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가 아니고 고기 집에 고기가 제법 맛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 동네라기보다 내가 소속된 사무실 동네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다. 고기가 제법 맛있다는 말은 사실이고......(자...자...뒤로 가기 누르실 분은 지금 누르세요..)
굉장히 작은 가게다. 기껏해야 드럼통으로 만든 양철 원형탁자가 10개가 채 있을까 말까 한 가게. 거기다 탁자와 탁자 사이는 얼마나 협소한지 나 같은 사람이라도 앉게 되면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꽃게마냥 옆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이 집이 알게 모르게 입소문이 나버렸는지 제법 손님이 많다. 평일 저녁시간에도 문전성시니 장사가 잘되긴 잘되는 것 같다.(퇴근길에 매일 지나치다 보니)
이집 메뉴는 딱 두 가지다. 파불고기와 삼겹살.(최근 불족발이 추가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시켜먹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다른 고기 집과 차별을 두자면 가게 입구 한쪽을 차지하는 공간에서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주구장창 연기를 피우면 고기를 초벌구이하고 있다. 연탄불로...
무슨 메뉴든 일단 이 사장님의 손을 거쳐야 한다. 불고기는 완벽히 익혀 나오지만 삼겹살은 초벌로만 익혀 나온다. 속칭 불 맛(스모크향)이 제법 많이 묻어나는 고기를 내온다는 이야기. (결론으로 말하면 몸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소리도 된다.)
깔리는 찬들은 소박 그 자체.
이 가게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마늘 동동 양념장..(속칭 며몰라 레벨)
저렴하게 추가 가능한 보들보들 계란찜
일단 자리에 착석하면 간단한 기본반찬과 시커먼 간장이 담긴 종지가 나온다. 거기에 양재기에 담겨 나온 채 썬 파를 가위로 사정없이 토막 내 풍덩풍덩 담가 주면 일단 고기를 기다릴 준비는 끝난다. 더불어 나온 제법 맛난 뚝배기 해장국물과 추가로 시킨 보들보들 계란찜에 소주를 홀짝거리면 본격적인 메인메뉴가 나온다.
이것이 파 불고기. 돼지고기이긴 하지만 제법 부드럽고 잡내는 전혀 나지 않는다.
먹는 방법은 파 썰어 놓은 소스에 살짝 담가 요렇게 쌈을 싸 먹으면 된다.
장정 넷이야 그깟 파 불고기 4인분은 눈 깜짝할 새 처치한다. 불판 갈고 추가로 삼겹살 2인분을 주문한다.
역시 초벌구이 나온 고기에 잘 익은 김치도 올려놓고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잔에 고기를 음미한다. 이렇게 고기 6인분에 밥까지 볶아 먹고 마무리를 한다. 요즘 물가 상승폭으로 보면 결코 비싸게 파는 집은 아니므로 계산과정에서 흡족하다.
좀 오버스럽긴 하지만 저렇게 먹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가게이기도 하다.
장사가 잘되다 보니 이런저런 비슷한 상호의 아류들이 제법 많이 생겨났는지 벽 한쪽엔 유사품에 주의하라는 경고문구도 걸려있다. 하긴 뭐가 하나 잘되면 따라쟁이들은 꼭 있기 마련인가 보다. 핸드폰에 타블렛도 카피하는데 그깟 고기쯤이야 쉽게 따라 할 것이다만 아무리 그래도 원조 맛을 따라가긴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