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특성상일까. 아님 태생적으로 그러했는지 필기구만 보면 환장을 하는 습관이 있다. 어쩌다 문구점 가면 이 팬, 저 팬 찔러보고 구경하다 마님에게 타박 맞기 수십 차례다. 일요일 오후 미쿡에 사는 누나에게 보낼 책을 구입하러 멀고 먼 삼성동까지 행차하게 되었다. 표면적인 목적이야 책이었지만 마님과 마당쇠, 주니어는 저마다 꿍꿍이속을 가지고 삼성동으로 향하였다. 살짝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마님 ‘그래 간 김에 허브샵에 가서 양초나 몇 개 사달라고 마당쇠를 협박하는 거야....’
마당쇠 ‘비싸서 사지 못한 책을 누나 책 계산할 때 하나 슬쩍 끼워 놓으면..므흐흐흐..’
주니어 ‘오늘은 간 김에 레고를 하나 뜯어내야지...헤헤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님과 주니어는 소원성취. 마당쇠는 좌절. 더불어 대형 문구점 들려 예상외의 지출까지 해버렸다. 바로 이 물건...
언젠가 모 샾에서 파는 걸살까 말까 고민하다 재빠르게도 품절 떠버리는 바람에 손가락을 빨았던 물건. 20가지 칼라 풀한 스테들러 펜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더불어 둘둘 말아가지고 다니는 필통이라니....
펼쳐보니 가운데 다른 펜들을 수납할 수 있는 지퍼식 수납공간이 따로 존재. 여기다가 일단 근 20여년 동거 동락한 홀더와 샤프 등등을 집어넣으니 안성맞춤(나. 연필로 설계하던 마지막 세대..)
돌돌 말아 한손에 잡으니 손에 쏙 들어오니 맘에 든다는...더불어 돌발사태가 하나 발생. 주니어의 또 다른 꿍꿍이속이 하나 더 추가...
주니어 ‘아빠는 20개들이 펜을 사는데 설마 아들에게 색연필 하나 안 사주겠어..’
그리하여 주니어용 스테들러 색연필 세트까지.......결국 내 지갑에서 쏠랑 빠져나갔다.
뱀꼬리 : 왠지 이런 가지가지 색깔이 득시글거리는 펜 세트를 사면 한동안 안했던 스케치나 칼라링이 마구 하고 싶어지는 심리가 발생한다. 아티스트 증후군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