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TV를 봐도 인터넷 포탈사이트를 봐도 이 영화의 선전이 제법 많이 걸리는 걸 목격하게 된다. 흔히 칭하는 블록버스터급 연말 대목영화의 특징들이란 특징은 죄다 껴안은 영화. 주연은 주가 높은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이며, 제작비 또한 1억5천만 불이나 들였다고 한다. 더군다나 원작소설이 존재하기까지 한다.(리처드 매드슨 원작)

이 영화의 기본적인 정보들을 포탈을 통해 살펴보고 있자니 잠깐 갸웃하게 되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미 다른 영화에서 접해봤던 내용 이였고 어찌된 것이 주인공의 직업 또한 똑같다. 세부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리메이크 작이라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어쩐지 제목은 틀리지만 내용이 너무나도 흡사한 1971년도 영화 "오메가맨"과는 판박이 영화였다.

오메가 맨 (The Omega Man, 1971)
어렵게 찾아봤다기 보다 공중파 우려먹기 편성 덕분에 3번인가 봤던 영화였다. 대략적인 내용은 나는 전설이다 와 흡사하며 마지막 결말은 해피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베드라고 말하기도 뭐한 묵직하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준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개봉되는 나는 전설이다 덕분에 최대한 기억력을 끌어올려 오메가맨을 더듬어 보았다. 일단 주연배우는 관록이 붙을 대로 붙은 원로 노배우이긴 하지만 미국 총기협회 이사라는 직책 덕분에 그다지 호감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의 다른 영화 혹성탈출이나 벤허가 아무리 명화의 경지에 들었다 손 치더라도 아닌 건 아니기에..
그에 비해 윌 스미스는 무난하다. 그간 메가톤급 히트영화에 다수 출연하였고, 아울러 기본은 탄탄한 배우라는 느낌이 충분하기에 캐스팅에 대해선 잡음이 없을 듯싶다.
주인공 캐스팅을 비교하며 재미있는 사실이 유추된다. 영화의 성격상 주인공은 인류의 매시아적인 성격이 강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1971년도에 만들어진 영화를 살펴보면 주인공은 백인이고 그에게 구원을 받는 생존자들은 흑인이다. 또한 돌연변이 감염자의 리더 급들 역시 백인이라 말하기 힘든 유색인종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적으로 미국 내 유색인종(흑인포함)의 인권이 보장되어지는 사회가 아니었기에 이러한 캐스팅은 상징적으로 보인다. 이번에 개봉되는 영화는 흑인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영화 자체는 칙칙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세균전으로 인류는 멸망했고 유일하게 면역체계를 가진 주인공(이 세균을 연구하던 과학자)만이 오메가맨이라는 이름으로 홀로 생존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커다란 대도시를 관통하는 도로를 혼자 쓸쓸히 걸어가 는 모습이나 넓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모습은 제법 삭막하다. 혹자는 영화의 배경을 데니 보일감독의 “28주후“와 비교하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28주후에 등장하는 분노바이러스에 노출된 돌연변이들은 기본적으로 생각을 할 수 없는 좀비의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오메가 맨에 나오는 감염된 돌연변이들은 집단을 이루며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말은 시니컬하다. 항체를 통해 치료가 가능한 시점에서 과거로의 회귀는 똑같은 비극을 잉태할 수 있다는 이유를 제시하며 보균자들은 치료를 거부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척살로 의견이 모으게 된다. 그 시점에서 주인공은 생존자들을 대피시키고 성경의 예수와 너무나 흡사한 모습으로 최후를 맞는다. 마지막 장면 생명의 원천으로 상징되는 분수를 붉게 물들이며 최후를 맞이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비극이지만 희망을 심어주는 여지를 남겨준다.
40여년 가까운 세월의 간격을 두고 다시 만들어지는 영화는 분명 그간의 기술과 자본의 축척으로 대단한 볼거리를 선사해 줄 듯 싶다. 그러나 단순한 오락영화로 치부하기에 배경 자체는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항이기에 가볍게 봐서는 안 될 듯싶다. 얼마나 음울하게 삭막하게 표현해주는지가 어쩌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포인트일 것이다.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2007)