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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 Yes 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추정해보건데 저 포스터에 쓰여진 움라우트로 봐서 독일어권 국가 포스터 같아 보인다. 영화의 이미지를 찾아보다 만나게 된 포스터.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저 포스터가 왠지 제일 맘에 들더라는...
부인과 이혼 후 피폐한 삶을 사는 칼은 인생이 즐겁지가 않다. 직장인 은행에서도 일의 의욕을 못 느끼고 친구들과의 교우관계 역시 스스로 단절된 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 이런 그에게 사이비 신흥 종교와 맞먹는 긍정적 사고방식 예스 세미나에 다녀오고 계시를 받아 인생이 풀 먹인 모시마냥 빳빳하게 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매우 작위적이고 억지스럽게 말이다.
작위적, 억지스럽긴 해도 주연배우가 누구냐 따지면 이런 스토리의 불청객들을 잠식시킬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지게 된다. 얼굴근육 자유롭고 코미디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짐 캐리 라는 배우가 주연이면 이런 핸디캡은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게 된다. 더군다나 그는 요즘 단순한 코미디 배우가 아닌 제법 심각한 연기도 선보이며 변화된 모습에도 나름 성공적인 행보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단 하나 달라진 모습을 따진다면 이상하리만큼 이번 영화에서 그는 나이가 들어 보인다. 세월의 힘 앞에선 제아무리 마스크의 짐 캐리라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세월을 거쳐 짐 캐리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점점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의 초기작 에이스 벤츄라를 보며 폭소를 뿜어냈다면 그의 요즘 영화들은 폭소보단 미소를 짓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내면엔 뭔가 따뜻한 덩어리 하나씩을 남겨준다. 이번 영화는 아마도 ‘긍정’이라는 메시지를 그의 방식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작품성이 뛰어나고 지적인 고품격 영화들이 많이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영화를 감상하고 뭔가 한참을 생각해야 하며 다른 참고 서적을 찾아보고 웹문서까지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더해야 어쩌면 그런 영화들을 이해하고 제대로 감상했다고 만족감을 느끼곤 한다. 짐 캐리의 영화들은 이런 수고가 필요 없다. 보면서 맘껏 웃어주고 약간의 몰입만 해줘도 그가 전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비교적 솔직하게 공감할 수 있다.
호텔 바에 앉아 정장을 차려입고 이런저런 격식 따지며 마시는 와인이 아닌 가까운 지인들과 신나게 떠들며 연기 자욱한 곱창 집에서 소주 한잔 툭 털어 넣는 느낌. 이게 어쩌면 그가 보여주고 표현하고자 하는 영화세계 같아 보인다. 오래 사귄 친구마냥 점점 구수해지면서 말이다.
뱀꼬리 : 짐 캐리의 상대역으로 나온 쥬이 디샤넬이란 배우도 주목. 미인이라고 말하긴 주저스럽고 늘씬한 몸매를 소유한 배우는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너무나 사랑스럽게 나온다.

왼쪽이다 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