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나 사주로 대표되는 샤머니즘, 미신을 믿지 않는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믿는 단 한 가지 미신이 있다면 그건 '아홉수' 다. 마님 역시 점이나 사주, 점성술을 재미로 봐도 믿는 구석은 없지만 나름 아홉수만큼은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다른 것이 아닌 해를 넘기는 나이로 접어들며 액땜이라도 하듯 몸과 마음 다시 말해 심신의 피곤함이 극에 달하는 시기라고 정의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 역시 이번 해는 유난히 힘이 든다. 다른 해 보다 좀 더 피곤한 것 같고 근력도 예전만큼 뛰어나지도 않으며 자랑해 마지않는 머리회전 속도와 뉴런반응속도 역시 작년만 못하다는 느낌이 종종 들곤 한다.
스타크래프트 마린 마냥 스팀팩 파바박 맞고 화르륵 불타오르는 버닝모드는 대략 이런 저런 영양제나 보충제로 충당을 한다 치더라도 내외적으로 웃기지도 않게 돌아가는 주변 사정은 그나마 약물(?)요법으로 땜빵 하는 마이너스 게이지를 보충하기 무섭게 갑절의 마이너스 값을 주곤 한다.
요즘 내 주변의 세상을 말하자면 인간극장이 아닌 동물의 왕국 아니 야수의 왕국 같은 느낌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NGP 사진작가들의 시선이 아닌 그들의 렌즈에 담겨 있을지도 모를 포획자인 육식동물도 아니고 희생자인 초식동물도 아닌 구분하기 모호한 잡식성 곰과나 너구리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이 어중간한 잡식성 곰과는 처신을 잘해야 한다. 여차하면 재주 열나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덥석 챙겨가는 세로줄 벅벅 그어지며 산 너머 까마귀가 처연하게 날아가는 현상에 직면하기 십상이니 말이다. 재주는 부리되 왕 서방에게 갈취 당하지 않기 위해 밤마다 발톱과 이빨을 갈아야 하는 치밀함도 보여야 한다.
저번 아홉수 땐 육체적인 면보단 정신적인 고뇌로 어렵게 넘긴 기억이 나는데 이젠 나이가 나이니만큼 두 가지 전부가 적용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에휴...스물아홉 아홉수를 잘 넘겨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