기타등등등....
             왜그러시냐고 했더니....마님 직장의 여동생들이 하나같이 독수공방이란다.
             여친전화 받는 걸 목격했다고 하니.. 에잇...이란다.
            (마님...설마 내가 나같은 마당쇠를 또 하나 양산하겠수~~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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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9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스토님 뱀꼬리만 모을까봐요^^ㅋㅋㅋ

Mephistopheles 2006-03-29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워.드.실.려.고.그.러.시.죠....다알아요..
조사하면 다 나와~~!(요)

비로그인 2006-03-29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 반가우셨겠어요
그런 만남이 진짜 좋죠..^^

플레져 2006-03-29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니깐, 자식 = 아사코 = 긴 영어를 쓸 뿐만 아니라 한글로 쓰기에도 쉽지 않은 자음 모음을 달고 있는 메피스토 펠레스님이라는 거지요? ㅎㅎㅎ
조사하니 다 나오는군요...^^

stella.K 2006-03-29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캬캬~플레져님!
이봐, 메피스토, 자네 요즘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에 안 들어~! ㅎㅎㅎ

세실 2006-03-29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두 할래요. 메피님..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 맘에 들어. 쿄쿄쿄~ (초극세사 아부모드. 갑자기 스팀청소기가 생각나네요)

치유 2006-03-30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아무래도 댓글들 모아 모아 저금해야 할듯..너무들 재미있으셔서...혼자 웃고 있는데 누가 와서 혼자 뭐하냐고 묻는다면???배꼽 빠지는 야길 해 말어?

Mephistopheles 2006-03-30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처음엔 황당했고 그 다음에 반갑더라구요..ㅋㅋ
플레져님//그러니까 그게 말입니다..에....자수합니다..!!! 맞습니다..ㅋㅋ
스텔라님// 그래도 전 님을 사랑합니다...~~^^ 러브엔 피스~~!!
세실님//어쩜...스텔라님과 글자 하나 들어가고 안들어가고 차이인데 느낌이 이리 틀리군요...ㅋㅋㅋ
배꽃님// 안녕하세요 여기 계신 분들의 댓글은 정말 주옥같습니다.
모아서 책 한권 내도 아무 문제 없을 듯 합니다...ㅋㅋ

아영엄마 2006-03-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S2D&office_id=023&article_id=0000178683§ion_id=103§ion_id2=245&menu_id=103

흠.. 이 기사를 관심있게 읽어보았답니다. 정말 많이 드실까?? 얼굴이 얼매나 작으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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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3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진짜 많이 안먹습니다.. 얼굴은 작은 편이고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정말 엄청 먹긴 하더군요..워낙에 운동량이 많으니까요..ㅋㅋ
똑같은 사람인데 뭐 환상같은 건 애시당초 없었답니당...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