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님 방에 댓글로 쓰려 하다가 사진도 있고, 내용도 좀 길어져 버려서, 제 방에 이벤트 응모작 씁니다. (이리 썼는데, 여기에도 쓸 수 있군요. ㅋㅋ)  글 사이 사이에 숨겨져 있는 제 속마음은 이벤트 끝나면 공개하겠습니다. 먼저 방문자 10만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1. 이성 혹은 가슴.

모든 평론가들의 고민이겠지만 메피스토의 글에 대해 평을 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필자의 첫 리뷰가 메피스토에 대한 글이 되리란 예감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하려 하니 숨이 턱하고 막혀 버리고 만다. 해도, 어쩌면 내 첫 평론이 마지막 글이 될 수 있다는 절실한 마음에 붓을 든다. 순간,,,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의 서문의 한 부분이 떠오른다. "가슴이 뛸 때 하지 않으면 평생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지금 메피스토의 첫 저작을 손에 든 내 심장은 마구 뛰고 있다.  그런데, 이율배반이지만 갑자기 절필을 선언해버린 평론가 장근태의 심정이 헤아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를 평할 수 없다는 이성과 평하고 싶다는 가슴 사이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2.  입술의 詩學





 

 

난 지금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책의 앞 날개에 또렷히 박혀있는 메피스토의 입술과 <로키호러픽쳐쇼>의 입술을 병치시켜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른쪽의 입술이 감출 수 없는, 비틀어진 욕망이라면 왼쪽 메피스토의 입술은 감추어야만 되는,정돈된 욕구다.

오른쪽 입술. 흰 이에 살짝 눌려진 빨간색 입술은 다분히 형이하학적 메타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 분명 하얀 치아는 아랫 입술을 지그시 누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손처럼 아래를 지향점으로 사유하고, 욕구하는 몸뚱아리다. 이에 반해,,,,,,

왼쪽 입술.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 조심스레 모아진 입술은 충분히 형이상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입술은 16도의 상향 각도로 저 위를 가르키고 있다. 플라톤의 손처럼 이데아의 세계를 지향하고, 그것을 토양삼아 사유하고 있는 것이다. 메피스토는 다분히 형이상학적인 욕구로 점철된 글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필자의 생각이 맞다는 전제 아래, 그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알라딘에서 글을 쓰게 만들고 있는가?  물론, 이에 대한 해답도 그의 입술 사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신기주의자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 번 그의 입술을 응시해봐라. 이제,,당신은 그 답을 알아챘는가?

그렇다. 그는 중심점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이 중심점이란 표현은 조금 논란의 여지도 있고, 오해의 소지도 있다. 해도 어쩔 수 없는 필자의 정직한 표현이다. 그는 자신의 입술/이야기를 가지고 알라딘의 중심점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입술 주위에 점점히 박혀있는 수염들. 작지만 수많은 수염들을 알라디너들이라 가정하고, 중앙부에 커다랗게 자리잡은 입술을 메피스토라고 가정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 수염들을 모두 아우르고, 보살펴야만 되는  입술이 되고자 하는 것이, 날마다 거칠게 자랄 수 밖에 없는 수염들을, 그 어려운 마음들에게 따스한 글로 위안을 주고자 하는 것이 그의 글쓰기의 본심이 아니였을까. 한 편의 詩가 막막한 삶에 위로가 되듯, 고개를 끄떡이게 만들 듯, 그의 입술/이야기/글쓰기가 우리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삶의 작은 기쁨이 되지 않을까. 해서 그의 입술은 다분히 詩적이다.     




3. 따스함과 해학의 공존

그의 글은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동시에 날카로운 해학을 담고 있다. 필자의 글 읽기 경험으로는 그와 비견될 수 있는 유일한 작가는 19세기의 문학의 자양분이라 칭해지는 구론베스크 밖에 없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구론베스크가 평생 고민했던 문학적 성취를 이미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분명 그는 규정되지 않는, 아니 규정되기 꺼리는 작가지만 그의 글쓰기는 따스함과 해학의 온전한 아우름을 지향하고 있다.

"올 겨울엔 東行하지 말아요. 올 겨울엔 西行해요 (p. 362)'

위에 짧막히 인용된 부분은 그의 글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다. 태안 기름 유출 사태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그의 글쓰기 방식이 극명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가슴을 멍멍하게 만든 사태에 대해서, 그 어느 작가가 이런 따스한 시선을 가지고, 동시에 아픔을 웃음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을까. 세계적 지성인 페테트가 말했듯이 현대의 많은 작가들은 작품 속 미학에만 매말려 있고, 삶의 실천에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메피스토는 우리에게 東行이 아닌 西行으로의 同行을 당부하고 있다. 개인적 쾌락으로서의 독서가 아닌, 사회적 쾌락으로의 독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메피스토의 힘이 아닐까 한다.

물론, 최근 메피스토의 글쓰기를 보면 조금의 우려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메피스토 : 포항으로 이사하세요.  살청 : 그럼 이사비용은 주시는 거죠.  메피스토 : 몸무게로 보건데 택배로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착착 접어서 (p. 619)"

가장 최근에 쓰여진 글이자 이 책의 후반부의 한 부분을 인용하고 나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메피스토 특유의 언어유희와 따스한 익살스러움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난데없는 복고다. 물론, 그는 한 문예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의문점에 대해 '이제 세상은 복고가 대세다'라고 변명했지만,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타협이다. 어쩌면 부지런히 글을 써야만 살아갈 수 있는 그라고 생각하면 필자의 머리가 이해하려 하지만 여전히 필자의 가슴은 이건 아니다로 귀결된다. 잠시 그가 살짝 벌린 입술을 더 굳건히 닫을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마음을 녹여내지 않은 글은 쉽사리 버려지고 만다. 해도,,,,

"언어는 삶의 반영이자, 마음의 양심이다"라는 구겔스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의 삶과 마음이 온전히 읽힌다. 그가 정직한 글쓰기를 하는 자이기에, 희망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의 마음이 정직하기에, 여전히 그는 지금처럼 읽힐 수 밖에 없는 작가다. 우리가 여전히 희망하는 그이다.

 

4. 뻬빠와 뻬빠 그리고 리뷰 혹은 러브

짧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의 작품을 분석하자 했던 첫 다짐은 오히려 한 사람에 대한 논으로 치우쳐 버렸다. 어쩌면 보르헤스의 상상력보다 더 미로같고, 극단적인 그의 작품을 단어로 정의하고, 언어로 평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맞다. 그의 글은 논할 수 있지 않다. 그저 읽으며 스스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작가다. 이건 온전히 독자의 몫일게다.

7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두꺼운 책을 다 읽고, 다시 책 표지로 빠져 나왔다. 웃음과 온기, 냉철함을 두루 여행하다 다시 책 바깥으로 돌아오니 <뻬빠는 나를 단련시키고, 리뷰는 나를 움직인다>라는 책 제목에 시선이 붙잡혀버렸다.

그렇다 그는 뻬빠(페이퍼)를 뻬빠(사포를 구식 사람들은 이리 말함) 삼아 자신을 부지런히 단련시켰던 것이다. 이것이, 이런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몸을 사포로 문지른다 생각해보라)이 그의 사유를 낳았고, 이런 책을 묶을 수 있었던 힘이 아니였을까 한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뻬빠가 아닌 뻬뻬로(물질적 욕망을 상징)로 자신을 단련시키고 있을 때, 그는 사포로 자신을 문지르며, 그 아픔을 이겨내며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의 부인은 커다란 불만으로 가득차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러브가 아닌 리뷰로 움직이는 사람이기에 이런 즐겁지만 안타까운 상상을 해본다. 부인에게 바치는 러브 보단, 알라디너들에게 바치는 리뷰가 그를 움직이기에, 그의 부인은 소크라테스의 아내보다 더 혹독한 악처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소크라테스가 아내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함/사유함에 정진했듯이, 어쩌면 그도 달콤한 러브가 있는 침대보다 딱딱한 책상위의 리뷰가 자신의 가야할 길임을 번연히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야릇한 차림새와 야시시한 표정을 짓고 있는 표지의 저 여인이, 메피스토가 애써 외면하는 한집의 여인네가 아닐까.

한 작품에 대해서, 한 작가에 대해서 아무리 많은 평론을 읽어도 그 작품에는, 그 작가에게는 온전히 도달할 수 없다. 이제부터 메피스토의 마음에 가 닿고 싶어졌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의 책을 가슴으로 읽는 일일 것이다. 그의 따스한 글과 당신의 따스한 심장을 맞대 놓는 일일 것이다.

 

* 메피 형님 방문자 10만 되신 것, 온 맘과 몸을 다해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알라딘에서의 좋은 만남 기대하고, 연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좋은 형제/친구/동지/신도로 지낼 수 있으면 합니다. 메피형님의 고희연 페이퍼까지는 보고 싶습니다. 근데, 이벤트가 압박이었습니다. 또 근데, 한 번도 책/영화에 대한 리뷰를 써 본 적 없는 제가 이리 글을 쓰게 만드신 걸 보면 메피형님이 쎄긴 좀 쎈가 봅니다. <파우스트>까지 인용하면서 글을 쓰려 했는데, 너무 길어져 버려서 그만두었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살청 올림  (글재주가 없어 엉터리 글이지만, 애정만은 듬뿍 담았습니다. 몇 사람 이름까지 거짓으로 지어내 버렸습니다. ^^)

* 혹, 당선작으로 뽑혀도 사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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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2-21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입술 사진 구하느라 애먹었습니다^^

Mephistopheles 2008-02-21 03:03   좋아요 0 | URL
ㅋㅋ 그래도 용캐 찾으셨군요..^^

쥬베이 2008-02-2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탄했습니다.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Mephistopheles 2008-02-21 12:52   좋아요 0 | URL
일본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오넴 파이러스의 말을 빌리자면 살청님 같은 분들을 보고 "다각, 공감각적인 감성의 소유자"라고 하더라구요..ㅋㅋㅋ

비로그인 2008-02-21 11:43   좋아요 0 | URL
메피님 혹시, 그말은 일본의 실존주의 철학자 오도넴 빠이로스가 한 말 아닌가요? 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2-21 11:46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니오넴 파이러스가 맞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와 반대 사상을 가졌던 긴데즈 버팔로즈와의 공방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비로그인 2008-02-21 12:00   좋아요 0 | URL
16세기 아프리카 철학자 꾼따낀떼의 말을 빌리자면 메피님은 지금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Mephistopheles 2008-02-21 12:46   좋아요 0 | URL
하지만 아프리카의 철학자 꾼따낀떼는 결국 북미로 이주한 후 자신의 철학기조를 바꿔 루트학파를 창설하였습니다. 철학계에서 그는 "변절자"로 통합니다.

비로그인 2008-02-21 12:48   좋아요 0 | URL
오,,,, 이제 메피님도 철학에 도통하시는 방법을 아셨군요 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2-21 12:52   좋아요 0 | URL
그니까 막 같다 붙이는...막 이런...ㅋㅋㅋ

토토랑 2008-02-2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살청님 대단하시옵니다.

다만, 뻬빠는 나를 단련시키고 에서 마당쇠의 일기 chapter 를 눈여겨 보시지 않으신듯 합니다. 저자님처럼 높은 EQ를 가지고 마님을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건데
마님은 "어쩌면 그의 부인은 커다란 불만으로 가득차 있을지도 모르겠다. " 마님은 불만따위는 없으신 분이십니다.
단지 지배할뿐.. 그래서 고독하실지는 모르지만 결코!! 불만과 같은 소극적이고 피지배자가 가질 법한 감정은 없으실 거라고 생각하옵니다.
(사실 저는 메피님 보다도 마님을 더 뵙고 싶어하는 1人 이옵니다. 저희 동생도 저와 마찬가지랍니다 호호)

Mephistopheles 2008-02-21 11:13   좋아요 0 | URL
그게...픽션이라는 가정하에서는 다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ㅋㅋ

다락방 2008-02-2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저도 도전의욕이 마구 넘치지만, 殺靑님의 이 페이퍼를 보니 주춤하게 되잖아요. 흑 ㅜㅜ

Mephistopheles 2008-02-21 11:58   좋아요 0 | URL
저의 우수리뷰선발기준은 잘 쓴 글...이 아님을 아셨으면 합니다 다락방님..^^

순오기 2008-02-2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우리들의 메피님을 위해 쓴 우리들의 살청님께 메피님이 입술 한방~~찍어주세요! ㅎㅎㅎ 마구~~ 밀려오는 느낌, 음~ 이렇게 쓰는거구나!!^^

Mephistopheles 2008-02-21 13:1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퀘어물로 리뷰를 쓰실거라는 짐작이 가고 있습니다..ㅋㅋ

춤추는인생. 2008-02-2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입술에 관한 철학적 고찰 정도로 해야할까요 므흣~
이렇게 진한 애정과 사유가 담긴 페이퍼라니. 메피님 좋으시겠당.^^

Mephistopheles 2008-02-21 16:28   좋아요 0 | URL
형이평범한 인간형을 졸지에 형이상학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리뷰일지도 몰라요..ㅋㅋ 그리고 아마도 살청님이 춤추는 인생님이 쓰신 책에 대한 리뷰를 썼다면 저 정도의 분량으론 어림도 없을 껍니다..^^

비로그인 2008-02-2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쓰면서 든 속마음을 일찍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ㅋㅋ

파란여우 2008-02-2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는 진즉에 읽었어요. 알라딘의 비트겐슈타인이 또 등장한게야?
하고 머리를 쥐어 짰다는.(가발이 얼마여?)
그리고 뻥은 나혼자 지존이었다는 착각을 오늘부로 완전 구겨서 버림
어이쿠~ 살청 형님~~~~
(근데 '글재주가 없어 엉터리 글이지만' 이 대목은 절때루 용서 못해!!!)

토트 2008-02-2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대단하세요.ㅎㅎ

웽스북스 2008-02-2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메피님의 입술, 우와 어쩐지 신선하다! (이제서야 읽었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