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간만에 위크샵을 빙자한 주지육림의 세계는 시작부터 꼬임이었다.

1.
일단 신촌에서 출발한다는 한 시간 배차간격의 강화도행 직행 좌석버스는 소장마마가 정류장 앞 편의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제조하다 놓쳐버렸다. 예정대로라면 9시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걸 놓쳐버렸으니 한 시간 길바닥에서 기다릴 바 완행버스 타고 강화도 진입으로 예정이 변경되었다.

2.
완행이다 보니 정차하는 정거장도 많고 더불어 시간이 시간대라 노선에 걸쳐있는 모 대학 학생들이 우글우글 했는데 하필 내 뒷자리엔 하의 실종 패션을 뽐내시는 여대생 두 명이 타버렸다. 난 아침에 모자란 잠을 버스에서 보충하고자 했지만 그 여대생들의 한 시간이 넘어가는 수다 퍼레이드 때문에 멍하니 창밖 풍경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근데 웬 여대생들 수다 내용이 술 먹고 주사부린 이야기부터 시작해 존으로 시작해 나로 끝나는지....참 괴롭더라는.

3.
해변 길을 걷는 강화도 나들길은 좋았다. 첫날 7코스 절반과 7-1코스를 완주하고 여정을 풀고 다음 날(토요일) 8코스를 걸었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은 코스의 20%를 남긴 시점에서 발생한다. 실장님 전화기가 울린다. 가끔 가격대 성능비 제대로 못하는 갑 사무실 전화다. 결국 우린 남은 20% 완주를 못하고 택시타고 이동하여 버스타고 부지런히 서울로 돌아왔다. 우린 남은 일정 포기하고 다음날(일요일) 출근하여 밤 9시에 퇴근했다.

4.
갑 이니까 의당 그러려니 이해를 해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우린 여러 건설사나 다른 사무실과 계약을 맺고 일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갑 사무실은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우리 쪽 일은 아주 큰 변수가 없는 한 일반적인 법적 사항과 기본적인 계획은 크게 변하지 않는데 그들이 보내주는 모든 기본 초안은 이런 기본적인 사항조차 전혀 반영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더불어 원청자와의 협의과정에선 프로젝트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예”만 남발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30대 중반의 경력자들이 가장 기본이 되는 실의 조닝과 동선조차 모를까. 어떻게 실을 이용하는 관리자들이 기거하는 숙직실이라는 공간보다 창고의 크기가 4배나 크냔 말이다. 목에 힘 만주고 있지 말고 실력과 경력에 걸 맞는 지식으로 일을 진행해 나가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내 알바 아니지만 그렇게 일하다 보면 다른 사무실로 이직은 꿈도 못 꿀것이다. 한 방에 뽀록나고 바로 제명이 됐어요~.꼴 난다. 올해 입사한 대졸 신입 우리 막내가 댁들보단 많이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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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5-30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큰일없길 바랬으나 혹시나가 역시나..쩝! 그렇죠 뭐--;
징크스는 중요하니 소장마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앞으로 정류장앞에서는 제조금지를 통촉하는 바입니다^^;

Mephistopheles 2011-05-30 12:06   좋아요 0 | URL
ㅋㅋ 암튼 그 버스 놓치고 엄청난 타박을 받았다죠.. 아니 왜 그 상황에서 꼭 그 시간에 왜 커피가 마시고 싶었냐고..!! 그래도 원래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택시비는 소장님 주머니에서 죄다...ㅋㅋ

moonnight 2011-05-3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이고 -_-;;;;;
사실은 워크샵 가신다는 페이퍼 읽을 때부터 과연, 제대로? 라는 불안감이 몽실몽실했었다는 ㅠ_ㅠ;;;; 그래도, 음.. 80%를 남겨두진 않으셨으니 천만다행 ^^;

그런데 요즘은 여대생들도 그렇게 험한 말을 많이 해요? 괴로우셨겠어요. ;;;

Mephistopheles 2011-05-30 12:08   좋아요 0 | URL
그게 참.. 분명 우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워크샵 일정이 잡혀있다. 양해를 구했음에도 불구하고.....가차없이 전화걸어 월요일까지요..라더군요. 대부분 같이 일하는 다른 사무실은 알아서 처리하는데 이번에 같이 일하는 사무실은 에누리 없더라고요...ㅋㅋ

전 고등학생들인줄 알았는데..그 버스가 그 대학 바로 앞에 정차하더군요. 그리고 그 대학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까지 똑똑히 봐버렸는지라..여대생임이 확실하다죠..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5-3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ㅠ.ㅠ
저는 아파트를 팔러 일요일에 지방을 떠돌았습니다...

참 못된 갑이 많은 것이 얼마전에 들어보니 m모 회사가 또 현금지급한다며 하청업체를 꼬여 싸게 계약해놓고 현금을 주기는 주는데 70%만 계속 결제를 해줘서 결국 하청업체가 지난달에 도산했다는 거예요.. 우리 신랑네 갑 회사는 토요일 새벽에 월요일날 자기네 회장 보고 pt를 셋팅해달라고 했다나요? 아아아아아아

Mephistopheles 2011-05-30 12:37   좋아요 0 | URL
전 한번 비슷한 연배의 갑 직원하고 독대한적이 있었습니다. 왜 그러는지 이유나 알자..였죠. 이유는 단순하더군요. 위에서 시키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다. 랍니다..^^

그 갑 회사 위에 있는 사람들 생각이 주주룩 나더군요. 오히려 제가 소주 사주면서 위로해줬다는...ㅋㅋㅋ

2011-05-30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5-3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의 실종인 여대생의 비주얼에 혹한게 너무 찔리셔서
여대생의 말에 대해 반감을 표하시는거 아닐까요? 과잉반응이신거죠, 일종의~ 호호홋.
(다음번에는 음악 들으시면서 여대생 보세요, 요즘 입 험한 아가씨도 많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11-05-31 13:3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사실 전 버스에서 잘 자고 있었어요. 근데 송정역인가에서 타버린 그 여대생들 덕분에 잠에서 깨버렸죠. 대체 워떤 애들이기에 이리도 쉬지않고 수다를 떠나 하고 뒤를 돌아보고 나서야 하의실종 패션이라는 걸 알았다는...

카스피 2011-05-3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고생이 많으셨겠네요.그나저나 요즘 여학생들은 존에서 시작해서 나로 거의 모든 이야기가 끝나더군요ㅜ.ㅜ

Mephistopheles 2011-05-31 13:39   좋아요 0 | URL
시대의 트랜드이며 유행일지도요. 사실...욕 나오는 세상이니까요..

루쉰P 2011-06-0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하의 실종 여대생들과 흐뭇한 여행을 다녀오셨군요. ^^;; 게다가 폭발하는 주지육림 세계 후 다시 출근이라니 정말 최악이에요!!!

이거 뭐 어떻게 격려를 드려야 할지...아~고민 중입니다.

Mephistopheles 2011-06-03 10:57   좋아요 0 | URL
버스 안에서 1시간 정도 같이 동행을 하긴 했습니다만....ㅋㅋㅋ 별로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너무 시끄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