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보도 엄정히 하겠습니다.
경향신문은 최근 본지 고정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남대 김상봉 교수의 칼럼을 싣지 않은 바 있습니다. 김 교수의 칼럼은 삼성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게재할 경우 자칫 광고 수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 때문입니다. 편집 제작 과정에서 대기업을 의식해 특정 기사를 넣고 빼는 것은 언론의 본령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한때나마 신문사의 경영현실을 먼저 떠올렸음을 독자 여러분께 고백합니다.
경향신문 편집국 기자들은 이일이 있은 뒤 치열한 내부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진실보도와 공정논평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는 언론의 원칙을 재확인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앞으로 정치권력은 물론 대기업과 관련된 기사에서 더욱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겠습니다. 옳은 것을 옳다고 하는데 인색하지 않되, 그른 것을 그르다고 비판하는 것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경향신문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경향신문 편집국-
오늘 아침 사무실에 배달된 경향신문 1면 왼쪽 상단의 지면을 할애하여 기재된 내용이다. 어찌 보면 당연힌 이야기임에 틀림없지만, 요즘처럼 원칙이나 정도를 무시한 개판 오 분 전 세상에서 경향신문의 이런 조그마한 글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한 사람의 독자로써 이분들께 지대한 관심과 더불어 열렬한 격려를 보낸다.
보수성향이건 진보성향이건 가장 바른 신문은 공정하고 사실을 보도하는 신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