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가지고 온 거에요. 음식은 짜고 시고 도대체 먹을 수가 없잖아. 가서 단무지 두 배로 가져오세요..어서..!!”
이 말을 마친 여인은 앞에 앉은 중학생 나이의 자기 아들로 추정되는 아이에게 다른 말을 한다.
“이것도 음식이라고 만들어 팔고 있네...서울엔 이런 음식 없는데..너 호텔에서 빙수가 얼만지 아니? 6만 원쯤 되는데, 이런 길거리 카페에서 파는 것과 격이 틀려..얼음 결도 럭셔리, 과일도 싱싱...블라블라...”
잠시 후 식당 아주머니는 단무지를 가득 담은 그릇을 그들의 식탁에 올려놓는다. 뒤돌아 주방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의 뒤통수엔 그들의 비릿한 웃음이 박힌다. 이 두 사람은 여전히 럭셔리한 수다를 떨며 우악스럽게 단무지를 씹고 면발을 들이킨다. 동네 제법 큰 근린공원 앞에 있는 순두부 집에서 특별 여름메뉴 메밀소바를 먹는 모자는 그렇게 단무지를 씹고 면을 씹고 국물을 들이켜고, 일하는 아주머니를 씹는다.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대화내용이었으나 내가 앉은 테이블과 유난히 가까웠고, 럭셔리한 호텔 빙수의 예찬을 늘어놓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컸기에 걸릴 것 없이 그대로 내 귓속으로 들어왔던 내용이다.
세상엔 사람과 사람사이 조금이나마 지켜야 할 예의 정도는 가뿐하게 무시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보니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단지 이미 연배가 들대로 들은 여자인간 보다 아직 연식이 채워지지 않은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사내아이의 비릿한 비웃음과 누가 들어도 그리 들릴 수밖에 없는 식당 아주머니를 향한 비아냥거림만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모전자전인가. 아이를 보면 그 어른을 알 수 있다는 말. 우리 아들 녀석 일 거수, 일 투족을 새롭게 지켜보게 되는 계기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