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보도 엄정히 하겠습니다.

경향신문은 최근 본지 고정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남대 김상봉 교수의 칼럼을 싣지 않은 바 있습니다. 김 교수의 칼럼은 삼성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게재할 경우 자칫 광고 수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 때문입니다. 편집 제작 과정에서 대기업을 의식해 특정 기사를 넣고 빼는 것은 언론의 본령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한때나마 신문사의 경영현실을 먼저 떠올렸음을 독자 여러분께 고백합니다.

경향신문 편집국 기자들은 이일이 있은 뒤 치열한 내부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진실보도와 공정논평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는 언론의 원칙을 재확인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앞으로 정치권력은 물론 대기업과 관련된 기사에서 더욱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겠습니다. 옳은 것을 옳다고 하는데 인색하지 않되, 그른 것을 그르다고 비판하는 것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경향신문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경향신문 편집국-


오늘 아침 사무실에 배달된 경향신문 1면 왼쪽 상단의 지면을 할애하여 기재된 내용이다. 어찌 보면 당연힌 이야기임에 틀림없지만, 요즘처럼 원칙이나 정도를 무시한 개판 오 분 전 세상에서 경향신문의 이런 조그마한 글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한 사람의 독자로써 이분들께 지대한 관심과 더불어 열렬한 격려를 보낸다. 

보수성향이건 진보성향이건 가장 바른 신문은 공정하고 사실을 보도하는 신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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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2-2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감동적입니다!

Mephistopheles 2010-02-25 10:28   좋아요 0 | URL
감동도 감동이지만...이번 정권 이런저런 압력행사가 참 지저분하고 더럽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듭니다.

穀雨(곡우) 2010-02-2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오각성의 고해성사군요. 추천.

Mephistopheles 2010-02-25 10:28   좋아요 0 | URL
이 짧은 글을 신문에 싣고 경향신문은 앞으로 가시밭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요..

L.SHIN 2010-02-2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인터넷 시대라 지문 신문은 가끔씩 밖에 안 사보지만,
경향신문은 구독해야겠군요.

Mephistopheles 2010-02-25 10:29   좋아요 0 | URL
아날로그 감성 아이템과 세상을 보는 눈을 하나 더 갖는 겁니다.

나무처럼 2010-02-2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아침 제가 경향신문 구독자라는 사실에 많이 우쭐했답니다.

루체오페르 2010-02-24 17:20   좋아요 0 | URL
악 해상도를 높여서 봤더니 쭐자가 상당히 작아서 멀리서 봤더니 처음엔 '울'로 보였습니다. 괜히 죄송하네요.^^;

Mephistopheles 2010-02-25 10:30   좋아요 0 | URL
자신의 과오를 대다수의 대중들이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엄청난 일을 한 것 같아보여요.

마녀고양이 2010-02-2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분 좋은 소식이네요.

Mephistopheles 2010-02-25 10:31   좋아요 0 | URL
기분 좋게만 보기엔 현실은 너무 어두워요. 앞으로 어떤 박해를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주의 2010-02-2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두식교수님 강연갔다가 칼럼 안실린 얘길 하길래
우왓 무서운 세상이다 알아서 기게 만들다니 했는데
참 다행스러운 소식입니다.

Mephistopheles 2010-02-25 10:31   좋아요 0 | URL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죠. 곃향신문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긴 힘들 껍니다. 그럼에도 이런 결론...대단하다고 밖에는..

루체오페르 2010-02-2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다!

Mephistopheles 2010-02-25 10:32   좋아요 0 | URL
앞으로가 문제겠죠. 이제부터 경향신문 어찌될지 지켜보는 것만이 아닌 힘을 실어줘야하지 않을까요.

카스피 2010-02-2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도를 걷는 경향 신문에 경의를 보냅니다.화이팅!!!

Mephistopheles 2010-02-25 10:33   좋아요 0 | URL
누가봐도 바른 신문의 이정푤르 세우겠다는 결심인데...아마 이걸 굉장히 불쾌하고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하는 부류들도 분명 존재하겠죠.

웽스북스 2010-02-25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날 경향신문을 끊겠다고 전화를 했었어요.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런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미적미적한 행동에 결정타가 되어주었던.
저 아는 사람도 2월까지만 보겠다고 전화를 걸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적지 않았을 걸로 생각되요. 이런 독자들이.

Mephistopheles 2010-02-25 10:35   좋아요 0 | URL
전 반대로 독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경향신문은 어찌보면 안도현 시인의 연탄불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고요.
발로 함부로 차지 말라고...어느 순간 한번이라도 남을 위해
자신을 모조리 태운 적이 있느냐고...

독야청청, 청렴결백도 그 생이 짧으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웽스북스 2010-02-25 13:0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 사고를 접하고 비슷한 글을 썼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향이여 독야청청하라, 라는 의미에서 끊은 건 아니었고, 저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향이나 한겨레같은 신문이 남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경향이나 한겨레가 이렇게 운영하면서 광고도 없으면 굶어 죽겠다 싶어서, 신문 거의 펴보지도 않으면서 그냥 경영지원금 보태주는 마음으로 구독하고 있던 거라, 삼성 광고도 들어가고 하면 이제 그만 내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 딱 들더라고요.

때마침 저는 대출녀가 되었고. ㅎㅎㅎ

실은 경향 역시, 이런 독자들이 많지 않았더라면 저런 결단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저 아는 분도 끊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딱 들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