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어제 그 후줄근하고 사람 기분 참 짜증나게 만드는 컨디션까지 기분까지 바닥을 치게 만드는 날씨의 원인은 오늘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함이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새벽부터 또독 또독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마자 후덥지근으로 인한 불쾌감이 대번에 사라지는 기현상을 겪었다. 심하게 내려주면 문제가 크고 멀쩡한 강바닥에 보 설치한다고 주접을 떨게 만들지만 열기를 시켜주는 건 비만한 것도 없어 보인다. Lucifer's Friend - My Love -비가 오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노래 제목이나 분위기는 비와 저언혀 상관없는 곡이지만, 이 음악을 들으면 이제는 노쇠한 테리우스 안정환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배경에 홀딱 젖어 딱 달라붙은 와이셔츠를 입고 한손엔 역시 비에 젖은 꽃을 들고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가는 CF. 이제 그때 그 귀티 나는 자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지만, 그래도 그는 우리나라 스포츠계에 땀내가 아닌 향기를 품게 해줬던 유일 무일한 입지적인 인물로 생각한다.
Travis -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트레비스의 곡들은 사실 내 심리적 청각으로 따진다면 버릴 곡이 없다. 나긋나긋한 보이스에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사운드가 심심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도 아니고 헤드뱅을 하며 물을 뿌리며 샤우팅을 할 세대는 더더욱 아니기에 트레비스의 이런 나른함은 편하게 다가온다. 비만 오면 제일 먼저 트랙에 올려놓고 듣는 곡이 바로 이 곡이다.
CCR-Have You Ever Seen The Rain?
-CCR(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의 이 노래는 그냥 비가 오는 분위기에 맞춰 듣기엔 묘사하는 내용은 한번쯤 심각하게 만들어 준다. 이 곡에서 비는 우리가 아는 비가 아닌 고엽제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해 쨍쨍 화창한 날에 뿌려지는 그 비(고엽제)를 본 적이 있느냐는 사회 풍자가 강하게 들어있는 노래. 저번 주 우연하게 예고만 보게 된 TV 다큐는 월남전 고엽제 피해로 선천적인 기형아로 태어났지만 밝고 힘차게 살아가는 소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채 자라지 못한 한쪽 다리와 한쪽 팔을 가지고 열심히 페달을 밝아 자전거를 전진시키는 뒷모습이 짠하게 보여줬다. 그와 반면 똑같은 고엽제의 피해를 받아도 육체적이 아닌 정신적으로 문제가 돼 버린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건 학술적으로 연구해봐야 한다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