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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조금은 소란스런 시작.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하셨던 이모가 돌아가셨다.
연세로 따지면 분명 호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집안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는 상황은 내 나이 먹음의 증명이고, 무언가를 돌아보게
한다. 미국에 계신 어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누나(그렇게 어머니 속을
시커멓게 만드신)임종을 못보셨는지 울먹거리신다.
검은 옷을 챙겨야 한다.
4/5
간만에 아주 간만에 신촌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유흥이 아닌 상가집 방문으로.
연세대는 그간 장족의 발전을 거쳤는지 어마어마한 건물군들이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주차동선과 안내표지는 개판 오분전이다.
고인께 인사를 하고 잠시 시간을 내 간만에 마주친 외가쪽
가족들과 인사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보다 한살 많은 조카는 그간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40을 바라보는 대기업의 팀장. 그리고 바로 코 앞에 다가온
치열한 승진경쟁. 경쟁에서 패배는 바로 권고사직.
자기 사무실 40대가 2명밖에 없다면서 내뿜는 담배연기에
슬쩍 조급함과 답답함이 묻어난다.
4/6
기독교장으로 치루는 상이라 주말이 낀 장례일정은 본의 아니게
4일장으로 치뤄진다고 한다. 직계가 아니기에 부담이 없겠지만서도
어머니의 부재로 아버지와 내가 덩달아 바뻐지게 되버린 장례식이
되버렸다. 시스템의 간소화로 밤을 새거나 음식준비를 하는 수고
스러움이 줄어들었다.
4/7
발인날. 장지까지 가는 수고스러움 대신 새벽 5시에 추도예배를
위해 서둘러 병원으로 달렸다. 6시 반에 예배를 보고 마지막 인사
드리고 사무실로 부리나케 출근.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결혼식과 비등하게 장례식에 참석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생을 마치신 분들 앞에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곤 한다. 삶과 인생을 다시 생각하며.......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이 노래가 떠나지가 않는다.
Wallflowers -One Headlight
-피는 못속인다고 리드보컬이자 밴드의 리더는 제이콥 딜런이라고
밥 딜런의 아들. 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열어가고 싶어하는 노력파.
곡은 그들의 최고 히트곡.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삶의 성찰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가사
속에 가득 머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